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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나와 당신의 이야기로 세상을 바꾸는 날을 꿈꾸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0-11-26

나와 당신의 이야기로 세상을 바꾸는 날을 꿈꾸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구범준 대표(사회학 91)





보고, 공유하고, 확산되는 콘텐츠 

1천 300여 명의 연사, 1천 300여 편의 강연 영상, 유튜브 누적 관객 수 10만에 누적 조회 수 10억 회. 


내년 5월 10주년을 앞둔 강연회이자 강연 콘텐츠인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을 수식하는 숫자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강연 콘텐츠가 10년 가까이 생존을 넘어 하나의 팬덤을 구축하고 거대한 사회 현상이 되기까지에는 타고난 크리에이터인 구범준 대표(사회학 91)를 빼놓을 수 없다.


구 대표는 일찌감치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소셜 플랫폼이 지닌 저력을 간파하고 방송 채널 중심의 기존 관습을 과감히 탈피해 15분 분량의 강연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무료 배포했다. 프로그램 초기에는 일일이 전화를 돌려 연사를 섭외할 만큼 발품을 많이 팔고, 동원된 방청객이 아닌 자발적 청중들을 고집해 주위에서 애도 많이 먹었다. 


“지금은 강연이 끝나면 쓰윽 다가와 본인이 쓴 책을 건네주고 가는 분들도 많아요. 청중으로 왔다가 강사로 서는 꿈을 품게 된 거지요. 제가 바라던 그림이 이런 겁니다.” 



수업을 통해 만난 캠퍼스 밖 세상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대회 수상도 여러 번 할 정도로 재능이 많았던 그이지만 입시 위주의 기계적인 연습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미대 대신 일반 대학에 진학해서 PD가 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림을 그렸으니 영상을 해 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막연히 영상을 다룰 수 있는 전공을 택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형이 만류했다.


“형이 굉장히 공부를 잘했거든요.(웃음) 먼저 인문사회 전반에 대해 폭넓은 지식을 쌓는 것이 어떠냐고 조언해 주었지요.” 


고민 끝에 사회학과를 선택했고 그는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만의 특징이 있었어요. 자유롭고 틀이 없다고 해야 하나요? 당시 사회학과는 다른 사회과학 전공과 인문학 전공의 개론 수업을 전공선택 과목으로 인정해줬습니다. 학생들이 학문을 넓게 보도록 도와준 것이지요.” 


그러나 시대가 시대인만큼 구 대표의 대학 시절은 재미와는 거리가 멀었다. 집회와 시위가 일반적이던 1991년, 새내기였던 그 역시 예외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의 입학 후 첫 이벤트는 엠티(MT)나 환영회가 아닌 세브란스병원에 안치된 고 강경대 열사의 시신을 지킨 것이었다. 그림을 계속 그려 볼까 해 ‘화우회(미술 동아리)’에 가입했지만, 당시 동아리 활동은 자유롭지 않은 분위기였고 사회학과는 학생운동에 특히 더 적극적이었다. 선후배, 동기들과 함께 학과 내 학회활동을 하며 인문사회 서적을 강독하고 토론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중 한 수업을 통해 기억에 남는 만남을 경험하게 된다.


“교양 수업 과제로 노동자들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선배 따라 신림동의 한 순대볶음집에서 라면 공장에 다니는 여성 노동자를 만났는데 저보다 한두 살은 어린 소녀였어요. ‘아, 노동자의 삶은 이런 거구나’, 처음 알게 된 거죠.” 


늘 책으로만 접했던 노동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처음 듣게 된 날이었다. 구 대표는 그 소녀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선배들을 만나 인터뷰하면서도 대학이라는 테두리 밖에 있는 삶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교양PD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이때부터 영상에 다양한 삶의 목소리를 담아내자는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게 됐다.





처음 걷는 사람의 두려움 대신 처음 도전하는 사람의 자신감으로

구 대표는 졸업 후 1997년에 CBS에 합격했다. 그러나 IMF 외환 위기로 3개월의 수습 기간을 마치자마자 기약 없는 대기 발령 통지를 받게 됐다. 


“이러다가는 입사 자체가 취소될 것 같더군요. 그래서 뭐라도 하자는 생각에 대기 발령 받은 동기들을 불러 모아 도메인을 사서 홈페이지를 만들었어요. CBS 뉴스를 모니터하고 자체 기사와 칼럼도 올렸지요. 이를테면 최초의 인터넷 언론이랄까요.” 


이들의 홈페이지는 언론계에서 화제가 됐고 결국 10개월 뒤 회사는 정식 발령을 냈다. 


“저는 자신감이 장착돼 있는 사람이었어요. 뭐가 잘 안 되더라도 ‘이건 결국 될 거야’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런 자신감 외에도 PD로서 그의 장점은 번뜩이는 기획과 아이디어에 있다. 눈물과 감동의 간증 위주였던 기독교 콘텐츠에 처음으로 유머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도입한 사람 역시 구 대표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경력이 생기자 그는 회사를 설득해, 기존의 방송 문법을 탈피한 짧고 굵은 강연 콘텐츠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을 세상에 내놓았다.





‘어떤 서비스를 만들까’는 결국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라는 고민

코로나로 공개 강연이 중단되기 전까지 강연이 열리는 목동 KT체임버홀은 매주 4백여 명의 청중들로 가득 찼다. 


“청중이야말로 ‘세바시’를 ‘세바시’답게 하는 이들입니다. 지난 10년간 ‘세바시’와 함께 성장한 분들이 이제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뤄 ‘세바시’의 열렬한 팬이 됐어요.” 


구 대표는 아예 회사 운영에 팬들을 끌어들였다. 


“모회사인 CBS에서 독립하면서 팬들에게 크라우드 펀딩 신청을 받았어요. 250여 명의 투자자를 모집했는데 두 배 넘는 사람들이 지원했습니다. 기대 이상이었지요.”


‘세바시’ 열풍 이후 방송가에도 성장 이야기에 방점을 둔 강연 프로그램이 많이 등장했지만 ‘세바시’ 같은 프로그램은 유일하다.


“우리는 팬들과 함께 가는 콘텐츠입니다. 스무 살에 보기 시작한 사람들이 이제는 삼십 대가 됐지요. 현재의 ‘세바시’가 되기까지 10년이란 시간이 걸렸고 이 시간은 누구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세바시’의 정체성은 거기에 있습니다. ‘세바시’의 10년 그 자체가 콘텐츠예요.” 


뉴미디어의 출현과 함께 온라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세바시’의 방향은 어디로 향할까. 구 대표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까’라는 질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가 파고드는 것은 서비스다. 


“‘어떤 서비스를 만들까’라는 고민은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라는 고민이라고 생각해요. 서비스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니까요. 세상을 바꾸려면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0년, 도전과 실험으로 성장한 ‘세바시’는 앞으로도 변화와 모험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이고 확산되며 마침내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 자랑스러운 연세 동문이 뿌려 놓은 이 믿음의 씨앗은 지금도 어느 누군가의 작은 스토리에 날개를 달아 세상의 다양한 인생들과 연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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