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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이철 前 의료원장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4-08-01

"세브란스병원은 받은 복을 나누어 주는 기관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참 행복하고 복 받은 사람’입니다. 제 나이 열여덟에 처음 걷기 시작했던 의과대학의 계단을 오늘까지 47년간 걸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지금처럼 매일 걷지는 못하겠지만, 마음속으로 세브란스병원과 교직원 여러분을 위해 날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걷겠습니다.

제 전공은 신생아 미숙아 집중치료를 전공으로 하는 소아과의사입니다. 1997년 세브란스병원 기획관리실장을 행정 보직의 시작으로 세브란스병원 부원장, 의료원 기조실장을 거쳤습니다. 이제 퇴임 전 6년간 세브란스병원장과 의료원장을 끝으로 8월 말에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왜 신생아 미숙아 진료만 하던 임상 의사를 행정에 참여하도록 하셨을까? 일억 원 결재를 위해 몇 번씩 ‘0’이라는 수를 하나하나 세면서 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곤 했습니다. 결국, “세브란스를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에비슨 선생님이 세우신 세브란스를 세우신 목적에 바로 세우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라 하는 뜻이 아닌가?”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제 나이 50을 바라보는 시기였으니 철이 늦게 든거지요. 18살에 의예과를 입학하여 50이 될 때까지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매일 매일을 열심히 살아 온 제가 말입니다.

세브란스 씨가 병원을 세울 천문학적인 거금을 에비슨 선생님에게 헌금하시면서 “주는 나의 기쁨이 받는 당신의 기쁨보다 큽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교회 장로이신 세브란스 씨가 사도행전 20장 35절 “주 예수께서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여야 할지니라.” 라는 말씀에서 인용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에비슨 선생님은 세브란스병원에서 평생 사역하시면서 갈라디아서 6장 9절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피곤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루매 거두리라’는 말씀을 가슴에 품고 사셨습니다. 연희와 세브란스를 합쳐서 연세를 탄생시키고, 초대 총장을 백낙준 박사님에게 양보하셨던 김명선 선생님 역시 이 말씀을 평생 붙들고 사셨습니다. 얼마나 낙심할 일이 많았을까요? 선한 목적을 가지고 한 일들이지만 얼마나 많은 모함과 질투와 시기를 받았을까요? 그러나 때가 되면 이루어 주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믿음의 선배님들은 선한일을 낙심하지 않고 행하신 것일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이 세브란스의 사명입니다. 모든 병원의 사명은 질병 치유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사명은 ‘하나님의 사랑’으로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마치 예수님이 그리 하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것이 우리 병원의 설립목적이자 다른 병원과 다른점입니다. 바로 선을 행하는 것이지요. 세월호 사건 이후 지금의 화두는 안전입니다. 이미 세브란스병원은 7년 전 환자안전의 국제 표준인 JCI 인증을 받아 국내 어느 병원보다 일찍이 안전의 중요성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JCI 인증을 받아 환자안전을 지켜주는 것이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환자에게 좋은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님의 사랑으로 선을 행하는 것입니다. 의사 간호사가 주는 경험도 중요하지만, 주차요원이나 미화원 같은 용역회사 직원이 드리는 환자경험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환자가 듣는 음악, 대기실에는 보는 잡지, 입원환자의 몸이 경험하는 침대 모든것이 환자경험이지요. 환자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길 중에 하나는 환자의 안전을 지켜드리고, 더 나아가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받은 복을 나누어 줄때입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큰 복을 우리는 받았습니까? 세브란스병원은 받은 복을 나누어 주는 기관이 되어야 합니다.

성경이 제시하는 생활 습관과 의사로서 평소 전해주고 싶었던 의학지식을 엮어<하나님이 주신 백세 건강> 출간

의사로서 수십 년간 일해 오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실감했습니다. 그 속에서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늘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 몸의 세포를 구성하는 DNA에는 수많은 정보가 설계되어 있어 생명체의 기능을 하고 있다. 이 생명의 신비와 정교함을 알게 될수록 생명을 우연한 산물로 볼 수 없습니다. 우리의 창조주이신 하나님 아버지의 지혜와 계획에 의해 설계된 존재가 바로 인간임을 고백하게 됩니다. 우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목숨을 단 하루라도 길게 할 수 있는가? 하나님이 허락하시기에 우리는 매일 아침을 새롭게 맞이합니다. 살아가는 시간과 그 연한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것입니다. 미래를 주님의 손에 맡기고 하루하루를 하나님의 뜻을 이루며 사는 것이 오늘 내 안에 있는 영생을 누리는 삶, 곧 장수하는 삶입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이미 80세를 넘었습니다. 건강 수명이 70세라면 10년 넘게 병치레를 하다가 생을 마감합니다. 오래 살다 보니 오래 아프다. 병치레 기간을 되도록 짧게 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좋은 생활 습관을 지녀야 합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질환을 과거에는 ‘성인병’이라 불렀으나 요사이는 ‘생활 습관병’이라 부릅니다. 즉 나쁜 생활 습관에 의해 발생하는 병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좋은 생활 습관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좋은 습관을 몸에 익혀 장수한다면 우리 몸을 무엇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경이 제시하는 생활 습관과 의사로서 평소 전해주고 싶었던 기본적 의학지식을 엮어 ‘하나님이 주신 백세건강’이라는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성경은 인류 역사상가장 오래된 베스트셀러 이면서 진리의 말씀입니다. 성경 안에는 이런 생활 습관에 대한 진리의 말씀이 들어 있습니다. 주 예수께서는 친히 말씀하시기를,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행 20:35)라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성경이 말하는 좋은 습관으로 건강한 몸을 만들어 우리 몸을 주기 위해, 나누기 위해 사용함으로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기를 꿈꿉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흙으로 창조하셨습니다. 독처하는 아담을 위해 돕는 배필 하와를 창조하시어 남자와 여자를 연합시키셨습니다. 남자는 평생 동안 수고해야 그 소산을 먹을 수 있고, 여자는 수고하고 자식을 낳으며 남편의 다스림을 받게 하셨다. 이처럼 성경에는 ‘육신의 건강’을 위한 많은 생활의 원리가 숨겨져 있습니다.

