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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마침내 날개를 펼친 거인, 한국 야구의 역사를 장식하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0-11-25

마침내 날개를 펼친 거인, 한국 야구의 역사를 장식하다 

KBO 최초 ‘만루홈런 포함 사이클링 히트’ 기록 

롯데자이언츠 오윤석 선수(스포츠레저학 10)




무명의 타자, KBO 최초의 기록을 쏘다

2020년 10월 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자이언츠와 한화이글스의 경기.


롯데의 오윤석 선수(스포츠레저학 10)는 한국 야구 역사상 최초로 만루홈런을 포함한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타자가 한 경기에서 1, 2, 3루타부터 홈런까지 모두 달성하는 것을 일컫는 사이클링 히트는 야구의 본고장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대기록이며, 특히 만루홈런을 포함한 기록은 39년 프로야구 역사에서 처음 탄생한 진기록이다. 우리 대학교 졸업 후 프로야구 구단 롯데자이언츠에 입단, 짧지 않은 무명 기간에도 흔들림 없이 연습에 집중했던 타자 오윤석의 하루하루가 마침내 눈부신 폭발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


정기연고전을 보며 연세를 꿈꾸던 고교 야구선수

오윤석 선수는 경기고등학교 재학 시절, 우리 대학교 선배들이 참가하는 정기 연고전을 처음 봤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정기전을 볼 수 있었는데 양교의 응원 열기가 충격적일 정도로 뜨거웠어요. 그때 연세대에 반했죠. 프로에 바로 가기에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껴 보완하고 싶은 점도 있었고 대학 생활에 대한 로망도 있었는데 마침 고등학교 3학년 때 연세대가 제게 기회를 줬어요. 너무 기뻤습니다. 감사하게 프로팀의 지명도 있었지만, 망설임 없이 연세대 진학을 선택했어요.”


우리 대학교에서의 4년을 그는 ‘나를 좀더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어준 소중한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학생의 패기나 제 기분에 따라 많이 행동했다면 대학에 와서는 많이 배우고 깨닫고, 나름 ‘성장’이라는 것을 했습니다.”




꿈꾸던 대학 생활을 도와준 연세인들

우리 대학교 운동부 생활은 야구 선수로서 성장은 물론, 그야말로 한 가족 같은 친구들을 얻은 시간이었다. 그 어느 전국대회보다도 더 뜨겁게 임했던 정기전의 기억뿐 아니라 운동부로서 여러 제약에도 최대한 대학 생활을 제대로 해보고 싶었던 꿈도 많은 연세인의 도움으로 이뤘다고 한다.


“당시 야구부는 전지훈련이나 합숙 때문에 새터나 엠티(MT) 등을 거의 가지 못했어요. 날짜가 안 맞았거든요. 그런데 한 번은 스포츠레저학과와 체육교육학과 학생들이 운동부원들을 위해 MT 날짜를 옮겨줘 처음으로 함께 갈 수 있었어요. MT도 너무 즐거웠고 저희를 배려해준 마음도 정말 고마웠죠.”


수술 후 잠시 재활을 할 때는 일반 동아리를 여기저기 두드리기도 했다. 기타 동아리 등 여러 곳을 둘러봤지만 결국 가입한 곳은 역시 야구동아리 ‘이글스(EAGLES)’였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글스 학우들이 반겨줘서 감사했죠. 훈련이 있으면 빠져도 괜찮다고 배려해주기도 했어요. 동아리뿐 아니라 교양수업 중 조별활동이 필요한 수업도 많았는데, 같은 조가 된 타과 학우들이 제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줬고 덕분에 수업과 과제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그때 조원들은 지금도 연락을 하며 저를 응원해 주고 있어요.”


프로 지명을 포기하고 우리 대학교에서 보낸 대학 생활에 대해 오 선수는 ‘그야말로 뼈와 살을 얻은 시간’이라고 이야기했다.


“연세대학교라는 좋은 학교에 다니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쉽게 할 수 없는 경험과 자부심도 얻었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뼈와 살이 붙었던, 마이너스는 하나도 없는 너무 좋은 선택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지금 어디서든 연세인을 만나면 너무 반가워요. 박재홍 선배, 나성범 선수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나 지금 같은 팀에서 제일 친한 동문인 이인복 선수 등 야구인은 물론이고, TV에서 전현무 선배를 봐도 반갑죠. 얼마 전에 읽은 책 <더 해빙>을 쓰신 홍주연 작가님도 연세인이시더라구요.”



최선을 다한 2군 생활 끝에 활화산이 폭발하다

하지만 그는 졸업 후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한 채, 4년 전 자신을 지명했던 롯데자이언츠에 육성선수 자격으로 들어갔다. 그 후 6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주로 2군에 머물면서 무명의 야구선수로 긴 싸움을 해왔다.


“2군에서의 생활은 계속해서 저를 담금질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담금질의 시간은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예요. 1군이 아닌 상황을 받아들이고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하면서 지금 현재를 알차게 보내려고 신경을 썼어요. 바로 ‘오늘’을 신경 쓰니까 하루하루가 즐거웠던 것 같아요.”


올 시즌 중반 2군에서 1군으로 ‘콜업’ 후, 주전선수의 부상까지 겹쳐 타석에 서는 기회가 많아졌다. 한 타석 한 타석이 너무나 소중했고, 그 자리에서 오랜 시간 준비해온 것들을 적용하는 데 집중했다. 타격에 비해 부족하다고 지적받던 수비도 최대한 집중·보완하면서 시즌 후반에는 한결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자신이 속한 팀을 ‘활화산 같다.’고 표현했다. 언뜻 가라앉은 듯 보이다가도 한 번 터지면 그야말로 활화산처럼 무섭게 터지는 팀. 선배와 동료들 한 명 한 명에게서 배우고 싶은 것들도 많았다. 정훈 선수가 가진 야구에 대한 간절함, 손아섭 선수의 한번 물면 놓지 않는 근성 등 다른 선수들에게 배우고 싶은 점들을 끊임없이 늘어놓기도 했다.


그의 야구선수로서 삶의 철학은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을 먼저 하자’이다. 무엇인가에 깊게 파고들고자 한다면, 내가 노력한 흔적을 남길 수 있을 만큼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선수로서의 장점은 ‘조용함 속에 꾸준히 성장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어제와 변함없는 성실함으로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순간,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야구인생이 빠르게 스쳐갔다. 모든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이 진심 어린 축하를 전했다. 특히 오랜 담금질을 함께한 2군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축하는 더욱 감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힘든 시간을 잘 견뎌온 모습에 감동 받았다.”, “나도 오 선수처럼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해온 팬들의 인사가 기억에 남는다.


30대를 맞이하는 그가 내년 시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묻자, 인터뷰 내내 되풀이됐던 답이 돌아왔다. 


“지금 평정심으로 원래 하던 대로, 하루하루를 성실하고 한 타석 한 타석을 소중하게.”


오랜 기다림 끝에 화려한 기록을 세우며 세상에 이름을 알렸지만, 그의 걸음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성실하고 꾸준하며 매일 발전할 것이다. 계속될 그의 발전에 연세의 이름으로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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