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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상 수상한 홍성유 교수(대기과학)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4-02-01

“한국만의 독립적 예보 시스템을 만들고, 세계 기후 변화 연구의 중심될 것”

내일 날씨, 몇 달 후, 더 나아가 몇 백 년 후의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가능할까? 몇 십 년 전만 해도 내일 이후의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어려웠다. 하지만 수리물리 방정식과 법칙을 대기에 적용한 수치 예보 모델링의 정교화로 내일뿐만 아니라 3일 후, 1주일 후까지의 기상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기상 예보 시스템의 정교화는 대기과학의 수치 예보 모델링 발전과 그 궤를 같이한다. 특히 2013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상을 수상한 우리대학교 대기과학과 홍성유 교수는 기상 기후 현상의 메커니즘 규명부터 수치 예보 모델 개발까지 대기과학 분야에서 혁혁한 업적을 쌓았다. 또한 홍 교수는 올해 상반기 중에 기상청 산하 ‘한국형 수치 예보 개발 사업단’ 단장을 맡을 예정이다.

국민 실생활에 도움 되는 대기과학자의 길

홍성유 교수의 꿈이 처음부터 대기과학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시골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고 자랐기에 성장 환경이 과학자가 되는 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는 단지 소박하게 학교 교사가 되고 싶어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교육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1년 정도 공부하면서 지구교육학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았고 본인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학부 때 유일하게 A 학점을 받은 과목인 수학에 주목하고 이를 지구과학 분야와 연결할 수 있는 분야를 모색했다. 그 결과, 지구과학 중에서 본인이 잘하는 과목인 수학과 연결하여 잘할 수 있는 것이 대기과학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수학을 대기과학에 적용해서 미래를 예측하면 모든 사람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신념이 더해졌다. 결국 홍 교수는 교사에서 대기과학자로 진로를 변경했고, 대학원 진학 이후에는 흔들리지 않고 연구에 매진했다.

홍성유 교수는 대기과학 분야에서 보기 드문 해외유학 출신이 아닌 국내 박사다. “대다수 지인들이 학부 또는 석사를 마치고 해외로 유학을 갔었어요. 게다가 유학을 다녀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구 역량 면에서 열악한 국내 학문에 대해 불평을 많이 했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럼 한국의 학문은 누가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래서 유학을 접고 국내에서 석사와 박사를 다 했어요. 당시에 대기과학 분야에서 풀타임으로 박사과정을 공부한 사람은 제가 처음이었어요.”

학교가 아닌 현장에서

국내에서 학위를 했다고 해서 홍성유 교수의 꿈이 국내에만 머문 것은 아니었다.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외 저널에도 논문을 내야겠다는 목표가 생겨 미국 해양대기청(NOAA)으로 유학을 가게 됐다. 1992년 8월에 박사졸업 이후 1년 남짓 준비를 하면서 미국 국립 연구 회의(National Research Council)의 박사후 과정에 뽑힌 홍 교수는 일반 대학교가 아닌 미국 해양대기청에서 연구 활동을 진행하기로 선택했다. 대기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수치 모델을 개발하는 센터라는 이유만으로 현장을 선호했지, 당시만 해도 교수가 될 목표는 없었다고 한다. 수치 모델링으로 한국에서 학위를 한 사람은 홍 교수가 처음이라 교수 임용 의뢰가 있었다. 하지만, 더 의미 있는 연구를 하고 싶었기에 현장에 나가는 것을 결정했다. 그 결과 홍 교수는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이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제가 무엇을 하는지 잘 몰랐어요. 또한 제가 만든 것과 현업 예보를 비교하는 생활 속에서 잠도 별로 못 잤어요. 하지만 그러는 과정에서 SCI에 논문도 내고, 여기에서 제시한 여러 알고리즘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다 보니 관련 분야에서 인정을 받게 된 것 같아요. 계속 무엇인가 해 보니까 나중에 뭔가 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2000년 네이처(Nature)지에 게재된 홍 교수의 논문 ‘1998년 오클라호마-텍사스 지역 대가뭄에서 해수면 온도와 토양수분의 역할’에서 기후 주요 원인으로 해수면 온도 이상 요인뿐만 아니라 토양수분을 고려하게 된 것은 어디선가 뭔가 딱 떠오른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이 지역에서 6개월간 지역 가뭄이 있었지만, 그동안 모델링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기에 다른 요인을 고려하게 된 것이다. 기존 구조로는 1~2개월은 설명할 수 있었는데 6개월은 설명을 할 수 없어서 나름의 가설을 세운 것이 들어맞은 것이었다. 한 곳이 가물었으면 땅 속으로 들어가는 물이 없으므로 공기 중으로 올라가는 물 또한 발생하지 않아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 홍 교수의 생각이었다. 해수면과 토양수분의 피드백 작용 때문에 점점 가물어서 6개월간 지속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새로운 요인들을 모델로 정량화시킨 결과 네이처에 게재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다가오는 운

홍성유 교수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운도 따라온다고 여긴다고 했다. 항상 장기적인 목표보다는 바로 다음 단계까지만 생각한다는 홍 교수에게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삶의 원동력이었다.

홍 교수는 미국에 가기 전 마음에 담았던 해외 저널에 논문을 여러 편 제출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고 나서 새로운 도전거리를 찾았다. 그래서 1999년 말쯤에 한국에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2000년 초반에 우리대학교 대기과학과에서 모델링 관련 프로젝트를 함께한 인연으로 교수로 임용됐다. 교수로 임용된 그는 또 다른 도전과제와 목표를 세웠다. 그것은 우리나라만의 대기과학 모델링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10여 년 동안 연구한 것을 통합하여 2010년에 그림스(GRIMs) 모델을 마무리하고, 이에 대한 논문을 2013년 2월에 발표했다. 이 연구가 마무리되자 또 다른 도전거리가 그에게 찾아왔다. 기상청 산하에 ‘한국형 수치 예보 개발 사업단’에 단장으로 와 달라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홍 교수는 올해 상반기 중 한국형 수치 예보 개발 사업단장으로 취임해 또 하나의 역사를 쓸 예정이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만의 독립적 예보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다른 나라에 전파시키고, 우리나라가 기후 변화 연구의 세계적인 중심이 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확신이 없으니 도전해 볼 만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 * 글 : 김진성 기자(yayua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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