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순일 교수, 예측 정확도 높인 새 통계기법 개발

파리기후협약 지켜도 여름철 북극빙하 사라질 수 있어

왼쪽부터 로만 올슨 연구위원, 안순일 교수, 이준이 연구위원(부산대 조교수) 

파리기후협약이 지켜져도 여름철 북극빙하가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안순일 교수(대기과학과)가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기후물리연구단(단장 악셀 팀머만), 부산대 국제공동연구진과 함께 수십 개의 기후 모형들을 고려해 확률 예측이 가능한 새로운 통계 기법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지에 지난 7월 9일 온라인 게재됐다.

이 통계 기법을 적용하면 산업혁명 이전 대비 기온이 2도 상승했을 때, 9월 북극빙하가 완전히 녹을 가능성은 28%로 예측된다. 파리기후협약이 지켜져도 북극빙하 유실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파리기후협약은 전 지구 평균 지표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섭씨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며, 적어도 ‘섭씨 2도 미만’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제적으로 9월에 급격히 녹았다가 3월에 가장 커지는 ‘9월 북극빙하’의 면적을 기후 변화의 척도로 보고 있다. 

직접 측정할 수 없는 미래 기후 변화는 과거 기후에 대한 물리적 이해를 토대로 예측한다. 이때 쓰이는 ‘전(全) 지구 기후 모형’은 대기, 해양, 빙하 등 주요 요소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방대한 양의 수식으로 구성돼 있다. 전 세계적으로 40여 개 이상의 기후 모형들이 있고, 이 모형들은 미래 기후를 서로 다르게 전망한다. 이에 따라 기후 관련 정책 수립 시 수십 개 기후 모형들의 평균값이나 확률분포가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연구는 기후 모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새로운 통계 기법을 고안한 것으로 연구진들은 이 통계를 통해 북극빙하가 사라질 가능성을 수치로 제시했다. 수학자, 통계학자, 기후과학자들이 모여 2년여에 걸친 장기간의 연구를 수행한 결과다. 

기존에 사용된 통계 기법들은 각 기후 모형들이 서로 관련이 없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실제 기후 모형들은 서로 일부 수식을 공유하거나 같은 계산 기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호 의존성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연구진은 이들 기후 모형의 의존성을 배제하는 엄밀한 통계적 방법을 개발했다.

제1저자인 로만 올슨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모형들의 의존성을 고려해 확률값을 산정할 수 있는 수학적 프레임워크가 수립되지 않았다.”며 “이번 통계 기법은 기후 모형 간의 의존성을 고려할 뿐아니라 현재 기후를 실제 관측과 유사하게 모의하는 모형에 가중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교신 저자인 안순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모형 간의 상호 의존성을 최소화하는 수학적, 통계적 이론을 제시하고, 이를 미래 기후 변화 확률 전망에 적용하여 불확실성을 줄인 획기적인 연구”라며 “국내 대표 기후 연구 센터들과의 협력을 통해 수행한 국제 공동 연구로서 수학자, 통계학자, 기후과학자가 모인 보기 드문 융합연구다.”라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연구진은 개발한 새 통계 기법을 31개 기후 모형에 적용했다. 여기에 학계의 온실기체 배출 시나리오 중 가장 높은 배출량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입력했다. 그 결과 산업혁명 이전 대비 전 지구 지표기온이 1.5도 상승에 이르면 9월 북극빙하가 완전히 유실될 확률이 최소 6%에 달하며, 2도 상승에 이르면 그 확률이 28%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공동 저자인 이준이 연구위원(부산대 조교수)은 “이미 전 지구 지표기온이 산업혁명 이전 대비 1도 이상 상승했고, 지금 추세라면 2040년에는 1.5도 상승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연구는 북극빙하 유실 가능성을 수치로 제시해 지금보다 더 엄격한 기후 정책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림 1] 특정 지구온난화 온도 상승 수준에 도달할 시 9월 북극해빙이 완전히 유실될 확률. (제공: Elke Zeller and Roman Ol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