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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창업톡톡] “세상이 떨 때까지 꼴값을 떨어라”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8-02-28

“세상이 떨 때까지 꼴값을 떨어라”

 

‘체인파트너스’ 표철민 대표

 

오늘날 창업은 학생들에게 막연한 꿈이 아닌 하나의 진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현실에 발맞춰 연세소식은 창업톡톡을 통해 창업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연세 동문들의 생생한 이야기와 경험담을 전하고 있다. 이번 창업톡톡에서는 블록체인 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거듭나고 있는 표철민 대표(언홍영 04)를 만나보았다.

 

 

1. 체인파트너스는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가요?

 

A. 저희 회사는 블록체인, 즉 암호화폐 회사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이렇게 회사를 만드는 회사를 ‘컴퍼니 빌더’라고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컴퍼니 빌더가 아직 생소하지만, 이미 해외에는 컴퍼니 빌더라는 모델이 성공적으로 정착해 있어요. 일본의 ‘소프트뱅크’, 워렌버핏이 만든 미국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대표적인 컴퍼니 빌더입니다. 독일에 ‘로켓인터넷’이라는 회사가 있는데, 그곳이 저희 같은 컴퍼니빌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죠.

 

2. 언뜻 듣기에는 투자 회사 같기도 한데, 어떤 점에서 다른가요?

 

A. 투자 회사는 말 그대로 자금만 투자하는 반면, 컴퍼니 빌더는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사업을 같이 해나간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분도 1%에서 100%까지 굉장히 탄력적으로 가져가게 되죠. 쉽게 말하면 투자 회사보다 훨씬 더 깊게 관여한다고 보면 돼요. 투자만 하는 것보다 리스크에 더 직접적으로 노출되지만, 중앙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다 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3. 최근 화두로 떠오른 블록체인 기술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A. 블록체인 기술은 크게 두 가지 일을 할 수 있어요. 첫 번째로는 누구나 서버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일이예요. 그래서 돈 없는 대학생들이라도 유튜브나 구글에 대적할 딥러닝 서비스를 만들 수 있죠. 원리는 간단해요. 놀고 있는 PC들을 붙여서 서버를 대신 만들어주는 거죠. 사람들 입장에서는 컴퓨터를 계속 가동시키는 데 드는 전기료보다 가동시켜서 코인을 더 많이 벌 수 있으면 기꺼이 컴퓨터를 제공하는 거죠.

 

두 번째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모든 미들맨, 즉 중계자들을 없앨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가 은행에 돈을 넣는 이유는 뒤통수 맞을 염려가 없기 때문이에요. 부동산도 매매 계약을 좀 더 믿을만하게 하려고 이용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중계자가 많아질수록 수수료도 높아지고, 거래도 복잡해진다는 게 문제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한 겁니다. A랑 B랑 직거래한 내역을 수십만 대의 컴퓨터가 감시하고, 그 모든 컴퓨터가 동의해야 거래가 이뤄짐으로써 인류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직거래 방식이 가능해진 셈이죠. 이것을 소위 ‘무신뢰 중개’라고 불러요.

 

4. 업계 전문가로서 비트코인 열풍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지나친 과열인건 사실이죠. 그렇지만 그 과열 안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나타나서 신흥 부자가 탄생해요. 실제로 저는 매일 그런 장면을 목격하고 있어요. 예전에 이른바 ‘닷컴버블’ 이후로 이런 시대는 처음이에요. 20대 개발자가 갑자기 프로그램과 코인 하나로 몇백억, 조 단위로 자산을 모으잖아요. 인류 역사상 왕이나 정부를 제외하고 돈을 만들어본 사람은 지금 인류가 처음인거죠. 그렇기 때문에 과열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이 시대를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야 해요. 불과 1년 정도 지나면 이 기회의 문은 닫힐 것이고, 여기서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힘들겠죠.

