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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보통의 날에 함께할 수 있는 음악을 오랫동안 만들고 싶어요”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0-09-14

“보통의 날에 함께할 수 있는 음악을 오랫동안 만들고 싶어요”

메가히트 ‘그 여름을 틀어줘’로 올 여름을 설레게 한 작곡가, 심은지(작곡과 02)

 


“<연세소식>에서 인터뷰 요청 왔을 때 정말 감사했고, 꼭 하고 싶다고 했어요. 동문인 남편은 제가 거기에 나가도 되냐며 말리긴 했지만요.”


트와이스(TWICE)의 ‘Yes or Yes’, 아이유의 ‘그 애 참 싫다’, 백아연의 ‘이럴거면 그러지말지’ 등 수많은 사람들의 플레이리스트를 채우는 곡들을 작업하고, 특히 이번 여름, 음원 차트를 휩쓴 그룹 싹쓰리의 히트곡 ‘그 여름을 틀어줘’를 작사‧작곡한 심은지 작곡가(작곡과 02), 그는 걸어온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우리 대학교가 등장한다고 말했다. JYP 퍼블리싱(이하 JYP)에서 작곡가로 일하게 된 것도, 클래식 학도가 대중음악에 대한 갈증을 풀었던 동아리도, 평생의 반려자를 만난 것도 모두 우리 대학교가 맺어준 인연이었다. 



연세대학교 작곡과, 그리고 <소나기> 키보디스트


막연히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을 생각했던 중학생에게 분명한 목표를 심어준 인물은 우리 대학교 작곡과에 재학 중이던 사촌 오빠였다. 익숙한 가요의 코드를 자유자재로 바꿔 새로운 곡처럼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에 매료되어 망설임 없이 작곡 공부를 시작했고, 오빠가 다니는 연세대 작곡과를 목표로 음악 공부에 매진, 입학의 꿈을 이루었다.


“클래식도 사랑하지만 대중음악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그러다 우리 대학교 밴드 ‘소나기’에 들어가게 됐죠. 피아노만 알지 다른 악기들이 어떻게 구성되어 합주를 하는지도 몰랐는데 ‘소나기’에서 대중음악과 밴드 합주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소나기’와 함께 한 대학생활은 그에게 본격적으로 대중음악 작곡가의 꿈을 심어주었다. 졸업 후, 뜻을 정하고 대중음악 데모 CD를 만들어 기획사에 보내기 시작했다. 생활비는 실용 음악 학원에서 강사를 하며 충당해 버티던 시절이었다.


“어릴 때부터 가수 박진영의 팬이었고, 그 분이 프로듀싱한 음악들을 모두 좋아했어요. 자연스럽게 JYP에만 지원하게 됐는데, 아무리 데모 음악을 보내도 묵묵부답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가수를 뽑는 ‘신인개발팀’에 보내고 있었으니 답이 없을 수밖에 없었겠다 싶기도 해요.”



아카라카에서 JYP를 만나다


답답함과 간절함이 증폭되던 시점에 기회가 찾아왔다. 밴드 선배들과 음악 작업 중에, 이번 아카라카에 박진영 동문이 온다는 소식을 들은 것.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진심을 담은 편지와 데모 CD를 들고 박진영 동문이 있는 대기실 문을 두드렸다.


“황당해 하시더라고요. 여기 어떻게 들어왔냐고 물어보셔서, 작곡과 후배인데 JYP에 꼭 들어가고 싶어서 데모 CD를 준비해 왔다고 말씀드렸어요. 놀라움 반, 기특함 반을 느끼시는 것 같았어요.”


2주 후, 기적처럼 박진영 동문이 직접 전화를 해왔다. JYP 사무실에서 며칠 동안 테스트를 거친 뒤 계약을 맺었다. 연세대 합격에 이어 또 한 번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일상에서 내 곁에 있는 음악을 만들어 간다는 즐거움


입사 후, 박진영 PD 뒤에 앉아 녹음, 편집 등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하나 배웠고, 시간이 지나면서 누군가의 타이틀곡, 혹은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는 곡들을 만들었다. 그룹과 솔로를 가리지 않고, 댄스나 발라드 등 어떤 한 장르에 국한되지도 않고 다양한 곡들을 만들어 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이었을까.


“가수와 곡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좋은 곡이라 해도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 가수가 어떤 음역대에서 좋은 소리가 나는지 어떤 무대에서 빛이 나는지 최대한 많이 찾아보고, 또 고민하면서 곡을 쓰는 편이에요. 그 가수가 제일 빛날 때 곡도 함께 빛나게 된다고 생각해요.”


기억에 남는 곡들에 대해 설명할 때도 늘 함께 했던 가수를 빠뜨리지 않았다. 함께 가사를 만들거나 녹음을 하면서 있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곡에 담겨 있었다. 듀오 피프틴앤드(15&)가 처음 부르게 될 노래에는 그들의 설렘이 표현되도록, 가수 조권의 노래에는 그이기에 할 수 있는 내레이션을 넣을 수 있도록 한 곡 한 곡마다 개성을 더했다. 무엇보다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대중음악을 만든다는 것이 좋았다. 


“대중음악이 어떤 것인지 많이 생각해봤고, 예전에는 거창하게 설명하려고도 했었어요. 그런데 10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대중음악이라는 것은 ‘보통의 날들에 함께 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요. 버스 탈 때, 누군가를 기다릴 때, 출퇴근할 때, 샤워할 때 같은 일상적인 순간들에 손쉽게 듣게 되는 음악이 결국은 대중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중음악 작곡가의 현재의 꿈, 오래도록 믿고 듣는 음악


“사람들 반응 중에 ‘심은지는 역시 믿고 듣지’라는 말이 참 감사했어요. 제 음악에 대한 신뢰가 쌓였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믿고 듣는 작곡가, 심은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어떤 작곡가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믿고 듣는 심은지’라고 답했다. 장기적인 목표나 거창한 계획들 대신 그저 그때그때 주어지는 곡들에 집중하는 것이 언제나 최우선 목표라며, 좋은 곡들을 꾸준히 써 나가면서 사람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현재의 순간들에 늘 충실한 심은지 작곡가의 삶을 향한 태도는 연세에서의 시간, 연세에서 만난 사람들과 깊이 관련이 있다. 우리 대학교의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에도 그가 중요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작업하며 힘들 때 위로를 주셨던 분도 동문 선배님이셨어요. 인생을 함께 하고 있는 남편도 ‘소나기’ 밴드에서 만났고, 지금까지 꾸준히 만나며 삶을 나누고 여행도 가는 친구들 역시 연세대에 서 만난 인연들이에요. 참 감사하죠. 지금 학교를 다니고 계신 분들도 주변 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현재 마음을 다한 인연들이 틀림없이 살아가면서 큰 힘이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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