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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창업톡톡] 소리 너머에 있는 평등의 가치를 전하는 따뜻한 기술 - 이상헌 '보이스루' 대표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7-12-03

소리 너머에 있는 평등의 가치를 전하는 따뜻한 기술

 

 

이상헌 / ‘보이스루’ 대표

 

오늘날 창업은 학생들에게 막연한 꿈이 아닌 하나의 진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현실에 발맞춰 연세소식은 창업톡톡을 통해 창업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연세 동문들의 생생한 이야기와 경험담을 전하고 있다. 이번 창업톡톡에서는 청각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자동 대필 서비스를 개발하는 ‘보이스루(VoiThru)’의 이상헌 (응용통계 11)를 만나보았다.

 

1. 보이스루(VoiThru)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보이스루는 청각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음성 인식 자동 대필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장애인 교육 분야는 정부에서 매년 국비 540억 원가량을 지원하는 큰 문제인데, 실상은 대필 봉사 위주로만 이루어지고 있어요. 하지만 봉사로만 이루어지다보니 필기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내용을 빼먹거나 친구가 결석할 수도 있고, 그마저도 봉사하는 친구들보다 필요로 하는 친구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들이 따르는 걸 알게 됐어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만든 것이 보이스루입니다.

 

2. 자동 대필은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나요?

 

 A. 과정은 생각보다 아주 간단해요. 먼저 교수님께서 강의하시는 교탁이나 강단에 마이크를 설치하면, 그 마이크가 실시간으로 음성을 인식합니다. 그럼 그 인식된 음성이 저희 웹사이트와 연동돼 필기 형태로 바뀌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음성정리 기능을 통해 핵심이 되는 내용을 뽑아낼 수도 있어요. 이렇게 되면 교수님께서 중요하다고 말씀하셨거나, 강조하신 부분도 체크되고, 빠진 내용도 없이 완전해지는 거죠.

 

3. 평소에도 장애인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계셨나요?

 

A.  제 친한 친구 중에 장애인 인권에 관심도 많고 적극적으로 공부하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와 많은 얘기를 나누다보니 자연스레 문제의식을 갖게 됐던 것 같아요. 그러던 차에 제가 배운 ‘머신러닝’ 기술을 계속 개발하면서 문제도 해결할 방법으로 창업을 계획하게 됐죠. 보이스루라는 이름도 그 친구가 지어준 거예요. 사람의 말이라는 것이, 소리의 형태로 전달되지만 사실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나누는 거잖아요. 그래서 소리를 통해 의미를 전하는 사람들이 되자는 뜻으로 지어준 이름입니다.

 

4. 그렇다면 창업을 본격적으로 계획한 시점은 언제쯤이셨나요?

 

A.  아무래도 ‘인사이더스(Insiders)’라는 연·고대 연합 창업학회에서 여러 친구들을 만나면서 창업이 구체화됐던 것 같아요. 그때 친구들과 제가 가진 문제의식을 공유했고 제가 기술적인 부분은 담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진행하게 됐습니다. 이후에 사회적 협동조합, 서대문 농아인복지관 분들을 만나면서 아이디어가 점점 더 구체화됐어요.

 

아이디어에서 창업의 형태로 완전 탈바꿈한건 창업열정대회에서였어요. 처음에 아이디어 하나만 갖고 예선전에 나갔는데 그때는 창업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였어요. 그렇다보니 심사위원들한테서 ‘그것은 프로젝트지, 창업이 아니다’라는 피드백도 들을 정도였죠. 그때 대회 측에서 창업 멘토를 한 명씩 연결해줬는데, 뉴로어소시에이트의 김윤희 대표님이셨어요. 대표님의 조언을 듣고 함께 대화하면서 프로젝트와 창업의 차이를 알 수 있었어요. 창업의 핵심은 어떻게 계속 성장해나갈 것인지였죠. 그래서 같은 주제에서 조금씩 바꿔가면서 프로토타입을 완성할 수 있었고, 그 프로토타입으로 모두의 공감을 사 우승까지 거머쥘 수 있었어요. 그때 제 발표를 듣고 많은 분들이 ‘정말 필요한 기술이니 꼭 잘 됐으면 좋겠다’는 격려와 응원을 참 많이 해주셨는데, 그때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5. 음성정리 기능이 굉장히 인상적인데, 꼭 필요한 기능인 동시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 같아요.

 

A.  네. 음성정리 기능을 구현하는데 두 가지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우선 ‘정리’를 어떻게 정의해야할 지에서 오는 막연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정리는 요약이랑 달라요. 주제문을 뽑아내는 기술은 많이 진행된 상태인데, 정리는 세부적인 내용들까지 빠지면 안 되게 하는 작업들은 지금껏 시도된 적 없던 기술이거든요.

 

여기서 더 나아가면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어요. 아무래도 구어체와 문어체가 다르다보니 교수님들의 말투, 구어체를 인식하기가 까다로워요. 주로 구글과 같은 포털 사이트에 저장된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작업해야하기 때문에 구어체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변환시켜 서비스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죠. 그렇지만 가장 어려운 점은 수업 내용 중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주관적이기 때문에 그 저마다의 간극을 줄여나가는 점인 것 같아요.

 

6. 회사를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어떤 것들이었나요?

 

A.  실질적인 어려움들이 있죠. 아이디어 과정에서는 비즈니스나 수익적인 측면을 생각하지 않았는데 직접 회사를 운영하려니 금전적인 부분도 절대 무시 못해요. 또 팀원 모두가 처음에 먹은 마음과 동기를 계속 갖고 나가는 것도 어려운 것 같아요.

 

또 기본적으로 장애인 인권이라는 것 자체가 예민한 이슈다 보니 생각 이상으로 엄청나게 공부해야했던 점도 어려웠어요. 단어 하나하나가 갖는 의미에도 세심하게 신경 쓰면서 저와 팀원들도 많이 배울 수 있던 것 같아요.

 

7. 창업을 꿈꾸는 후배나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A.  제가 안일하게 생각했던 두 가지를 조심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먼저 내가 공감하는 문제의식도 중요하지만 내가 줄 수 없는 가치이거나 이미 사회에 너무 많이 나와 있는 아이템은 피하는 것이 좋아요.

 

또 창업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어요. 생각과 실제는 다르니까요. 처음부터 내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지 말고 그냥 한번 경험해본다는 생각으로 하면 좋겠어요. 그러면 더 여유롭고 건강한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겁니다.

 

 

8. 마지막으로 보이스루의 최종 목표를 듣고 싶어요.

 

A.  저희는 모두가 동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최종적으로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똑같이 저희 서비스로 편하게 필기할 수 있는 게 목표입니다. 보이스루를 준비하면서 만난 한 친구의 말이 생각나요. “장애인들을 도와주는 기술, 기계를 만들기보다 모두를 동등하게 만들어주는 것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평등이다.” 특정 사람들만을 도와주는 것은 일종의 주홍글씨잖아요. 보이스루가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취재 : 김회진 학생기자)

 

vol.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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