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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신촌캠퍼스 소식] 국학연구원, 《운양집》 완역 출간기념회 및 학술발표회 개최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4-08-01

국학연구원 동아시아고전연구소는 운양(雲養) 김윤식(金允植)의 《운양집》을 완역하고, 지난 7월 3일 외솔관 110호에서 열상고전연구회와 공동으로 완역기념 출간기념회와 학술발표회를 개최했다. 《운양집》의 완역은 국학연구원이 한국고전번역원의 ‘권역별 거점연구소 협동번역사업’에 참여하여 얻은 첫 번째 결실이다.

한국고전번역원의 ‘권역별 거점연구소협동번역사업’은 우리 문화의 소중한 유산인 전통사회 지식인들의 ‘문집’을 번역 및 역주하여 일반인들이 쉽게 고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20개가 넘는 거점연구소가 선정되어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우리대학교 국학연구원은 2010년 5월에 수도권거점연구소로 선정되었다.

국학연구원이 본 번역 사업에 참여하면서 제시한 주제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문명 전환기의 도전과 응전’으로,주로 구한말·개항기에 활동한 인물들의 문집을 번역 역주하는 것이다. 유교적 동양문명 사회에 서구문명이 압도적인 힘을 구사하며 침입해 왔을 때, 당시의 전통지식인들은 과연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대응했는가를 살펴보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제2부 학술발표회 내용

학술발표회는 각각 4명의 발표자와 논평자에 의해 진행되었다. 첫 번째 발표는 <운양 김윤식의 국제정세 인식과 외교론>(백승철, 연세대 국학연구원)이다. 발표자는 김윤식의 친청, 친일, 애국계몽운동, 항일로 변신하는 정치, 외교적 행보의 기저에 흐르는 일관된 입장이 무엇인가를 밝히려 시도하였다.

그는 김윤식의 정치, 외교적 입장이 친청,친일로 변신하는 이유가 약소국인 조선이 동일 문자권 국가이자 동아시아의 강국인청과 일본을 보호막으로 삼아 서양세력의 침략을 막고 자강을 꾀하려는 외교 전략으로 보았다. 그리고 일본이 을사조약으로 속방 관계를 폐기하고 속국(보호국)체제로 전환한 이후 김윤식의 애국계몽운동에의 참여가 내치와 외교 분야에서 국권을 상실한 조선에게 남은 유일한 자강의 길인 교육과 계몽을 통한 자강을 실현해 보려는 마지막 시도라는 것이다.

두 번째 발표인 <운양 김윤식의 서화 감상과 미술 활동>(송희경, 이화여자 대학교 한국문화연구원)은 40여 수에 이르는 운양의 제화시(題畵詩)와 화찬(畵讚)을 토대로 운양의 서화 감상 및 근대기 화단의 미술 현상을 분석했다.

김윤식은 신라시대의 화가 솔거(率居)의 그림으로 추정되는 <진흥왕북수대렵도(眞興王北狩大獵圖)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고서화, 명·청시대 중국의 서화 및 도쿄화단의 일본화 등 다양한 작품을 열람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의 제화시(題畵詩)와 화찬(畵讚)은 단순한 서화 감상문이 아닌 혼란과 격변의 시간을 거친 지식인의 감식안이자, 고전 문학과 역사에 해박했던 고위관료의 문화 체험이며, 구한말 서화 유통 및 일제강점기 한ㆍ중ㆍ일 간의 회화교류를 알려주는 증거물이라 평가하였다.

세 번째 발표인 <김윤식과 쓰에마쓰 겐초의 시문 수창에 대하여>(김용태, 성균관대 한문학과)는 운양과 이또오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사위로 조선의 국권 침탈에 앞장섰던 쓰에마쓰 겐초(末松謙澄) 사이에 주고받은 한시(漢詩)를 통해 김윤식의 친일적 문학활동에 감추어져 있는 생각이 무엇이었는지, 나아가 동아시아 지식인들 사이에 맺어졌던 국제적 ‘한문 네트워크’의 양상을 살펴본 글이다.

두 사람이 수창(酬唱)한 한시를 통해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양론’을 강요하는 쓰에마쓰에 대응하여 김윤식의 내면에 숨어 있는 조선왕조에 대한 의리를 지키려는 의지를 읽어냄으로써, 1919년 3·1운동 이후 김윤식의 <대일본장서(對日本長書)>가 조선왕조에 대한 의리와 유교적 애민의식의 발로였다고 주장하였다.

네 번째 발표인 <김윤식의 동도서기론과 시무개화론, 그 균열>(이지양, 연세대 국학연구원)은 김윤식의 사유 속에서 ‘동도(東道)’, ‘서기(西器)’, ‘개화(開化)’, ‘시무(時務)’의 개념 범주와 상호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고 변화되는지를 밝힌 글이다. 김윤식의 ‘동도’는 시무와 안민(安民)으로 요약할 수 있으며, 그의 개화론은 시무를 아는 것이 개화라는 시무개화론(時務開化論)이라고 보았다.

결론적으로 김윤식은 개화를 시무로 해석하고, 시무에 힘쓰다가 그 방향과 범주가 지나치게 확장되어 일관성을 상실한 채 모순과 균열을 보여 행동과 사유에 혼란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말년에는 혼선을 빚던 개화의식과 동도론이 시무(時務)와 안민(安民)으로 요약되면서 조선독립(朝鮮獨立)으로 가닥을 잡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이번 학술발표회에서는 발표자들의 주된 관심이 격변하는 현실 속에서 복잡하고 일관성없어 보이는 김윤식의 정치적인 입장과 사유(思惟)의 변신에 내포된 그의 속마음을 밝혀 보려는 시도로 수렴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연구가 진전된다면 지금까지 단편적으로 이루어졌던 김윤식에 대한인식의 폭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운양집》은 20세기에서 21세기로 전환된 시기에 살고 있는 지식인들에게 의미 있는 거울로 반추되기에 매우 훌륭한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개방에 왜 범주 설정이 필요한지, 개혁에 왜 뚜렷한 장기적 전망이 필요한지, 국제관계 속에서 어떻게 자주성을 확보해야 할지, 그리고 국민의 정신적 구심점 상실과 국력의 와해가 어떻게 맞물리는지등 매우 중요한 문제들을 반추하게 만든다.

《운양집》과 운양 김윤식을 이 시점에서 다시 주목하고 조명하는 이유는 바로 그 점에 있다. 《운양집》 완역 출판을 통해 김윤식 개인은 물론 개항기와 일제 강점기에 대한연구가 더욱 풍부해지기를 기대한다.

 

vol. 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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