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대학원 현대한국학연구소는 고 김기혁 교수의 유고 가운데 일부를 골라 「근대 한 중 일 관계사」라는 제목의 학술총서를 출간했다. 이 책은 19세기 후반 한국의 개항 전후 문제를 이웃 나라들의 개항 문제와 대비하여 살펴보려는 비교사적 시각에 입각하여 저술된 것이다. 사실 한국의 근대사학계에서는 조선의 개항 문제 연구에서 개항에 끼친 조선정부와 개화파들의 역할만을 과대 해석함으로써 지나치게 자민족중심주의적 역사 해석을 취하는 경향이 있었다. 다시 말해 한국 근대사학계의 개항 연구는 조선의 개항 문제를 동아시아 3국의 국제관계 속에서 파악하려는 국제적 시각을 견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근대 대외관계사 분야의 저명한 학자였던 고 김기혁 교수는 한국의 개항 문제가 철저히 동아시아의 근대사와 연동되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그러한 시각을 일관되게 자신의 연구에 반영시키려 노력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유고집은 한국근대 초엽의 개항 문제와 대외관계사를 객관적이며 역사적인 관점에서 파악하도록 하는데 유익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