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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설성경 국학연구원 부원장을 찾아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1998-07-01

  6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춘향전 특별자료전'을 개최한 설성경 국학연구원 부원장


  고전 연구도 이제는 응용학문의영역으로 옮겨갈 때

◆ '춘향전 특별자료전'에 대해 소개해 주시죠.

국학연구원에서는 고전문학 연구의 성과물을 일반에게 널리 알림으로써, 고전문학이 순수학문의 영역에만 한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제작년부터 구운몽, 홍길동전 등의 연구 발표에 지방 및 해외 순회강연, 출판, 전시 등의 다각적 방법을 동원해 왔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판소리뿐만 아니라 소설, 창극, 오페라,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재창작된 춘향전의 면모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고전문학 연구도 이제는 일반인들의 향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응용돼야겠지요.

◆ 선생님께서는 전시기간중 춘향이 갇힌 감옥에 들어가 지내신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우리 고전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해왔던 제 자신에 대한 반성행위라고나 할까요. 판소리 춘향전의 세계적 성공에 비춰볼 때 저의 춘향전 연구 성과는 지극히 미약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한편으로는 춘향이 겪었을 고통의 한 부분이라도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 선생님께서는 홍길동전도 깊이 연구하시고, 최근에 홍길동이 실존인물이었다는 연구 발표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25년 동안의 홍길동 연구를 통해 홍길동전이 허구적인 의적 이야기가 아닌 실존인물에 대한 기록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최근 전남 장성에서 현장 고증을 마치고 생가 복원 공사에 들어갔습니다.

◆ 올 봄, 고려 태조의 훈요십조 연구 발표회에서 영·호남 지역갈등의 기원을 밝히셨다고 들었는데요,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왕건이 훈요십조에서 호남지방을 배역의 땅으로 지적했었다는 잘못된 사실이 지역갈등에 한 이유가 됐습니다만, 사실 왕건이 배척한 지역은 잦은 반란의 근거지였던 충청도의 일부지역에 불과했고, 훈요십조는 오히려 화합과 융화의 사상을 담고 있지요.

◆ 지난달에는 삼국시대의 왜(倭)가 일본이 아니라 우리 민족국가인 왜한(倭韓)이었다는 발표도 하셨는데요, 이에 대한 설명을 좀 해주시겠습까?

한·일 양국은 그동안 고대 역사에 등장하는 '왜'의 문제를 놓고 심한 갈등을 빚어왔어요. 사실 우리는 왜를 약탈이나 일삼던 일본의 해적집단으로 왜곡, 부정적인 이미지만 키워왔는데요, 삼국사기나 일본서기 등을 토대로 살펴보면 왜는 고대에 7백년간 나주·영암을 중심으로 삼아 삼국과 각축을 벌이던 강력한 통치세력이었어요. 한·일 서로가 자신들의 틀 속에만 갇혀 근시안적 역사 인식에 머물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라는 좀 더 큰 구도에서 역사를 본다면 이런 문제는 해결되겠죠.

◆ 요즘 학생들은 우리 고전문학에 대한 관심이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은데요, 후학을 양성해야 하는 입장에서 한말씀 하신다면?

고전에는 우리 민족의 원형적 심성과 삶의 지혜가 깃들어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혼란의 시대에 더욱 절실해지는 것들이겠죠. 특별히 국학에 있어 최고의 전통을 가진 연세에서라면 고전 연구의 즐거움은 배가될 것입니다.

 

vol.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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