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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Academia] 인공지능, 미녀와 야수의 두 얼굴: 김왕배 교수(사회학과)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6-03-30

인공지능, 미녀와 야수의 두 얼굴

 

김왕배 교수(사회학과)

 

 

세기의 바둑대결에서 ‘인간 이세돌’이 ‘기계 알파고’에 일승을 거두던 날, 위대한 인간 승리를 외치며 감읍하는 장면은 당혹스럽다 못해 연민을 느끼게 한다. 구글 회장은 이 대국을 ‘집단지성’ 대 ‘개인지성’의 대결로 규정하면서 인공지능은 인류사회의 미래 문명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장밋빛 미소를 지었다. 일부 과학전문가들은 내심 인공지능의 진화 속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인공지능이 우리와 ‘아름다운 동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이 악마의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느니, 인간이 기계의 노예가 될 것이라느니 하는 걱정은 한낱 호들갑 떨기를 좋아하는 비판가들의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시대 … 일자리 경쟁 가속화될 것

 

인공지능의 시대에 우리 삶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당장 가까운 시일 내에 닥쳐올 상황은 일자리 경쟁이다. 18세기 산업혁명과 함께 공장에 도입된 기계가 수많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자 성난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하는 이른바 ‘러다이트’ 운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기계는 오히려 제조업분야를 급속히 확장시켜 과도기적 혼란이 끝난 후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이후 후기산업사회에 이르러 기계가 자동화된 로봇으로 대치되면서 많은 제조업 분야의 노동자들은 3차 서비스 산업분야로 이동하게 된다. 비록 제조업 분야에서는 자동화된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았지만 대신 3차 서비스 산업분야라는 매우 광활한 일자리 영역이 그들을 흡수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인공지능이 바로 이 서비스 영역을 치고 들어오고 있다. 물론 인공지능과 연관된 일자리가 생겨나겠지만 인간으로부터 빼앗아가는 일자리가 훨씬 많을 것이다. 다보스포럼에서는 2020년까지 5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 과학자는 일반사무직이나 행정사무원, 관리인, 조립공, 점원, 제빵공, 측량사, 택시 운전사 등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거나 열등한 지위가 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물론 이길 가능성이 큰 직업으로 아나운서, 영화감독, 클래식 연주가, 디자이너, 사회학자, 만화가 등을 들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단순서비스 업종의 일자리 대체에 국한 될 것이라는 생각은 큰 착각이다. 인공지능은 고도의 지능이 필요한 전문직을 잔뜩 노리고 있다. 법적 판례의 빅데이터가 입력된 인공지능이 스스로 자가 학습을 통해 매우 정확한 판단력을 내린다면 법률시장에 종사하는 많은 전문직종들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교육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의료서비스 또한 마찬가지다. 설령 판사나 변호사, 의사가 인공지능과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보다 엄정한 판결과 정밀한 진단 및 치료를 한다고 해도 결국 인공지능의 최종 판단에 의존하게 될 것이고, 소비자들은 사람보다 기계의 지침을 더욱 신뢰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먼 훗날의 애기일까? 바로 얼마 전 영국의 최대국영은행인 로열뱅크(RBS)는 투자 및 보험자문인력 550명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고, 전문가들은 향후 20년 안에 영국 일자리의 35%가 로봇으로 대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양의 빅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고 정학한 예측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감성과 감각, 의식이 없기 때문에 고도의 예술적 창작만큼은 범접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가고 있다. 인공지능은 고흐의 회오리바람 그림을 교묘하게 변형하기도 하고 이미 색감과 구도가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 판매를 하고 있다. 또한 인간의 심금을 울리는 작곡을 하고 있는가 하면 로봇으로 구성된 록 밴드가 활동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53개의 로봇 손을 가진 인공지능이 가장 난해한 피아노곡을 연주할 참이다. 또한 엊그제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이 쓴 소설 두 편이 한 신문사가 주최하는 공상과학 소설 공모전에서 예심을 통과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공지능은 작곡, 회화, 연기 등 예술 판에도 깊숙이 간여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로보 사피엔스’의 출현에 대비해야

 

그렇다면 우리는 일자리를 찾아 어디로 가야하는가? 인공지능이 우주, 의료, 공학, 예술 등 모든 산업 분야의 신(新)성장 동력이니 새로운 일자리를 계속 창출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현재 기술 수준의 산업구조 속에서도 늘어나는 청년실업과 비(非)품격 노동의 단순일자리 문제도 해결할 길이 막막한 실정인데 말이다.

 

그동안 과학기술 자체는 가치중립적인 것이므로 문제는 결국 과학기술을 이용하는 사람에 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즉, 조지오웰의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처럼 과학기술을 악용하는 것은 사람의 문제이지 과학기술 그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이와 차원이 다르다. 알파고처럼 두뇌신경계와 몬테카를로 알고리즘을 가진 인공지능 로봇은 ‘딥 러닝(deep learning)’이라는 반복 강화학습 및 연산능력을 극대화하고, 마침내 스스로 생각해 판단하는 자율능력을 지녔다. 인간이 만들었으나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활보하는 ‘로보 사피엔스’라는 새로운 종의 출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발맞추어 3D 프린터가 널리 보급되면 대량출산(?)의 길도 열려있다.

 

더구나 DNA 게놈프로젝트의 완성과 함께 우리 신체의 일부가 ‘생명자본’이 되었듯 오늘날 과학기술은 무한대적 시장가치를 겨냥하고 있다. 무려 2천조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되는 인공지능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 국의 정부와 기업들이 숨 가쁜 경쟁을 하고 있다. 컴퓨터가 첨단 지식정보를 활용해 인간에게 자신의 수정란을 주입함으로써 로봇-인간의 아이를 낳는다는 ‘프로메테우스’의 영화나, 로봇이 한 여인을 사랑하고 결혼해 인간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쟁취하려한다는 ‘바이센테니얼 맨’의 로봇 공상영화가 한낱 허구에만 그친다고 볼 수 없다. 과학에 대한 인간의 도전은 순수한 열정을 넘어 오래전 신의 정원을 침범했기 때문이고 공상은 때가 되면 언젠가 완성되어 왔기 때문이다.

 

vol. 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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