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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특별 기고] 희귀난치성 환자들의 특별한 졸업식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7-03-07

희귀난치성 환자들의 특별한 졸업식
 
이색적인 졸업식을 하는 곳이 있습니다.
 
졸업생을 호명하면 졸업생이 단상으로 올라가는 대신 수여자가 졸업생 앞으로 다가갑니다. 졸업생은 손을 겨우 움직이거나 아예 움직이지 못해 안구 움직임을 이용한 마우스로 소통하는 희귀난치성 신경근육 환자들입니다. 입학생을 위한 입학식도 함께 진행됩니다. 이들은 선물을 받는 것도 꽃다발을 받는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다가가야 합니다. 학생들이 몸이 불편하니 다가가는 것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축하의 선물을 주기 위해 다가가는 것이 아닙니다. 사지마비 상태에서 호흡마저도 약해 매일 일정 시간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이들의 의지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다가서는 것이기도 합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6년 전부터 행해지고 있는 특별한 졸업식·희망의 입학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숨을 쉰다는 것은 의식도 못할 만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호흡을 매일 고민해야 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근육의 힘이 서서히 약해져가는 희귀난치성 신경근육 질환, 특정 시기에 도달하면 호흡근육도 약해져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만 하는 질환입니다. 일상으로 일어나는 일을 고민해야 하는 것은 힘든 일임이 분명합니다. 우리는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일을 가장 극복해야 하는 짐으로 지고 매일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분명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인공호흡기를 매일 사용하며 호흡재활을 받아야만 하는 중증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회에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심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들이 비록 육체적으로는 도움을 받을지라도 우리에게 희망을 품게 하고 해낼 수 있다는 무한한 가치를 가르쳐주는 이 사회의 중요한 한 축이자 구성원이라는 것을 우리는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환우들은 일반인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사회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우리는 보아야 합니다. 느껴야 합니다. 적절한 의료적 관리가 이루어지고, 경제 사회적인 여건만 어느 정도 갖추어진다면 많은 환자들이 이들처럼 우뚝 설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아가 이 사회가 관심을 가지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관심이 시작이고 관심이 희망인 것입니다.
 
지난 수개월간 우리는 참 허탈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의한 축에 부정 입학과 졸업이 있었습니다.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들에게 좌절과 분노를 느끼게 했으며 그 과정이 자세히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허탈감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제도나 규정의 틈을 이용하고, 남을 무시하고, 어떻게든 요령을 부려 쉽게 취하려 하고, 권력을 이용해 사회 불합리를 조장한 욕심과 독단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늘 그랬듯 항상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불합리한 사회의 인식이나 시스템도 극복하고 어렵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고 이들 곁엔 또 이들을 위해 희생하고 배려하는 누군가가 있는 그런 다른 모습도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좌절과 허탈감 대신 좀 더 분발할 수 있는 다짐과 용기를 주는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그들에게 일상의 졸업식이나 입학식처럼 늘 ‘받으러 오라’고만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들은 항상 손을 내밀고 있었고 늘 우리에게 주고 있었습니다. 아쉬울 때만 주변을 되돌아보고, 우연히 관심을 가지게 될 때만 보았기에 우리가 필요할 때만 받은 것이었습니다. 이 특별한 졸업식·입학식에는 우리도 주고, 그들도 주고, 서로가 주는 아름다운 모습이 있습니다.(관련기사 50p)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소장 강성웅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
 

 

vol. 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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