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김학은 명예교수, “李箱의 시는 數와 詩 통섭의 산물입니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4-04-01

이상의 시 해독한 책 “이상의 시 괴델의 수” 펴내

경제학자인 우리대학교 김학은 명예교수(경제학)가 난해하기로 유명한 이상(李箱, 본명 김해경, 1910 ~ 1937)의 시를 해독했다.

김 명예교수는 지난 1월 ‘이상의 시 괴델의 수’(보고사)를 펴내, 난수표 같은 숫자가 잔뜩 등장하는 그의 시가 1930년대 이뤄진 천체물리학과 수학의 혁명적 연구 성과를 시적으로 변용한 것임이 밝혀냈다. 이상의 시는 數(자연과학)와 詩(인문학)의 통섭을 꿈꾼 산물이었다는 것이다.

이상이 시를 쓰던 시절은 일제 강점기였다. 이상은 검열을 피하기 위해 아무도 쉽게 알 수 없는 이른바 절약법으로 글을 써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의 시가 해독하기 힘들게 된 이유이다. 그러나 그는 여러 가지 단서를 남겨 놓았다. 김 명예교수는 그 숨겨진 단서를 찾아내어 하나의 주제로 단어 하나하나까지 일관되게 해독하였다.

그 해독의 첫 단서가 그의 나이 19세에 응모한 잠지 『조선과 건축』의 표지 도안이었다. 1등과 3등으로 당선되었는데 1등 작품은 1년 동안 잡지의 표지로 채택되었지만 3등 작품은 세간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이 3등 작품이야말로 그의 시를 해독하는 열쇠가 되었다. 그것은 1845년 건설 당시 세계 최대 천체망원경이었던 <로시 6피트 망원경>을 모방한 것이었다. 이 망원경을 대상으로 시를 쓴 것이 「이상한 가역반응」이다. 이상의 시 「1931년」에 등장하는 “R공작”이 바로 이 천체망원경을 건설한 로시 3세이다.

이상은 수학, 통계학, 천문학, 화학, 물리학, 고고학, 문학, 예술을 이해한 당대 조선의 르네상스 인이었다. 다만 시적 변용을 위해 그 뜻을 교묘하게 숨겨 놓았다. 예를 들자면 프리즘을 의미하는 △에 나타나는 적색편이와 청색편이를 모르면 이상 시의 상당 부분을 해독할 수 없다.

이상은 1920년에서 시작한 천문학의 대논쟁에 대해서 여러 편의 시를 쓴다. 소우주론과 대우주론 사이에 대논쟁이다. 대우주론은 오늘날 빅뱅이론이 계승하였다.

빅뱅이론에 의하면 우주는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은 이를 알고 있었다. 「선에 관한 각서 5」에서 “확대하는 우주를 우려하는 자여 과거에 살으리라.” 라고 읊었다. 1920년 대논쟁에서 소우주론의 대표자 샤플리 박사는 대우주론의 대표자 커티스 박사를 당해내지 못하였다. 그런데 1930년 에딩턴 박사가 대우주론을 지지하는 논문을 발표하고 1931년 아인슈타인이 그를 인정하였다. 1930년대의 학자들은 치열한 논쟁에 휩싸였다. 이것이 이상의 유명한 「오감도 제1호 시」의 내용이다.

“十三人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오”로 시작하는 이 시에서 十三을 뒤집으면 三十이 된다. 이것은 13+1=12가 실상 31+1=12와 같은 표현이다. 이상은 1929년 졸업사진첩 표지도 도안했는데 여기에도 1929년의 29를 92로 표현하였다. 동일 수법이다. 다시 말하면 十三의 아해는 三十년대의 과학자를 가리킨다. 대논쟁에 참여한 13인의 아해(30년대 과학자)는 도로(우주)를 질주(관측)한다. 하나는 우주가 정체(길은 막달은 골목이 적당하오)라고 주장하고 다른 하나는 우주가 팽창(길은 뚫린 골목길이라도 적당하오)한다고 주장한다. 13인의 아해가 모두 무서워하고 무서운 아이이지만 그 가운데 무서운 아해는 커티스이고 무서워하는 아해는 샤플리이다.

