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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연세 뉴스] 박물관, 후기 구석기시대 ‘그물추’ 발견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8-08-08

 

박물관, 후기 구석기시대 ‘그물추’ 발견

강원도 정선 매둔동굴유적서 발굴 진행 

 
 
우리 대학교 박물관(관장 한창균)이 강원도 정선 매둔 동굴유적에서 약 2만 9천 년 전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물추를 발견했다. 이는 인류의 물고기잡이 유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일 가능성을 내포해 고고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박물관은 지난 6월 21일부터 7월 29일까지 약 40일간 강원도 정선군 남면 낙동리 소재 석회암 동굴인 매둔동굴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1층에서 4층까지 형성된 구석기시대 퇴적층을 확인했다. 
 
정선 매둔동굴유적 전경
 
 
구석기시대 지층관계

 

 

그물추 14점과 사람 손가락뼈 등 발견

 
구석기시대 지층에서는 사슴, 노루, 사향노루, 산양, 곰 등의 대형 동물화석과 쥐 종류(갈밭쥐, 비단털쥐) 및 박쥐 등의 소형 동물화석을 비롯해 새 뼈, 물고기 뼈 등의 자연유물 화석이 출토됐다. 또한 구석기 1층의 상부에서는 사람의 손가락뼈가 출토되기도 했는데, 우리 대학교 해부학 연구실 김희진 교수는 “이 뼈는 둘째 또는 셋째 손가락의 3번째 끝마디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공유물로는 주로 석회암 또는 규암을 이용해 만든 뗀석기와 함께 여러 점의 그물추(어망추)가 발견됐다. 인공유물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작은 자갈돌을 이용하여 만든 그물추의 존재로, 그물추의 거의 대부분은 석회암으로 된 작은 자갈돌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현재까지 찾은 그물추는 모루망치떼기(양극타법, 모룻돌에 작은 자갈돌을 올려놓고 그 자갈돌 윗부분을 망치로 때려내는 수법)에 의해 제작된 공통된 특징을 지닌다. 지금까지 구석기 1층(3점), 2층(1점), 3층(10점)에 걸쳐 14점의 그물추가 발견됐으며, 길이는 37-56㎜, 너비는 22-42㎜, 두께는 7-22㎜, 무게는 14-52g 사이에 든다. 
 
구석기 1층의 그물추
 
구석기 3층의 그물추 
 
구석기 3층의 부릿날 석기
 
3층에서는 그물추와 더불어 새의 주둥이처럼 끝을 뾰족하게 만든 석기인 부릿날 석기와 격지 등이 함께 출토됐다. 3층 하부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방사성탄소연대법(시료: 나무숯 조각)을 통해 약 2만 9천 년 전(29,460-28,550 cal BP)에 해당하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이 연대값은 현재까지 매둔 동굴유적에서 발견된 그물추의 상한 연대를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 동안 발견된 그물추 가운데 시기 가장 앞서

 
현재까지 가장 오래된 그물은 핀란드와 러시아의 접경지대에서 발견된 중석기시대의 ‘안트레아 그물(Antrea Net)’로 알려져 있다. 버드나무 속껍질을 이용해 만든 이 그물은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 약 9천 년 전(약 8,300 cal BC)의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후쿠이현의 토리하마 조개더미(패총)에서는 약 1만 년 전의 그물추가 조몽 초창기의 토기와 함께 발견된 바 있다. 청주 사천동 재너머들 한데유적에서는 신석기시대 초기로 추정되는 유물포함층(9,640±80 BP)에서 그물추가 발굴된 바 있다. 
 
지금까지 다른 지역에서 알려진 고고학 자료와 비교할 때, 매둔동굴유적에서 발견된 그물추는 안트레아 그물 및 토리하마 그물추 또는 사천동 재너머들 유적보다 시기가 훨씬 앞서는 후기 구석기시대의 유물로 편년된다. 우리 대학교 박물관은 “이러한 사실은 그물추와 그물을 이용한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물고기잡이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류 역사상 가장 앞선 시대의 어로 활동 증거 될 것 

 
박물관에서는 앞으로 더 많은 연대측정 자료를 확보 및 분석함으로써 인류사에 있어 그물을 이용한 물고기잡이의 출현 시기와 전개 과정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흔히 물고기잡이는 신석기시대의 농경의 시작과 더불어 등장하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매둔 동굴유적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그물을 이용한 어로 활동이 이미 후기 구석기시대에 존재한다는 새로운 사실은 고고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장 발굴 작업 모습 
 
박물관은 “후기 구석기인들은 생활환경에 따라 생계 수단의 차이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둔 동굴유적의 발굴 성과를 통해 한반도의 일부 후기 구석기인들의 식단에 때때로 그물추와 그물을 이용하여 잡은 물고기가 추가될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이것은 앞으로 후기 구석기인들의 생계수단과 먹거리를 복원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즉, 후기 구석기인들은 짐승과 같은 육상자원뿐만 아니라 생활 반경 내에 서식하는 수산자원을 활용할 수 있었던 능력을 갖추었던 것으로 인정되는 셈이다. 요컨대 후기 구석기인들은 이전 시기의 인류에 비해 더욱 다양한 생업수단을 찾았고 실제로 이를 살림살이에 직접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물추와 함께 물고기 등뼈 화석 출토

 
한편, 구석기 1층(11점), 2층(4점), 3층(5점)에서는 20점의 물고기 등뼈 화석이 발견되어 그물추가 물고기잡이와 밀접한 관계를 이루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들 물고기 뼈 화석은 발굴된 모든 흙을 정밀하게 체로 거르는 물체질 과정에서 찾아졌다. 물고기 등뼈 화석의 형태와 크기는 참마자(메자) 또는 피라미 등 개울에 서식하는 물고기류와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구석기 1층의 물고기 등뼈
 
발굴된 흙을 물체질로 거르는 모습 
 
버드나무 껍질로 엮어 묶은 그물추 
 
현재 매둔 동굴유적 바로 앞으로 흐르는 지장천에는 피라미, 참마자, 버들치, 쉬리, 산천어, 모래무지, 송어 등이 살고 있는데 송어와 같이 비교적 큰 물고기의 등뼈는 이번 발굴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매둔 동굴유적에서 출토한 그물추의 가벼운 무게로 볼 때, 대체로 얕은 물가에서 작은 물고기를 잡는 데 필요한 소형 그물이 이용되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둔 동굴유적 주변에는 버드나무와 노방덩굴(Celastrus orbiculatus)이 서식한다. 이들 식물의 속껍질은 질긴 편이어서 긴 노끈을 만드는 데 이용될 수 있다. 박물관은 “발굴을 하면서 실험한 결과, 이 식물들의 속껍질로 엮어 만든 노끈으로 현장에서 제작한 그물추를 묶어 보았는데 별다른 불편함이 없었다. 앞으로 진행될 꽃가루(화분) 분석의 결과는 그물추를 매달았던 후기 구석기시대 그물의 원료 식물 종류를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vol. 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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