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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연세 뉴스] 신학과 57학번 할머니 “50년 만에 복학해요”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9-01-01

가정형편 어려워 1학점 남기고 학업 중단 신학과 여성 1호 남영숙씨 단 1학점이 모자라 졸업장을 받지 못하고 대학을 떠나야만 했던 신학과 57학번 남영숙씨(71)가 50년 만에 ‘할머니 대학생’이 되어 2009학년도 봄학기 다시 정든 교정을 밟게 됐다. 다음 학기 수강신청을 상의하기 위해 12월 10일 캠퍼스를 찾은 남씨는 “졸업 앨범 찾고 계속 안 왔으니 50년 된 셈이지요. 너무 오랜만에 방문해서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겠네요. 학교가 예전보다 훨씬 규모가 커졌어요”라며 무척 감격한 모습이었다. 1957년 신학과 '여성 1호'로 입학한 남영숙씨는 졸업식을 이틀 앞둔 1960년 겨울 당시 학장으로부터 “1학점이 부족해 졸업이 안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었지만 가정형편상 학교를 더 다닐 수가 없었다. 홀로 고된 농사일을 하며 4년 내내 등록금을 마련한 시골의 어머니에게 더 이상의 부담을 드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졸업 사진도 다 찍은 상황에서 1학점 때문에 졸업을 못한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아 고향으로 바로 내려갔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남씨는 매우 어렵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1950년에 아버지가 6·25 전쟁 때 돌아가시기 전까지 우리 집은 남부러울 것 없는 부유한 집이었어요. 전쟁 당시 아버지가 북한군에 의해 자본가 계급으로 지목 당해 돌아가셨어요. 당시 교회에서 지급되는 쌀을 팔아 연탄을 사야 될 정도로 가난했어요”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대학시절에도 어렵게 학업을 이어나갔다. “처음에 서울에 올라와서 미아리에서 아는 사람 집에 지내며 학교로 통학했어요. 등록금은 어머니가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며 부쳐주셨기 때문에 숙식이나 용돈은 제 손으로 해결해야 했어요. 다행히도 창천 교회에서 조그만 방을 무료로 마련해 주었어요. 방 크기는 잠을 잘 수 있을 정도였어요. 그곳에서 주일학교 선생으로 근무했어요.” 그는 연세춘추에서 신문 교정도 보고 포장도 하는 아르바이트를 했고 주말에는 주일학교 근무로 바빴다. “신앙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이르지 못했을 거예요.” 그는 고난을 이겨낸 것을 신앙의 힘이라고 말했다. “제가 오늘에 이를 수 있었던 것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해요. 1학점을 채우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날 수 있었던 것은 필시 제 삶에 어떤 의미가 있어서일 거예요”라고 했다. 졸업장은 없었지만 4년 과정을 수료했기 때문에 졸업 후 충남 공주군 신풍 중학교에서 3년간 영어교사로 근무했다. 1964년 남편 곽노문 씨와 백년가약을 맺고 가정을 꾸려 5남매를 잘 키웠지만 가슴 한 켠에는 늘 졸업장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고, 그런 마음을 눈치 챈 딸의 효심으로 학교에 돌아올 수 있게 됐다. 남씨의 딸이 “평생을 열심히 살았는데 졸업장 없이 돌아가시면 한이 된다”며 복학을 추진한 것이다. “다음 학기에 수업 들을 것을 생각하면 너무 기뻐 잠이 안 와요”라는 남영숙 씨는 영어 성경을 읽고 공부할 정도로 공부할 의지와 능력이 충분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졸업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vol. 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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