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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누구나 최고의 음악을 들을 권리가 있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0-05-14

“누구나 최고의 음악을 들을 권리가 있다”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를 이끄는 음악감독 김동민 지휘자


 


화려한 데뷔, 인생을 바꾼 경험


2008년 워싱턴 DC의 내셔널 심포니를 지휘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김동민(기악91) 음악감독은 세계적인 인디애나 대학 음대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와 비올라를 수학했다. 이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볼티모어 심포니,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플로리다 오케스트라, 인디애나폴리스 심포니, 라인랜드-팔츠 필하모니 등을 지휘했다. 빈 필하모닉이 선발하는 ‘카라얀 지휘 펠로우십’을 수상하는 등 차세대 지휘자로 주목받던 그는, 우연히 찾은 블루밍턴의 공공도서관에서 인생을 바꾸는 경험을 하게 된다. 노숙자 행색의 흑인 노인이 클래식 CD를 잔뜩 빌려 옆에 쌓아 두고 2시간 동안 심취해서 음악을 듣는 모습을 본 것이다. 놀랍게도 그 노인은 이튿날과 그 다음 날도 공공도서관을 찾아와 클래식 감상에 몰두했다. 먹을 것과 잠자리가 더 급해 보였지만, 음악으로 쉼을 얻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배를 채우는 것 이상으로 가슴을 채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최고의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무료 음악회,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창단


“성공한 음악가를 꿈꾸며 무작정 달려온 자신을 돌아본 계기가 됐죠. 제가 추구하는 음악이 그 노숙자 노인이 듣고 싶어하는 음악이 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키웠습니다.” 


이를 현실화시킬 모델을 고민하던 그는 뉴욕으로 이주해 1년여 준비를 거쳐 2010년 9월 누구나 입장할 수 있는 무료 음악회가 미션인 챔버 오케스트라 ‘New York Classical Players(이하 NYCP)’를 창단했다. 음악적 동료이자 세계적인 베이스 주자 다쉰 장 등 정상의 뮤지션들이 기꺼이 미션에 공감하며 합류했다. 공연장소는 뉴욕 시내 곳곳의 교회 예배당을 이용했다. 클래식 연주에 적합한 울림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누구나 알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 지역의 랜드마크이기 때문이다. 한 해에도 수십 개의 클래식 앙상블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뉴욕에서 NYCP는 조수미, 킴 카쉬카시안, 손열음, 초량린 등 세계적 거장들과 협연하며 미국은 물론 해외 투어 공연을 펼치는 오케스트라로 주목받았다. 누구나 최고의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입장료 수입은 포기했지만 음악적 수준은 절대 타협하지 않았고 NYCP만의 컬러를 구현해냈다. 유명 공연예술잡지 <Time Out New York>은 “열정의 챔버오케스트라, 무료 음악회를 위한 이들의 헌신에 감탄하다!”라며 NYCP를 극찬했다.



가치를 지키며 음악을 승부하다


NYCP는 2019-20시즌에만 두 번의 해외 투어를 포함해 총 25회의 연주회를 가졌다. 뉴욕에 베이스를 둔 단체 중 상당히 많은 연주 횟수다. 


“투어를 제외한 뉴욕에서의 공연이 무료이다 보니 ‘재능기부’로 참여하기 때문에 비용이 들지 않느냐는 오해를 받습니다. 하지만 무료 음악회라고 돈이 들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죠. 1년에 20회가 넘는 연주를 ‘재능기부’로 올리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됩니다. 미국 내 프로페셔널 연주의 평균 티켓 수입은 35%입니다. 나머지는 기업 및 개인기부, 그리고 정부나 재단 지원금 등으로 충당됩니다. NYCP가 무료입장을 고수한다는 것은 수입의 1/3을 포기한다는 뜻입니다. 다만 여러 뜻있는 분들이 저희의 가치에 동의하고 기부해 주고 계십니다.”


세계적인 기량을 갖춘 단원들이 누구나 음악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해 한 팀을 이루었다. 작년에는 남미를 거쳐 드디어 고국에 돌아와 롯데콘서트홀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한국 데뷔 연주를 성황리에 마쳤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사상 최초 동양인 우승자인 소프라노 홍혜란의 첫 음반 제작에 참여했다. 올 가을에는 현대음악의 거장 사무엘 아들러의 작품을 녹음해 출시할 예정이다.


“이제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연주자나 작곡가들로부터 프로젝트를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받기도 합니다. 가치뿐만 아니라 우리만의 사운드가 세워졌기에 가능한 일이죠. 투어도 유익한 일이고 음반 작업도 중요합니다. 활동의 범위가 늘어나는 것은 청중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성의 측면에서도 긍정적이지만, 포커스가 흐려지는 위험도 공존합니다. 뭔가 거창한 목표를 세우려고 하기보다 NYCP가 가진 태생적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고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하죠. 뉴요커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음악회를 지속적으로 활성화하고 또 균형을 맞춰 나가려 합니다.”

 



아버지와 아들, 2대째 연세음대 동문


그의 아버지는 국내 대표적인 현악기 장인으로 꼽히는 김현주 씨다. 부친은 우리 대학교 음악대학이 종교음악과인 시절에 연세와 연을 맺었지만 생업 때문에 공부를 포기한 아쉬움으로 두 아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며 꿈을 이어갔다. 


“아버지의 이루지 못한 꿈에서 본다면 제가 연세를 선택했다기보다 연세가 저를 점지했다는 말이 더 맞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예고를 졸업한 친구들과 달리 일반고를 졸업한 저는 뒤쳐진 출발을 만회하겠다는 부담이 컸습니다. 비슷한 처지에 있던 동기와 함께 발버둥치던 기억이 납니다. 그는 지금 독일 오케스트라에서 더블베이스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죠. 연세에서의 4년은 제가 가진 자격지심을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 좋은 환경과 만남의 시간이었습니다.”



음악의 힘, 음악의 기적을 온세상에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늦은 밤 어디선가 들려온 바이올린 선율에 수감자들이 눈물을 쏟아냈듯, 음악은 예전 기억을 소환해 특정한 의지를 북돋아 일으킵니다.”


몇 년 전 브롱크스에서 연주회를 마쳤을 때 한 흑인 소녀가 한참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소녀는 수줍은 표정으로 다가와 “태어나서 처음 클래식 공연을 봤다.”면서 사인을 받았다. 


“그때 그 소녀의 표정을 평생 마음에 품고 공연하고 싶습니다.” 


김동민 감독과 NYCP의 음악은 세상의 가장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까지, 소외되는 곳 없이 두루 음악의 빛과 기적을 비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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