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세소식

[학위수여식사] 소명의식으로 새 출발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0-03-01

“소명을 지닌 사람은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남이 이해해 주지 않을 때도 낙심하지 않으며, 칭찬 없이도 성취해 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존경하는 학부모님들과 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고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그동안 형설의 공을 쌓아 오늘 박사, 석사, 학사학위를 받는 영예를 안은 자랑스러운 연세인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열과 성을 다해 여러분을 가르쳐주신 교수님들과 헌신적으로 뒷받침해 주신 가족 여러분의 크신 노고에 대해서도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졸업하는 여러분의 젊음과 열정이 녹아있는 연세 교정에는 이름이 새겨진 돌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크고 작은 기여를 한 동문들의 이름이 새겨진 돌들입니다. 그중에서도 제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돌은 백양로에서 언더우드 관으로 이어지는 계단 한가운데에 놓여 있습니다. ‘뉴욕에 있는 우리 겨레로부터 붙여줌-1927, Donated by Korean Friends in New York' 그 돌은 식민치하 조국의 청년들이 해방의 씨앗, 건국의 거목으로 자라나기를 바라는 이국땅 동포들의 소망을 품은 것입니다. 나라 없는 백성들이 이국땅에서 겪었을 간난신고 가운데에서도 조국의 청년들을 향한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는 돌들입니다. 연세 캠퍼스가 정말로 아름답다면 그 이유는 조국에 대한, 젊은이들에 대한, 후배들에 대한 사심 없는 소망과 사랑이 담쟁이 넝쿨이 되어 얼키설키 캠퍼스를 뒤덮고 오늘도 교정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연세의 설립과 성장은 대를 이어 인류를 향한 사랑과 축복을 실천해 온 두 가문의 헌신의 역사에서 비롯됩니다. 연희를 설립한 언더우드 일가의 헌신을 생각해 봅니다. 언더우드 가문은 오늘날로 따지면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에 버금가는 첨단 기업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언더우드 타자기는 독점규제 대상에 오르는 제품이었습니다. 엄청난 부를 누릴 수 있었던 언더우드는 낯선 이국땅에 가족의 부와 자신의 헌신을 쏟아 부었습니다. 그리고 4대에 걸쳐 연세에서 가르쳐 왔습니다. 한편, 규모가 작고 운영난을 겪던 제중원이 세브란스 씨의 기부로 당시 동양에서 가장 큰 현대식 병원이 되었습니다.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돈을 쾌척한 세브란스는 자신의 아들도 자신의 소명을 잇기를 소망했습니다. 아버지의 소명을 기꺼이 물려받은 아들 역시 지속적으로 이국땅의 병원에 기부금을 꼬박꼬박 보냈습니다. 아들은 죽으면서 자신의 재산을 모두 미국 북장로교회에 기증했습니다. 조건은 한국의 세브란스병원에 매년 수익금을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 돈이 지금까지도 입금되고 있습니다. 무엇이 언더우드 가문과 세브란스 가문으로 하여금 연세대학교에 재산과 열정을 바치게 하였습니까? 그것도 몇 대를 이어서 말입니다. 그것은 인류를 향한 사랑을 실천하려는 소명이었습니다. 연세는 소명으로 태어났고, 소명으로 자라났고, 소명을 실천하기 위해 존재하는 학교입니다. 여러분이 연세교정에 발을 들여놓은 그 순간부터 여러분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 엄숙한 소명의 릴레이 주자의 한명으로 부름 받은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특별합니다. 여러분 앞에는 여러분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이웃이 있고, 동포가 있고, 지구적 과제가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 여러분의 재능을 발휘할 소명을 오늘 졸업과 함께 여러분은 받게 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소명을 받은 사람은 어떤 모습입니까? 첫째, 그들은 꿋꿋한 사람입니다. 평생 해야 할 소명을 지닌 사람은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칭찬의 말에 날리지 않고 비난의 말에 위축되지 않습니다. 시대와 상황, 조건과 논리는 늘 바뀌기 마련이지만 소명을 지닌 사람은 생의 목표와 비전을 향한 자기 자리를 꿋꿋하게 지켜냅니다. 둘째, 소명을 지닌 사람은 너른 사람입니다. 소명을 지닌 이는 많은 것을 품고 많은 것을 포용합니다. 자신이 받은 소명에 집중하면서도 관심의 폭이 넓습니다. 소명을 실천하는 사람을 만난 사람 또한 소명을 부여받게 됩니다. 그래서 소명을 지닌 사람은 용광로와 같이 품을 수 없는 것까지 품고 녹여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시켜 냅니다. 셋째, 소명을 지닌 사람은 깊은 사람입니다. 변화무쌍한 현상 이면의 원리를 통찰하려고 합니다. 무의미해 보이는 모습을 관통하는 의미의 맥락을 꿰뚫어 봅니다. 그는 차가운 듯 뜨겁습니다.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반드시 갖지만, 마음을 정하고 나면 폭발하듯 뛰어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명을 지닌 사람은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남이 이해해 주지 않을 때도 낙심하지 않으며, 칭찬 없이도 성취해 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전환점은 모두 이런 혜안과 결단력, 그리고 뚝심을 소유했던 이들의 헌신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졸업생 여러분, 오늘 각자의 소명을 가슴에 지니고 떠나는 여러분이 자랑스럽고 또 부럽습니다. 소명을 품은 젊음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2010년 2월 22일 연세대학교 총장 김 한 중

 

vol. 496
웹진 PDF 다운로드

연세소식 신청방법

아래 신청서를 작성 후 news@yonsei.ac.kr로 보내주세요
신청서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