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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신촌캠퍼스 소식] 제19회 윤동주시문학상 시상식 개최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0-03-04

제19회 윤동주시문학상 시상식 개최

총 1,629 편의 작품이 출품하는 열띤 경쟁 가운데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황예솔 학생 당선



지난 2월 11일 우리 대학교 윤동주기념사업회(회장 서승환)는  총장실에서 제19회 윤동주시문학상 시상식을 가졌다. 수상자는 당선에 황예솔 학생 (단국대 문예창작과), 가작에 홍진영 학생 (명지전문대 문예창작학과) 및 정상훈 학생 (연세대 경영학과)이 선정됐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간소하게 진행된 이번  시상식에는 서승환 총장, 김동훈 행정·대외부총장, 김현철 문과대학장, 정명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조강석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참석하여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했다. 윤동주시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총장이 수여하는 상장 및 상금(당선 300만 원, 가작 각 150만 원)이 지급된다.



당선의 황예솔 학생은 "오롯이 나를 위해 시작했던 창작이었지만 졸업 후에는 더 많은 사람을 위해 기록하고 나누라는 뜻으로 알고 열심히 하겠다."며 "윤동주 시인의 시 정신을 새기며 하고 싶은 말을 문학으로 남기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가작의 정상훈 학생은 "시대의 마지막 감수성이 되고 싶다."며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시에 대한 열정과 감수성을 놓지 않은 소회를 밝혔다. 


한편, 윤동주시문학상은 윤동주기념사업회가 매년 전국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연세의 시인 윤동주의 시 정신을 기리고 그 뜻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개최하고 있다. 2001년에 시작되어 2019년도에 제19회를 맞이했다. 특히 2019년에는 약 한 달의 공모 기간 동안 총 339명의 지원자가 1,629편의 작품을 응모하여 그 어느 해보다도 윤동주시문학상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제19회 윤동주시문학상 수상작품]


당선작                          

라이브


                                        황예솔(단국대학교)


죽은 시인의 시를 읽는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었다. 배터리가 5%라는 알림이 뜨고, 책방 지기는 마이크를 든다. 너는 휴대폰을 들고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대 앞에 앉는다. 낭송이 시작된다. 죽은 시인의 시 낭송을 들으며 너는 거울 속 얼굴을 살핀다, 시가 얼굴을 갉아먹고 있다. 사라지는 비대칭 보조개. 반쪽 얼굴이 그림자가 될 즈음, 낭독이 끝났다. 책방 지기는 일어나서 화면 밖으로 나간다.


배터리가 1%였다. 곧 죽은 시인이 들어와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요, 살면서 시를 썼어요. 시를 쓰면 내가 죽어가는 게 느껴져요. 시인의 뒤로 단조의 가곡이, 잔잔히, 시인의 환한 미소, 입가의 경련, 가곡은 절정이었다. 거울 속 정면도 속임수, 고개를 돌리면 갉아 먹힌 까만 얼굴이 정면 같다. 


반쪽뿐인 너의 얼굴, 너는 눈가가 간지러워 남은 눈의 속눈썹을 뽑는다. 몸에서 떨어져 나온 검은 티끌, 시인의 기침, 거울을 본다. 침묵 속에서 따가운 눈이 깜박이고 입이 달싹거린다. 눈물이 흐르고 눈을 뜨기 어려워 억지로 벌렸는데, 휴대폰이 꺼졌다. 언제 꺼졌는지 헷갈린다. 티클 만큼의 보조개가 재생되었지만, 웃지 않아 평생, 너는 모른다.


죽은 시인의 시를 읽는 라이브는 저 너머에서 아직 진행 중이다. 화면 속 낭송을 듣던 뒷모습의 사람들, 다들 눈을 내리깔고, 가끔 끄덕이기도 하며, 나도 언젠가 사라지겠지, 각자에게 주어진 몫의 계절, 문장 속 찰나의 환각, 너의 반쪽 그림자, 시를 남긴 죽은 시인이 곁에 있다. 죽음의 향기, 향유하는 사람들. 미소와 경련은 한 끗 차이로 공존하고,


시인의 유령이 검은 화면 속을 빙글빙글 돌았다.

반쪽은 그림자, 반쪽은 웃는 얼굴로.

라이브였다.





가작

사설


홍진영(명지전문대학)


공화국 사내는 

한 달에 한 번 쉬는 날을 택해 

분신을 했다 


벌목했던 나무들이 파랗게 타올랐다 

한글로 쓴 구름들이 유서처럼 구겨지고 

북설 내리던 오솔길마다 

상의를 벗은 비가 내렸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먼 옛날처럼 멀다 

허리까지 쌓인 눈과 은빛 자작나무 숲엔 

지구의 어느 곳도 없었다 

공화국 사내의 불온한 죽음 

연해주의 드넓은 원시림을 따라 

엔진 톱의 톱날은 무한궤도를 돌았다 

멀쩡한 두 손 대신 

비틀어진 가지들을 분류했다 


톱 연주를 했던 그 옛날의 아버지와 아버지들 

아코디언 연주를 하는 공화국의 사내가 

대를 이어 나무들을 벌목하고 있다 

일정한 크기로 분배된 강 

꽉 다문 입이 있었다 


지상의 파란 구름을 벌목했던 

야트막한 그릇에 담긴 술 

날리는 검은 재가 귀국선을 탄다 


공화국 사내의 간명한 사후는 

누구에게 상납될까 



가작

반투명 구름


정상훈(연세대학교)


반투명 구름이 몰려오는 날

나는 좀 앉아 있으려고


연희로 10길

길고양이가 주저앉아 초점을 잃고

길바닥의 토사물을 핥는 날


마음 없이 몰려오는 태풍에

서랍 속 편지가 흠뻑 젖은 날


네 앞의 횡단보도

말없는 인부들

말끔히 도색하는 날


네버랜드가

겨울 여름 봄 가을 없이

골목길로 축소 이전해온 날


결국 마지막 손님을 기억하지 못하는 날


너를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날


네가 나에게 다짐했던 목소리가 흩어지는 날


그리워해야 덜 생각나는 너의 모습과

그리워했던 내 모습이 겹쳐져서

까매진 날


반투명 구름은 어디로 몰려갔던지

나는 구부정하게 쭈그리고 앉아 있었는지


어제까지는 알았는데

오늘은 잘 모르겠어*


구름이

굴러 떨어졌어


아무것도 아니어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어


골목길의 깡통은

골목길의 스페셜리스트


배를 까고 뒹굴던 새끼고양이에게 물어봤어

날씨가 참 맑지


*읽지 못한 심보선 시집 《오늘은 잘 모르겠어》가 책장에 꽂혀있던 걸 떠올리며, 잘 꽂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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