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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언더우드국제대학 Krys Lee 교수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4-05-01

글쓰기는 자기의 삶을 반추(反芻)하는 행위이다. 글은 작가의 지식과 경험 그리고 문제의식이 한데 어우러진 세계관의 표현이다. 창작 과정에서 작가는 오랫동안 자기의 세계관을 재확인하고 음미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서 책은 독자들에게 작가의 정제된 세계관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다.

크리스 리(Krys Lee) 교수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로서, 작년 9월 우리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UIC) 교수로 임용되었다. 크리스 리 교수는 글쓰기에 있어 시간이야 말로 글의 가치를 높여주는 최상의 노력이라 말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본인의 세계관에 대한 입장도 변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성장과 ‘다름’을 다시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Krys Lee 교수, 세계적 권위의 ‘Rome Prize Fellowship’에 선정

최근 ‘American Academy of Arts and Letters’에 의해 ‘2014-2015년 로마 프라이즈 펠로우십(Rome Prize Fellowship)’에 선정된 크리스 리 교수는 영미 문학계에서 떠오르는 신예 작가이다. 여타의 상들과 달리 ‘로마 프라이즈 펠로우십’은 본인이 지원할 수 있는 상이 아닌, 아카데미 소속의 이사들(board members)이 지명하는 방식으로 선발된다. 아카데미에 소속된 이사들이 미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존경받는 문인들이라는 점에서 상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펠로우십에 선정되면 1년 여 동안 이탈리아 로마에서 머물면서 학자, 건축가, 조각가, 작곡가 등과 함께 소통·협업하고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역사적으로 화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그리고 작가이자 우리대학 UIC 이창래 석좌교수 등이 이 펠로우십의 혜택을 받은 바 있다.

올해 8월 말 출국 예정인 크리스 리 교수는 로마 현지에서 세 번째 작품의 초고를 집필 후 다시 돌아올 것을 목표한다고 밝혔다. 그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소설이라는 형식의 큰 무대와 지면에 자신의 생각을 담고 싶다고 소감을 전하였다.

관심과 믿음이 심어준 글쓰기 자신감

어렸을 때부터 크리스 리 교수는 책 읽기와 말 배우기를 좋아했다. 어린 나이에 가족과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된 크리스 리 교수는, 이민 초기 영어 말하기에 있어서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책은 빨리 읽는 아이였다고 소회한다. “미국에서 학교를 처음 들어갔을 때, ‘선생님’과 ‘화장실’이라는 단어밖에 몰랐어요. 그런 저에게 어머니께서는 책을 많이 읽도록 해 주셨어요. 말은 수월하게 하지 못했던 반면 당시 소속된 반에 있던 책을 다 읽었고, 다 읽은 이후에는 2학년 반에 가서 책 가지고 와서 읽고, 또 다시 읽으면 3학년 반에 가서 책을 빌려다 모두 읽고 그랬어요.”

언어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사랑은 자연스럽게 문학으로 관심이 이어졌다. 시를 쓰면 선생님과 부모님께서 칭찬과 치사를 아끼지 않으셨기에, 시와 소설 등의 다양한 분야의 글쓰기가 더욱 좋아지게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본인 스스로도 글쓰기는 자신의 내적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가정 문제나 이민 사회 특수성으로 인해, 일종의 도피의 방식으로 글쓰기는 필요했고 현실과는 다른 것들을 상상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UCLA 학부 재학 당시 영문학을 선택한 것은 그녀 인생에서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녀가 가진 문학에 대한 열정과 노력에 대해 여러 교수님들이 많이 챙겨주었고 끝까지 믿어주셨다고 술회했다. 영국 요크대학으로 영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하여 문학 공부에 매진했지만, 석사 졸업 이후 박사 과정에 입학하는 것은 본인에게 맞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도 그 즈음이다. 그녀 역시도 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고 공부를 시작한 초기에는 여타 학생들처럼 좋은 직장을 가지고, 또 자신이 좋아하는 글도 쓰고 싶은 여타 문학도와 비슷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가 작가로서의 길을 택하게 된 연유는, 무엇보다 어렸을 때부터 은사님으로부터 받은 칭찬과 격려, 그리고 믿음이 바탕이 되었고 작가 활동하는 데에도 자신감의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퇴고는 또 다른 창작이다.”

