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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영화 ‘건축학개론’ 감독 이용주 동문(건축공학 90학번)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2-05-01

오래된 것에 대한 소중함을 말하다 영화 ‘건축학개론’ 감독 이용주 동문(건축공학 90학번) 올 봄 극장가 최고의 흥행작은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개론’이다. 첫사랑의 열병과 그 기억을 주제로 한 영화 ‘건축학개론’은 한국 멜로영화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개봉 한 달 만에 관객 322만명(4월 21일 현재)을 돌파하며, 국내 멜로영화 가운데 최다 관객 동원을 기록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313만)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며 3040세대에게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 영화는 우리대학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작품이다. 비록 실제 촬영 장소는 다른 학교이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이 다닌 학교가 우리대학교로 그려지는 것으로부터, 영화 OST ‘기억의 습작’은 건축공학과 92학번 김동률 동문의 노래이고, 여주인공 서연의 제주도집 건축은 건축공학과 90학번 구승회 소장이 맡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건축공학과 90학번 이용주 동문이기에 이 영화를 바라보는 연세인들의 가슴은 더욱 설렌다. “우리 시절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오래된 것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이용주 영화감독을 만났다. 건축학도, 영화의 길을 걷다 “대학시절 학과 공부는 별로 열심히 하지 않았어요. 대신 사진 동아리 ‘연영회’ 활동을 열심히 했죠. 동아리 활동한 게 영화하는 계기가 된 거죠.” 이용주 감독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 건축학도였다. 우리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에는 4년간 건축사무소에서 설계사로 일을 했다. 건축설계사라는 직업을 뒤로 한 채, 뒤늦게 영화인의 길을 걷게 된 데에는 관련 산업의 구조적인 한계가 한몫을 했다. “졸업 후,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하면서 이 분야의 많은 불합리성을 느꼈어요. 밤샘 작업과 같은 고된 노동, 이에 반해 턱 없이 적은 봉급 등을 겪으며 직업적 환멸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선택해야겠다는 결심이 섰죠.” 그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 연출부 막내로 영화판에 뛰어든 건 서른두 살 때였다. 영화인의 삶을 택했지만 그는 여전히 건축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품고 있었고, 이는 건축에 대한 영화로 이어졌다. 10년 만에 완성된 ‘건축학개론’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이라는 감성적인 소재에 건축이라는 이색 소재를 접목한 멜로 영화다. 1996년 가을,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 건축학과 1학년 승민(이제훈 분)과 음대 1학년 서연(수지 분)은 과제를 함께 하는 과정에서 친해지고,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헤어진다. 15년 뒤,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하는 승민에게 서연이 찾아와 제주도의 고향집을 개축해 달라고 부탁하며 둘은 다시 만난다. 이 영화는 그렇게 두 사람 순수했던 학창시절과 30대 중반의 현재를 넘나드는 잔잔한 추억이야기다. ‘건축학개론’은 이용주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이 감독의 데뷔작은 공포영화 ‘불신지옥’(2009년)이지만, 사실 그는 입봉 작품으로 2002년 시나리오를 쓴 ‘건축학개론’을 올리고 싶었다. 제작자를 찾지 못한 십년 여 인고의 시간 끝에 ‘명필름’에서 제작제의를 받고 영화가 제작됐다. 이 감독은 흥행여부를 떠나 ‘건축학개론’이 극장에 걸린 것만으로도 자신은 운이 좋은 감독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영화가 제작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 됩니다. 여러 가지 문제로 영화로 제작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시나리오도 수 없이 많죠. ‘건축학개론’ 역시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가 운이 좋게 제작사 ‘명필름’에서 제작 제의를 받았어요. 영화감독을 꿈꾸는 수백 명의 스텝 중에서 한두 명이 감독이 되고, 감독들이 준비한 수백편의 시나리오 중 한두 편이 실제 영화로 만들어 진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렇게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죠.” 오래 된 것의 소중함 영화 ‘건축학개론’에는 이용주 감독만의 건축에 대한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는 건축이라는 소재를 통해 첫사랑뿐 아니라 오래된 모든 것을 추억한다. “무차별적인 개발논리와 새 것에 대한 집착은 안타까워요. 건축물은 시간의 흐름을 담고 있는 공간이에요. 건축이 아름다운 것은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간의 정체성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영화를 통해 오래된 것에 대한 소중함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주인공이 결국 새로운 집을 짓는 것이 아닌 증축을 택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죠.” 주인공들뿐 아니라 승민의 어머니, 친구 ‘납뜩이’ 또한 오랜 된 것에 대한 소중함을 담고 있다. “승민의 어머니는 과거와 현재라는 다른 시간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 어머니의 캐릭터는 한결같이 저를 위하시는 저희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 것이었습니다. 납뜩이 또한 오래된 친구의 소중함을 말합니다. 납뜩이는 승민과 초․중․고 시절을 함께 한 오래된 동네친구죠. 바쁜 현대사회에서는 이런 친구들이 연락이 끊겨버리기 일쑤입니다. 이런 오래된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납뜩이를 통해 표현했죠.” 연세, 소중한 것들을 지켜 나가길 이용주 감독은 우리대학교 또한 오래된 것을 지키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캠퍼스의 오래된 건물들이 없어질 때마다 그는 많은 아쉬움을 느꼈다. “재학 시절, 제가 가장 좋아했던 건물이 장기원기념관이었어요. 장기원기념관은 사적으로 지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학술정보관 신축으로 인해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는 정말 안타까웠어요. 또 최근 용재관이 재건축될 것이라는 소식도 들리더군요. 학교에 있는 건물 하나하나에는 그 철학이 담겨져 있죠. 건물이 오래되면 낡고 불편해질 수 있지만,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오래된 건물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어요. 학교가 새로운 건물을 짓기보다는 공간의 정체성과 그 철학을 계속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보고 싶은 걸 찍는 감독되고 싶어 이용주 감독은 영화는 수많은 타협을 통해 만들어 지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좋은 시나리오만으로, 많은 투자자금으로, 혹은 뛰어난 감독의 능력만으로 제작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말을 빌려 “내가 보고 싶은 걸 찍고 싶다”며, 좋은 리더십을 통해 수많은 타협 속에서도 ‘찍고 싶은 최선의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이상적인 영화감독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이 감독은 영화 제작을 지구력 싸움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는 지구력이 강한 감독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후배여, 연세라는 공간에 함몰되지 않길 이용주 감독은 후배들이 연세라는 테두리 밖의 공간에도 관심을 갖으라고 당부한다. 명문대학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혀 자칫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실제 그가 속한 영화판이라는 사회 속에서는 학연이나 엘리트 의식 등은 금기사항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학점관리, 스펙 쌓기 등으로 대변되는 요즘 이십대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우리 사회는 항상 선행학습의 강박관념에 시달리죠. 어떤 것을 해야 하는 시기를 정해 놓고는 이를 놓치면 뒤쳐졌다고 매도하죠. 그러나 서른이 넘어서야 영화의 길을 들어서게 되니, 무엇보다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주변의 시선 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준비하는 청춘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용주 감독은 미래에 대해서 아직까지 정해 놓은 것은 없다. 십년 뒤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바보 같은 짓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는 십년 후에도 어떤 형식으로든 이야기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자신의 천직이라고 말하는 이용주 동문, 그리고 그가 만드는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vol. 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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