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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Academia] 파도 칠 때가 바로 서핑하기 좋은 시간이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6-12-05

 
파도 칠 때가 바로 서핑하기 좋은 시간이다!
 
나정은 교수(학부대학)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인근 해저에서 규모 9.1 강진과 함께 초대형 쓰나미가 발생했다. 지진 발생 15분 후 쓰나미가 수마트라 서부 해안을 강타했고, 그로 인해 11개국에서 20만 명 이상의 사상자와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진 발생 전 바닷물이 약 2.5킬로미터 빠지는 것과 같은 자연의 경고를 읽어낸 일부만이 이 재앙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다.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핵심 의제는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였다. 세계경제포럼을 이끌고 있는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회장은 최첨단 기술의 융합으로 인류의 생활수준이 향상될 것이라는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을 처음 제시한 사람이다.
 
그는 “이전 1·2·3차 산업혁명과 달리 4차 산업혁명은 그 변화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고 일하고 있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 혁명의 직전에 와 있다. 이 변화의 규모와 범위, 복잡성 등은 이전에 인류가 경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라면서 4차 산업혁명을 “쓰나미와 같다.”고 표현했다. 그의 말처럼 어떤 조짐도 없이 갑작스레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4차 산업혁명. 우리는 이 ‘문명의 예고’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누군가는 우리를 IT강국이라 부른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고 언제 어디서건 무선 연결이 가능한 상황만을 두고 IT강국이라 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클라우드(Cloud), 인공지능과 같은 말은 넘쳐나지만 이것들을 창의적으로 적용하고 사용하는 사례는 주변에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우리 대학교는 2015년 4월 CT(Computational Thinking)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국내 최초로 전체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컴퓨팅적 사고력 교육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2015년 7월 정부가 ‘SW 중심사회 실현 전략’에 따라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하는 SW 중심대학 사업에 부응하여 많은 대학이 해당 교육과정 개발에 나섰는데, 연세대학교가 한 발 앞서 과감한 시도를 시작한 것이다.
 
그에 따라 우리 대학에서는 2015-2학기 ‘Computational Thinking’(1학점) 과목을 RC HE2영역 교과로 개설하여 프로토타입 형식의 과목으로 시행했다. 나아가 한 학기 동안의 수업 경험과 학생들의 피드백을 통해서 교과과정을 보완해 2016년도부터 필수교양, 논리와 수리 영역에 ‘컴퓨팅적 사고와 문제해결’(3학점) 과목을 개설 운영 중이다. 2017년부터는 필수교양 SW영역을 신설하고 ‘컴퓨팅적 사고와 SW 프로그래밍’(3학점) 과목으로 보완하여 주당 수업 2시간, 실습 2시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컴퓨팅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란 컴퓨터 과학의 이론과 기술, 도구를 활용하여 실세계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체계를 뜻한다. 컴퓨팅적 관점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컴퓨팅 기술을 활용한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자네트 윙(Jeannette Wing)에 따르면 컴퓨팅적 사고는 21세기에 사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기술이며, 3R 즉 읽기(Reading)·쓰기 (wRiting)·셈하기(aRithmetic)와 더불어 반드시 배워야 하는 영역이다.(Communications of the ACM, Vol. 49, No. 3, March 2006, pp. 33–35.) 어떤 이는 컴퓨팅적 사고를 pRogramming 이란 단어를 이용해 4R로 표현하는데, 이는 ‘컴퓨팅적 사고’라는 개념을 소프트웨어적 관점으로만 이해하여 표현하는 것일뿐, ‘컴퓨팅적 사고’라는 말의 의미를 다 담아내지는 못한다.
 
컴퓨팅적 사고를 정규 교육과정에 처음 도입한 나라는 영국, 미국, 이스라엘 등으로 K-12(초중고) 교육과정에서부터 컴퓨팅적 사고를 적극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컴퓨터과학 영역에서는 물론이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영역에서도 컴퓨팅적 사고의 개념을 적용한 문제해결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교육부가 ‘초·중등 소프트웨어 교육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고, 초등
학교는 2017년부터 중학교는 2018년부터 소프트웨어(SW) 교육이 의무화된다. 특히 중학교의 경우, 확대 시행되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SW분야 진로교육이 강화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교육과정을 확정하고 교재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2018년 이후에는 SW과정이 정규 교과과목으로 편성될 예정이다.
 
이 같은 변화는 대학에 발 빠른 대응을 요구한다. 2020년 이후에는 초·중등과정에서 정규 교과과정으로 SW교육을 경험한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게 되므로, 대학에서는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신입생들을 교육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향후 진행될 대학에서의 컴퓨팅적 사고 교육의 목표과 방법은 어떠해야 할까.
 