대학 때 주로 내러티브 시 쓰기를 했지만, 그녀의 데뷔작은 소설이었다. 2012년 단편집 ‘떠도는 집(Drifting House)’으로 영미문학계에 데뷔한 크리스 리 교수는 이 순간을 돌이켜 보면 무척 극적이었다고 말한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번역과 강의, 그리고 틈틈이 소설을 썼지만 전업 작가가 될 생각은 없었던 그녀였다. 그러던 중 본인이 쓴 단편소설 일부를 미국에서 열린 북 컨퍼런스에서 발표할 기회를 얻게 되었고, 출판 에이전트 눈에 띄면서 경매에 경매를 거듭한 끝에 펭귄 그룹과의 두 권의 책 출간 계약을 맺었다. 이후 데뷔작 ‘떠도는 집’은 미국 내에서 언론과 미디어의 관심을 받았고, 여러 평론가와 작가들의 사랑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첫 장편소설은 올해 6월에 퇴고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며 내년에 출간 예정이다.

리 교수가 하나의 작품을 쓰는 데 공을 들이는 시간과 노력은 세심하게 다가온다. 2012년 단편집과 2014년 장편 모두 2년 전에 초고를 완성하였지만, 퇴고 작업을 하는 데에만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먼저 시를 쓰기 시작한 경험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단어 각각이 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였고, 그렇기에 더욱 조심스럽게 ‘쓰고 다듬기’를 되풀이하게 만든다고 했다. “데뷔작 중 20장짜리 단편을 150장까지 써내려 갔다가, 다시 20장으로 정리하며 거의 새롭게 쓰는 경우가 많았어요. 퇴고라고 해도 다시 쓴다고 봐야 해요. 좀 아까울 수 있지만 아까우면 좋은 작품을 쓸 수 없어요. 첫 번째 작품보다 두 번째 작품이 캐릭터, 스토리 등 면에서 나아졌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용기와 격려를 주는 교수가 되고 싶어

오랫동안 한국에서 거주하고 싶었던 리 교수에게 다가온 우리대학교 교수 임용 공고는 새로운 커뮤니티에 대한 경험을 선사했다. 전업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사람에 대한 양적 팽창은 가능했지만 그 사람들과의 왕래가 힘든 고독한 직업이다. 대학에서 생활이 어떠한지 묻는 질문에 리 교수는, 학자들 사이에 있는 것 자체에서 편안함을 느낀다고 하였다. “혼자 작가 생활을 하면 외롭고 의지가 약해지기 쉬운데, 학자들 사이에 있으면 다들 열심히 하고, 열심히 해도 허용되는 분위기니까 안심이 되고 위로도 되요.”

UIC 학생들에 대한 배려와 사랑도 아끼지 않았다. 작년에 부임 이후, 수업 준비와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 다소 힘든 점도 있었지만, UIC 학생들의 남다른 뛰어남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옥스퍼드, 캠브리지, 하버드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다른 UIC 교수들이 공통적으로 평가하는 말이 있어요. UIC에서 제일 열심히 하지 않은 학생들은, 본래 가르쳤던 학교의 학생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이곳에서 뛰어난 학생은 그 학교 학생들과 비교해서도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어요.” 특히 가능성이 있고 또 자신의 재능을 숨기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용기와 격려를 주고 있다고 한다. 리 교수 스스로도 고등학교 때 자신의 에세이를 읽은 어느 선생님께서 ‘너는 작가 될 거야’라고 남겨 주신 평가가 그녀의 인생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대학 다닐 때에도, 선생님들의 한 마디를 기억하고 있어요. 저에게 무척 중요했고 또 필요했던 말이었어요. 믿음이라는 것은, 어떤 나이든 시기이든 중요한 것 같아요.”

글쓰기로 스트레스를 느낄 때마다 자연과 벗 삼는 취미활동으로 카약과 캠핑을 즐겨 하는 리 교수에게도 작은 바람이 있다. 그것은 UIC 외에 다른 학부 생들을 만나 그들에게도 자신의 이야기와 지식을 알려주고 싶다는 것이다. 다른 배경을 가진 학생들과의 만남은 본인에게도 많은 배움을 준다고 한다. 한국에서 생활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의 도구인 ‘언어’와 평생 함께 하고 싶다는 크리스 리 교수의 소망이 실현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글: 김진성 기자(yayuam@yonsei.ac.kr)

   

   

 

 

vol. 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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