‘영혼의 건강’을 위해서는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살전 :16-18)라는 근본적인 원리를 가르치십니다. ‘어떻게 먹을 것인가? 어떻게 운동할것인가? 어떻게 바른 자세를 유지하여야 나이 들어 허리와 무릅이 아프지 않을까? 그리고 손씻기, 기침 에티켓 같은 자신과 남을 위한 좋은 생활 습관이 왜 지켜야 하는가?’ 등을 내용으로 합니다.

 

세브란스병원, 국가고객만족도에서 3년 연속 1위

최초로 도입한 “환자경험”을 새로운 문화로 정착시켜

 

저는 의료원장 취임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진료 수익으로 의료원의 재정을 유지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므로, 기부와 기술이전료가 외국 의료기관처럼 수입의 30%가 될 때 까지 노력하였습니다. 의료산업화, 특히 특허 출원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의료원은 그동안 국내 어느 의료기관보다 열심히 특허 출원에 나서 900여 편의 특허를 출원하게 되었습니다.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특허박람회를 개최한 이 후 3회에 걸친 특허박람회를 통해 기업에 활발하게 기술을 이전해 왔습니다.

기부금 모금 활성화에 더욱 힘을 모아 지난 4년간 750여억원의 기부금을 모았습니다. 국내 어느 병원도 감히 해내지 못한 큰 성과입니다. 거액 모금과 함께 최근에는 대중 모금을 위한 ‘Let’s make forest with Severance’ 를 통해 일반대중들에게 기부 운동을 확산시킨 것은 무척 의미 있는 발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외국 유명 병원들이 받는 기부금과 비교하면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세브란스병원을 사랑하는 수많은 분들과 치유를 경험한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십시일반으로 소액 기부에 동참하는 날을 꿈꾸어 봅니다.

의료원은 지난해에는 에비슨의생명연구센타(ABMRC)를, 올해는 연세암병원을 준공함으로써 세브란스 새 병원에 이어 또 다시 약 5만 평에 이르는 터전을 새로이 창조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제중학사와 의과대학,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 인천 송도 국제병원 건축 등 이루어야 할 일들도 많습니다. 새로운 건축에는 큰 비용이 소요됩니다. 예전과 달리 어려운 진료환경에서 건축 재원을 마련하기가 대단히 어려울 것입니다. 경쟁 병원과 다르게 우리는 국가나 기업의 도움이 없으므로 더욱 절약하고 우리 서로가 고통을 나누어야 할 것입니다.

세브란스병원은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는 의료선교를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이는 곧 우리의 정체성입니다. 세브란스찬양축제, 원내 찬양방송, 병원 곳곳에 있는 붙어있는 성경구절도 선교를 위한 것입니다. 이 정신은 세브란스병원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입니다. 우리가 중국이나 몽골 그리고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 의료선교를 확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세브란스병원은 세계기독교 의료선교 역사상 가장 성공한 사례의 하나로 꼽힙니다. 의료원 교직원들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아픈 이들을 돌보기 위하여 ‘기도하는 의료진’과 함께‘환자안전’을 지키고 좋은 ‘환자경험’을 제공하였습니다.

세브란스만이 갖는 문화가 있습니다. 병원들 사이에 하드웨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에는 웬만한 상급 종합병원들의 건물과 장비 그리고 의료수준은 거의 평준화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품격의 경쟁에서도 앞서 가야 하기 때문에 ‘세브란스 아트 스페이스’는 이미 김창렬 화백, 백남준 화백 같은 상업화랑에서도 유치하기 어려운 대가들의 전시회를 했습니다. 우리의 체질이 되어버린 주인문화, 기독교 문화, 나눔 문화는 세브란스병원만의 독특한 문화입니다. 세브란스병원만의 소프트 파워입니다. 이러한 힘은 건물을 짓듯이 뚝딱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드웨어 구축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제입니다. 세브란스병원은 삼성병원을 제치고 국가고객만족도에서 3년 연속 1위에 올랐습니다. 이것이 건물이나 장비 때문만은 아닙니다. 진료를 포함하여 환자와 가족들이 세브란스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를 종합 평가한 결과입니다. 우리가 애써 노력해서 끌어올린 1등을 지키기 위해 우리나라 병원 계에서 최초로 도입한 환자경험(patient experience)을 새로운 문화로 정착시켰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의 주인은 하나님이십니다. 따라서 이 일은 하나님께서 하신 일입니다. 또한, 하나님은 온 세상의 주인이십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류를 질병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이 세브란스의 사명입니다. 저의 임기는 끝났지만, 세브란스병원의 사명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나뭇가지에 하나의 마디가 매듭지어지면 새로운 마디가 시작되듯이, 저는 자리를 떠나지만, 신임 원장과 함께하는 교직원분들에게 새로운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질병 가운데 고통 받는 인류를 치유하라는 사명을 실천하기 위해 세브란스병원이 이제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vol. 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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