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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연세 뉴스] 18대 총장 취임사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6-02-02

연세, 미래 100년을 향한 새로운 도전

 

존경하는 김석수 이사장님, 이사님, 전임 총장님,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저는 지금 이 순간 언더우드와 알렌, 에비슨 선교사님이 제물포항에 첫발을 디뎠던 순간의 심정을 상상합니다. 이 분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어둡고 절망의 땅이었던 조선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첫 발걸음을 내디뎠을 것입니다. 이들의 도전은 한 줄기 빛으로서 대한민국 근대화의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저는 오늘 선교사님들의 두렵고 떨리던 바로 그 마음으로 총장으로서의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연세대학교가 우리나라 고등교육에 대해 갖는 무거운 교육적, 사회적 책무가 제 어깨를 짓눌러 옵니다. 저는 연세대학교를 도약시키고 나아가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131년 전 선교사님들이 미지의 세계에 도전할 때처럼, 오늘날 우리 대학도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의 소용돌이 속에서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정보통신수단의 발달은 대학의 교육과 연구의 환경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아직도 산업사회의 틀 안에 갇혀 변화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대학은 지금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저는 연세대학교의 총장으로서 연세대학을 바꾸고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비전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앞으로의 100년을 향해 ‘미래를 이끌어 가는 대학’의 초석을 쌓겠습니다. 저는 대학이 도전해야 할 과제 중에서 세 가지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첫째, 100세 시대에 대비하여 교육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는 의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하여 장수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올해 선발된 학부 신입생들은 2100년까지 살아갈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잠시 2100년이 어떤 사회가 될지를 상상해보십시오. 우리 학생들이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평생 어떤 사회에서 살아갈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과학계에서는 2045년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면 우리 신입생이 50세쯤 될 것이고, 그들은 그 후에도 50년을 더 살아갈 것입니다.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사회에서 살아갈 우리 학생들에게, 현재 수준의 전공지식만을 가르쳐 졸업시키는 것은 시대착오적일 것입니다. 스펙쌓기와 젊음을 맞바꾸고, 점수가 지성을 지배하는 현재의 모습으로는 미래의 인재들을 키워나갈 수 없습니다. 이들이 평생 사용할 수 있는 내용을 가르쳐야 합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시대가 와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사고능력을 가르쳐야 합니다. 저는 그것이 문학-역사-철학에 근거한 기초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2100년까지 살아갈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생각하는 능력, 상상력, 그리고 창의력입니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인재를 키워내려면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저는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그런 방향으로 바꾸려 합니다.

 

이 작업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학부대학과 원주캠퍼스의 1학년 학생들의 교육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우리 학생들은 새로운 교육과 기숙형 대학(Residential college)에서의 경험을 통해 창조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울 것입니다. 어떤 학생들은 이를 창업 아이디어로 연결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대학은 이들의 아이디어에 경쟁력을 부가하여 세계시장을 겨냥한 창업을 지원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사회문제를 도전적으로 해결하는 인재가 배출되리라 믿습니다.

 

둘째, 대학은 네트워크 사회에 대응해야 합니다.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가 경쟁력의 원천이 됩니다. 지식은 이질적인 다른 지식과 연결되면서 새로운 지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물리학은 나노기술에 핵심적인 이론과 기술을 제공하면서 순수과학과 응용기술의 벽을 허물었습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 이전에는 상상치 못했던 창조적인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학의 연구력은 이질적인 지식이 결합되는 방식에 달려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서로 다른 전공 간 그리고 캠퍼스 간의 연구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대학 교육도 문과-이과의 구분을 뛰어넘어 타 분야 연구자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새로운 교육을 통해 지능(Intelligence)의 향상뿐만 아니라,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스마트한 아이디어들을 연결하는 ‘외지능(Extelligence)’도 향상시켜야 할 것입니다. 창의력이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들을 연결시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생각의 네트워킹’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네트워크의 위력은 지식이나 학문 분야뿐만 아니라 대학의 행정 영역에서도 발휘됩니다. 부서 이기주의를 넘어서 행정 부서 간의 협업이 얼마나 잘 일어나는지가 대학 경쟁력의 근원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총장으로서 모든 전공의 벽을 넘나들고, 행정부서 간 협업이 일어나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소통의 공간을 활성화하겠습니다. 