컴퓨팅적 사고 교육의 목표는 기존의 컴퓨터 언어를 가르치거나 컴퓨터의 응용 도구적 기술을 가르치는것에서 탈피하여, 실제로 컴퓨터가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알게 하는 데 있다. 한 학기 배우고 마치는 과정상의 교과가 아니라 이 과목을 통해 IT의 역할을 새롭게 인식하고 IT를 응용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각자의 전공과 융합하여 싹 틔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70년대 후반 또는 80년대 초반 대학에 입학했던 이공계 학생들은 이유도 모르는 채 컴퓨터 과목을 필수교과로 배워야 했다. 컴퓨터 언어를 익히고, 그 언어를 이용하여 프로그래밍을 해야 했다. 새로 배우는 언어의 기초문법을 익히기에도 버거운데 회화까지 구사해야 하는 상황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한 학기는 기본적인 컴퓨터 관련 지식을 쌓기에도 짧은 시간인데 부담스러운 프로그래밍 과제까지 수행해야 했던 것이다. 그 결과 힘들게 과제 수행을 마치고 나면 대부분 컴퓨터의 세계로 눈조차 돌리지 않게 되었다.
 
과거의 컴퓨터 관련 교육이 범했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컴퓨팅적 사고 교육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Teaching 관점에서 Learning 관점으로의 전환 노력이 필요하다. 교실에서는 IT세상의 많은 사례를 보여주고, 이를 개념적으로 이해할 뿐만 아니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알게 해야 한다. 프로그래밍의 기술을 익히거나 컴퓨터 이론을 배우고 이해하는 선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융합의 관점에서 IT를 통한 창의적 발상을 자신의 전공 영역에 어떻게 적용할지 아이디어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배우고 대학이 가르쳐야 할 것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컴퓨터 지식을 활용하여 비즈니스 시나리오에 어떻게 적용되도록 할 것인가 알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나아가 어떤 전공 분야, 어떤 산업 분야라 하더라도 컴퓨팅적 사고를 통해 문제해결에 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렵게 느끼는 컴퓨터 교과 내용을 조금 낯설지만 즐거운 학습 경험으로 전환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학생들의 학습동기에 부합하면서, 컴퓨팅적 사고로 접근하여 배운 것을 자신의 전공영역에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긍정적인 자기 피드백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기술 교육이 아니라 능력 함양 중심의 교과과정으로 IT/SW교육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2016년 10월, 학부대학에서는 2017년 이후의 SW교육에 대비하여 우리 학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SW과목 개설에 대한 설문’을 시행했다. 재학생 전체 응답률은 31.3%로, SW기초과목을 개설하면 수강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65.3%의 학생들이 수강하겠다(반드시 수강할 것임 20.4%, 수강할 것임 44.9%)고 응답했다. 설문 전 예상했던 수치보다 훨씬 더 높은 긍정적인 결과이다. 학생들 스스로도 변화하는 세상의 움직 임에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듯하다.
 
학부대학 SW과목 개설에 대한 설문
 
한편, 설문조사 결과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의 경우 컴퓨터 관련 과목 이수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SW교육과 관련하여 의견이 있다면 자유롭게 기재하라는 물음에 242명(기타 응답자의 41.9%)의 학생들이 교육과정 개설 시 문과생들의 수준을 고려한 수준별 강좌, 소규모 강좌, P/NP 과정으로의 강좌 개설을 요청했다. 하지만 실제 수업에서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는 인문사회계열 학생과 이공계열 학생 간에 큰 차이는 없었다. 오히려 열심히 공부하는 인문사회계열 학생의 시험 성적이 더 우수한 경우도 많았다. 다만, 이공계열 학생들은 수학, 물리, 화학 등 다른 교과과정에서 배운 절차적인 순서의 전개에 익숙한 반면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은 이런 훈련이 덜 되어 초기의 적응이 다소 더뎠을 뿐이다. 이는 능력의 차이라기보다 경험의 차이이기 때문에 쉬운 연습부터 반복학습을 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2018년부터는 문과·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이 실시되니 이러한 염려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파도가 밀려올 때 준비된 사람은 파도에 몸을 맡기고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 오늘의 사회, 기술, 지식의 상황과 변화를 인지하고 이에 맞춰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다. 학생들이 시대가 요구하는 지식을 습득하고 운용하는 융합적인 능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나아가 맞닥뜨린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배운 지식을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능력을 함양시키는 것, 이것이 SW영역이 기초·교양교육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다.
 
 
 
 
 
 
 
 
 

 

vol. 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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