1931년은 이상 초기 시를 해독하는 로제타석이 된다. 로제타석은 이집트 상형문자의 비밀을 풀어낸 열쇠이다. 이상은 13+1=12라는 셈본을 제시하는데 이것은 어떠한 수학의 논리에서라도 참이 아니다. 그러나 13을 31로 바꾸면 31+1=12가 되는데 이것은 30진법 하에서 참이며 이 계산법이 등장하는 「1931년」은 시의 제목이다. 1931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1931년은 수학자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를 비롯하여 천문학자 허블의 허블 법칙 발견. 또한 아인슈타인의 우주팽창 인정, 전파학자 잔스키의 은하계전파의 발견, 물리학자 바데와 즈위키의 초신성 명명 등 수학과 천체물리학의 혁명이 일어난 해이다. 이상은 이 혁명적 발견을 시로 표현하였다.

이상의 시 「오감도 제6호」는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의 영향을 받았다. 불완전성 정리는 모든 진술 내부에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없는 불완전 영역이 존재함을 수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6호 시는 “앵무새가 포유류이냐 아니냐”와 “소저가 부인이냐 아니냐”는 논리적 모순을 등장 시킨다. 여기에 더하여 “sCANDAL이란 것은 무엇이냐”라고 묻고 있다. 괴델은 수학적 표현으로 s를 “바로 다음”이란 기호로 썼다. 이상의 독창적 표현은 소문의 영어 철자에 소문자를 입혀서 표현했다는 점이다. 소문의 특징은 참이냐 거짓이냐를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이상은 예로 든 것이다. 소문은 대체로 괴델의 불완전 영역을 차지한다고 이상은 본 것이다.

건축무한육면각체는 우주가 팽창하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크기가 점점 커지는 4각6면체의 무한연속이다. 여기서 4각형은 사각하늘 곧 하늘의 별들의 분포를 나타낸다. 가장 가까운 4각6면체의 달, 그 다음 4각6면체의 태양계, 그 다음의 은하, 그리고 은하, 이들 속의 유성, 혜성, 초신성, 백색왜성이 모두 이상 시에 차례대로 등장한다. 이것들을 설명하기 위하여 이상은 청색변이와 적색변이를 적절히 구사한다. 그것이 파란 웃음, 초열빙결지옥, 5백적색나한 등으로 비유하였다.

그런데, 현대인도 잘 모르는 이런 과학적 사실에 이상이 과연 정통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김 교수는 “이상은 서울대 공대의 전신인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자연과학도였다.”며 “이상은 틈만 나면 서점에서 몇 시간씩 서서 책을 본 것으로 유명했는데 1936년 일본으로 건너갈 때 ‘조선에선 더 읽을 책이 없다’고 할 정도로 다독가였다”고 설명했다.

이상의 목표는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통합이었다. 자연과학의 절대수단이 數. 인문과학의 꽃인 詩. 數와 詩. 하나의 형식의 언어이고 다른 하나는 의미의 언어이다. 이 둘의 통합이 그의 꿈이었다. 김학은 교수는 인터뷰에서 “이상은 오늘날 말로 표현하면 통섭의 개척자였던 셈이지요.”라고 말했다.

김학은 교수를 잘 아는 지인들은 그가 이상 못지않게 자연과학과 인문과학 그리고 사회과학 등에 두루 정통한 학자라고 한다. 아마도 이런 그였기에 이상의 시를 해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일 이상이 다시 살아난다면 80여년 만에 드디어 자기의 시를 해독한 사람이 나타났으니 얼마나 기뻐할지 모를 일이다.

    

 *왼쪽사진캡션 : 이상(李箱, 본명 김해경, 1910 ~ 1937)

 

vol. 559
웹진 PDF 다운로드

연세소식 신청방법

아래 신청서를 작성 후 news@yonsei.ac.kr로 보내주세요
신청서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