 

 

끝으로, 대학교육은 ‘공감문명’의 도래에 대비해야 합니다.

 

미래사회에서는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던 사회적 가치체계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공감의 가치체계로 바뀔 것입니다. 산업사회가 이해타산과 이익추구에 의해 움직였다면, 미래사회에서는 공감에 기초한 나눔과 돌봄이 그 중심원리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이웃과 환경에 대한 관심, 다양성에 대한 존중, 정책결정과정에의 참여욕구가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생존하려는 욕구는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로 바뀌고, 개인주의적 관심은 공동체에 대한 관심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따라서 대학은 교육을 통해서 단순한 물질적 자원과 재능의 나눔을 넘어 기회마저도 함께 나누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해야 합니다. 연세를 세운 선각자들이 우리에게 심어준 가치가 바로 이러한 나눔의 문화이기도 합니다. 

 

사랑하고 존중하는 연세 가족 여러분!

 

현재의 대학은 우리 사회의 미래입니다. 우리가 가르치는 현재의 학생은 사회를 이끌어갈 미래의 인재이고, 우리가 지금 연구하는 내용은 미래의 지식이자 먹거리입니다. 대학의 현재가 암울하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도 암울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현재 대학이 부딪히고 있는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미래를 위한 제도 개혁과 우리 학교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연세 정신에 뿌리를 둔 공동의 가치(Shared value)를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저는 믿습니다. 연세대학교는 ‘진리와 자유’의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둔 공동체입니다. 그러나 근래에 이런 연세의 창립 정신은 안타깝게도 약화되고 있습니다. 저는 창립정신에 배어있는 도전과 창조, 소통과 공감, 나눔과 배려, 섬김과 존경이라는 가치를 우리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여 연세인의 정체성이 확립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래된 미래로의 행진’은 우리 연세의 운명입니다. 

 

조선 말 이 땅에 진리와 자유, 그리고 섬김의 정신이 심어졌습니다. 오래 전 시작된 미래로의 도전정신은 오늘날 우리가 이어받아야 할 정신이기도 합니다. ‘연세는 하나’라는 공동체 정신이 미래를 향한 대학 변화의 엔진이 되어야 합니다.

 

창립 정신과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저는 다양한 제도적 개혁에 앞장서겠습니다. 총장에게 집중되었던 권한을 부총장에게 나누어주고, 단위기관장의 권한과 자율성을 강화하는 분권화를 과감하게 추진하겠습니다. Top-down도 Bottom-up도 아닌 단위기관장으로부터 올라오는 개혁의지를 총장이 수렴하고 지원하는 새로운 방식의 분권화, 즉 Middle Up-down방식으로 대학의 거버넌스를 개편하겠습니다. 총장은 단위기관의 발전의지를 펌프의 마중물처럼 끌어올리겠습니다.

 

우리 연세인 여러분!

 

연세대학교는 하나님이 주인인 학교이며, 또한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주인인 학교입니다. 일찍이 에비슨 선교사는 서양인 동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에게 교장직을 물려주면서, 이 학교의 주인은 조선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언더우드 선교사 역시 67명의 첫 신입생들을 뽑은 뒤, 학생들과 함께 벽돌을 구우며 첫 건물을 지었습니다. “이 건물은 내가 지은 건물”이라는 주인의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그렇게 하셨던 것입니다.

 

저는 이런 정신을 이어 받아 모두가 주인인 연세의 구성원을 존중하는 것이 총장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구성원들이 상호 존중받을 때에 비로소 진정한 변화의 주체가 될 것입니다. 연세 공동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자연스러운 결과로 연세대학교는 전 세계인으로부터 존경받는 대학이 될 것입니다.

 

연세 구성원 누구나 연세의 발전과 변화를 위한 귀중한 목소리를 제게 전해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을 소중히 받아 학교발전의 귀중한 밑거름으로 사용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다짐한 ‘섬김의 정신’을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이제 새로운 미래를 향하여, 새로운 연세 100년을 향하여 우리 다함께 전진합시다! 하나님의 무한하신 은혜와 사랑이 대한민국과 연세 캠퍼스, 그리고 여러분 가족과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2월 1일

총 장 김 용 학

 

vol. 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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