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세소식

[의료원 소식] 쇳조각 삼킨 남수단 글로리아, 세브란스병원에서 새 생명 찾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0-10-16

쇳조각 삼킨 남수단 글로리아, 세브란스병원에서 새 생명 찾다

협진으로 쇳조각 제거, 두 번의 수술로 건강 되찾아



지름 약 2.5cm의 쇳조각을 삼키고 치료를 받지 못해 고통받던 남수단 4세 여아 글로리아 간디가 세브란스병원에서 제거 수술을 받고 새 삶을 찾았다. 식도를 뚫고 나온 쇳조각은 기관지를 뚫고 대동맥궁 근처에 자리 잡은 상태였다. 세계적으로도 찾기 어려운 사례,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었던 글로리아는 건강한 모습으로 지난달 30일 퇴원했다.



치료 위해 남수단→수단→이집트 거쳐 한국으로


지난해 7월 갑자기 가슴 통증을 호소한 글로리아. 통증으로 잠도 잘 자지 못했다. 인근 병원에서 X-ray 검사를 한 결과 가슴에서 쇳조각이 발견됐다. 글로리아의 긴 여정은 이렇게 시작됐다. 수술을 할 수 없다는 말에 아버지 톰베 간디 씨는 글로리아를 데리고 남수단에서 수단으로, 다시 이집트로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경제 사정이 좋지 못한 글로리아 가족을 위해 다니던 교회 성도들과 이웃들이 십시일반 모은 약 1,920달러도 바닥을 보였다. 수단의 한 병원에서는 수술을 시도했으나 글로리아의 몸에 큰 흉터만 남겼다.


글로리아의 소식은 여러 선교사를 통해 세브란스병원에 전달됐고, 현지에서 검사한 자료로 글로리아의 상태를 확인한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에서는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냈다. 의료진, 사회사업팀, 의료선교센터와 여러 부서가 협력해 진행되는 해외 환자 초청 치료 프로그램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를 통해 치료비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됐다. 힘든 시간을 견뎌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글로리아와 간디 씨는 마침내 한국 땅을 밟았다.



협진으로 쇳조각 제거, 두 번의 수술로 건강 되찾아


쇳조각이 정확히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일반적인 검사로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흉부외과에서는 AI 기업 코어라인소프트의 도움을 받아 CT 결과를 3차원으로 재건하고 3D 프린팅을 시행했다. 3D 재건 및 프린팅 결과, 쇳조각은 식도를 뚫고 기관지를 밀고 들어가 대동맥궁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자칫 대동맥 파열로 이어질 수 있어 쉽지 않은 수술이었다. 1년 가까이 몸 안에 있던 쇳조각 주변으로 염증도 심했다. 쇳조각이 기관지를 뚫고 들어가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는 데다 식사도 불가능한 상태였다.


의대 박성용 교수(흉부외과학)는 영상의학과와 소아호흡기알레르기과, 소아외과, 소아심장혈관외과 등 관련 과와의 협진을 통해 글로리아의 상태를 파악하고 수술 계획을 세웠다. 박성용 교수는 좌측 개흉술을 통해 주기관지를 절개하고 대동맥을 비껴 손상된 조직에서 쇳조각을 무사히 제거했다. 쇳조각은 나사나 볼트를 조일 때 사용하는 와셔(washer)였다. 쇳조각이 식도를 뚫고 나와 주기관지의 뒷벽을 완전히 녹였고, 이로 인해 좌측 기관지 대부분이 손상됐으며 기관지 입구가 좁아져 있었다.


박성용 교수는 많이 손상돼 원상복구가 불가능한 좌측 기관지, 그리고 식도와 기관지 사이의 약 5mm 누공(瘻孔)을 봉합했다. 수술 후 염증도 줄어들었고 호흡에도 무리가 없었다. 쇠붙이를 제거한 부위도 잘 아물었다. 그러나 식도와 기관지 사이의 누공은 오랫동안 손상된 조직이라 완전히 아물지 않아 1mm 크기로 남아있었다. 이 때문에 음식물이 기관지로 넘어가고 반복적으로 흡인이 일어나 글로리아는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박성용 교수는 2차 수술에 들어갔다. 의대 호인걸 교수(외과학)와 쇳조각으로 녹아버린 기관지 뒷벽을 식도벽을 이용해 재건했다. 남아있는 1mm 크기의 누공은 기관지 사이 근육을 사용해 다시 봉합하고, 잘려진 2cm 길이의 식도는 당겨서 이어 붙였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했다. 갑자기 분당 55회로 호흡수가 빨라지고 심박수도 160~170으로 빨랐다.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의대 김경원 교수(소아과학)는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오랜 기간 쇳조각에 눌려서 녹아버린 좌측 기관지는 좁고 폐도 약해진 상태였다”며 “안정을 찾으면서 기관지와 폐도 호전되었고, 음식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2주 간의 회복기간을 거쳐 글로리아는 정상적으로 호흡하고 식사도 가능하게 됐다.


박성용 교수는 “쇳조각을 삼키고 세브란스병원으로 올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기적이다. 글로리아가 힘든 수술을 견디고 건강을 되찾아 수술을 집도한 의사로서 보람을 느낀다.”면서 “글로리아를 치료하기 위한 아버지의 헌신과 글로리아를 위해 함께 치료 방침을 상의하고 헌신적으로 치료해 준 의료진들의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전했다.

 

vol. 628
웹진 PDF 다운로드

연세소식 신청방법

아래 신청서를 작성 후 news@yonsei.ac.kr로 보내주세요
신청서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