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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미 오페라단 ‘최초’ 여성 음악감독, 김은선 동문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0-02-21

미 오페라단 ‘최초’ 여성 음악감독, 김은선 동문

관객과 공감하고 단원과 하나 되는 지휘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공이 제한되는 영역은 이제 거의 사라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여성들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가는 것은 물론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쓰기 위해 치열한 도전을 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교향악단보다 ‘금녀의 벽’이 높다는 오페라단에서도 이변이 일어났다. 미국의 메이저 오페라단 최초로 여성 음악감독이 탄생한 것이다. 


주인공은 바로 김은선 동문(작곡과 99). 오는 8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SFO) 음악감독으로 취임하는 김 동문은 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 공연부터 지휘봉을 잡게 된다. 1923년 설립된 SFO의 네 번째 음악감독이자 첫 번째 여성 음악감독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그녀가 역사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서로 배려하고 함께 발전하는 관계로 이끌 것 


어떤 영광의 순간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없을 테다. 김 동문이 이룬 결실은 지난 10년간 SFO에서 객원 지휘자로 활동하면서 쌓아온 모든 시간과 경험이 바탕이 됐다. 그녀는 이번 음악감독으로 선임 소감에 대해 “자신이 오히려 단원들의 에너지에 감명받았다.”며 고마움을 전한다. 


“제가 처음으로 SFO에 ‘루살카’를 지휘하러 갔을 때 단원들과 전 스태프들에게 감동을 받았을 정도로 열정과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하우스입니다. 아티스트들이 공연과 리허설에 집중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환경이기도 하고요. 처음부터 서로 팀워크가 잘 맞아서 이미 여러 번 같이 일해 본 것 같은 자연스러움을 느꼈습니다.”


SFO와 김 동문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선사하는 발전적인 관계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서 얻는 피드백은 그녀가 순수하게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이 과정이 단원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되었기 때문에 매 순간 최고의 호흡을 자랑할 수 있었다. 


훌륭한 예술가들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SFO 음악감독이 된 그녀는 “그간의 경험들이 음악감독 역할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다가올 시간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여성 최초’를 넘어 기억에 남는 ‘지휘자’로 


김은선 동문이 SFO 음악감독으로 취임한다는 소식은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 ‘첫 미국 오페라 여성 음악감독’ ‘금녀의 벽을 허물었다.’ 등 언론의 뜨거운 반응에 대해 그녀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첫 여성 음악감독이 된 데에 감사하지만, 다음 세대에는 그저 뛰어난 ‘지휘자’로 불릴 수 있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김 동문이 지휘자로서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8년 스페인 해수스 로페스 코보스 오페라 지휘대회에서 우승한 후, 2010년 스페인 마드리드 왕립극장 지휘자 여성 최초로 데뷔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여성으로서, 지휘자로서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그녀에게 여자, 동양인, 나이, 외모 등의 사회적 편견이나 약점은 특정한 요소가 아니었다. 오직 음악으로서 승부한다는 신념으로 걸어왔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오케스트라와 작업을 할 때는 모두가 음악에만 집중해요. 음악의 힘은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 더는 성별이나 인종의 문제가 부각되지 않고 함께 하는 단원들과 어떤 음악을 하느냐에서 나오니까요.”





관객 한 명, 한 명에게 오롯이 다가가는 음악 


김은선 동문이 작품을 지휘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과 언어다. 그 나라의 언어를 알아야 그 곡이 왜 그렇게 쓰였는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원하는 해석을 전달하되 연출자와 성악가, 합창,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무대 뒤에서 일하는 스태프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리더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관객에게 감동을 전하는 지휘자로서 그는 2017년 미국 데뷔 무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몇십 년 만에 큰 재해를 불러온 허리케인 하비가 지나간 직후.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겨 시민들이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였다.  


“오페라 극장도 당연히 물에 잠겨 문을 닫은 상태였어요. 하지만 극장에서 컨벤션 센터의 공간을 빌려 간이무대를 설치해서 4주 동안 리허설을 하고 시즌 개막 공연을 할 수 있었어요. 관객들이 오페라에 위로와 감동을 받고 삶의 활력을 얻었다며 시즌을 취소하지 않고 와준 것에 대해 무척 고마워하고 감격하는 모습을 봤을 때 저도 정말 기뻤어요. 음악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성하게 해주는지 다시 한번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






백양로를 걸으며 꿈에 다가갔던 시절 


세계적인 지휘자로 우뚝 선 그녀는 “아주 평범한 연세인”이었다며 학창 시절을 회고했다.


“백양로를 사랑했고, 중앙도서관에서 친구들과 공부하고, 매년 축제를 즐겼어요, 연고전 때마다 열심히 응원도 하고요. 그때는 지금처럼 인터넷을 쉽게 사용할 수 없어서 수강 신청을 하기 위해 동기들과 학생회관 앞에서 밤을 새우던 기억이 나네요.”


초등학생 때부터 연세대를 다닐 거라는 막연한 꿈을 키웠던 김 동문은 그때를 “참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추억했다. 학부 시절 오페라 공연에 참여했던 푸치니의 ‘라보엠’을 지휘할 때마다 동료들과 연습하고 노력했던 시간이 눈앞에 아른거려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김 동문은 지휘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최선과 호기심”을 갖고 꿈을 향해 달려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저는 늘 지금 저에게 주어진 일과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요.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호기심도 중요하고요. 작곡, 지휘, 독일 유학 모두 음악에 대한 호기심과 갈망에서 비롯되었으니까요. 그런 호기심은 아직도 레퍼토리를 할 때마다 전해오는 것 같습니다.”


올해 샌프란시스코 공연 이외에도 뉴욕 필하모닉과 시애틀 심포니 등과 교향곡 연주, 비엔나 국립극장과 LA 오페라, 그리고 지난해부터 수석 객원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 등에서의 공연까지 바쁜 일정을 앞둔 김은선 동문. 


그런데도 그녀가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vol. 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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