 


5. 그렇다면 대표님께서 블록체인 분야에 매료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인터넷에 관심이 많았어요. 중3 때 첫 창업을 시작한 이후부터 늘 인터넷과 관련된 일을 했어요. 2005년쯤 대학교 2학 때였나, 군대와 창업 중에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도 마치 지금처럼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위키피디아와 유튜브가 생겨나던 때였거든요. 그때 그 웹 2.0 시대에 매료돼서 창업했었던 게 계속 이어져 휴학과 학기를 반복하면서 오랜 시간 청년 사업가로 살았어요.

 

그 이후 운영하던 회사들을 매각하고, 군대에 있는 동안 다음 사업 아이템을 찾는데 블록체인이 눈에 들어왔어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일본 프로그래머는 이미 8년 전에 만들고 홀연히 떠났는데 우리는 이제야 주목한 거죠. 기술과 사회공학이 집약된 이렇게 엄청난 기술을 놓치고 있었다니 아차 싶었죠. 원래 그 당시에 저는 다음 키워드는 아시아 신경제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진짜 중요한 블록체인을 못 보고 있었던 거예요. 조금 늦은 만큼, 열심히 해야죠. 1년 동안 회사를 성장시키면서 좋은 인재들이 함께 하게 됐는데, 그중에는 한국은행에서 일하다가 온 사람부터 몇 백대 일의 확률로 애널리스트가 됐던 사람도 있어요. 그 말은 결국, 이 블록체인 분야가 앞으로 얼마나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인지를 말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6. 대표님께서는 창업에 있어서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CEO의 의지와 사람, 이렇게 두 가지를 꼽고 싶어요. 어차피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는 스타트업 때에는 모든 게 불확실성이거든요. 시장의 변화도 함께하는 사람들의 변심도 다 확실하지 않아요. 함께 하는 사람들이 제일 중요하지만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오로지 내가 100% 컨트롤할수 있는 것은 본인의 의지죠. 딱 그거 하나만 잘 통제해도 기회는 찾아오더라고요. 좋은 사람이랑 헤어져서 아무리 상심하다가도, 포기하지 않고 찾다보면 한 명씩 찾아와서 회사가 앞으로 굴러가게 돼요. 가장 중요한 본질은 CEO의 의지, 나머지는 다 운일 뿐이죠.

 

 

7. 그런 면에서 대표님께서는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요즘의 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세 가지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조금 오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비전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뭔가를 창의력 있게 하는 사람이고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면서 불굴의 의지를 가진 사람인 것 같아요. 성격도 별로고, 단점도 물론 많지만 일단 딱 지금 저의 장점은 그런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8. 대표님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A. 내가 좋아하는 이 분야에서 내가 있음으로서 한 층 개선시켰다고 인정받고 싶어요. 그런데 그게 남들의 평가라기보다는 내가 나중에 2018년을 돌아 봤을 때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보고 당당하고 싶어요. 자기 삶은 자기가 기억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앞으로 또 다른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을 찾아서 발자국을 남겨야겠죠.

 

 

9.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으신 말은 어떤 건가요?

 

A. 제가 군대에 가기 전에 읽었던 기사 제목 중에 이런 게 있었어요. ‘꼴값을 떨어라, 세상 떨 때까지’. 저는 정말 꼴값을 떨면 안 되는 시대에 제일 꼴값을 떨면서 살았어요. 그래서인지 상상도 못할 만큼 시기 질투도 많았고, 어딜 가도 ‘꼴값 떤다’는 말을 듣고 살았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방송 출연, MC, 정치, 강연까지. 20대 내내 하고 싶다고 생각한 일들은 누가 뭐라든 다 해봤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다 해봐야 정말 나에게 어떤 일, 어떤 적성이 맞는지 알 수 있어요. 저도 그 때 다 해본 덕분에 제 천직이 사업가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꼴값도 잘 떨면, 뒷담화는 금방 수그러들어요. 아무리 욕먹어도 후배들이 그렇게 살면 좋겠어요. 그래야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 수 있거든요.

 

또 한편으로는, 블록체인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앞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왜 한국은행을 그만두고 1년밖에 안 된 저희 회사의 문을 두드리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세요. 2년만 공부해서 잘만 이해하면 부르는 게 값인 이 거대한 시장에 많이들 도전하길 바랍니다.

 

vol.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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