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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연세 뉴스] [칼럼] 연세와 한국 근대의학의 역사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7-03-16

- 글 : 여인석 교수(의사학과)
연세대학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의료기관인 제중원을 모태로 한다. 1884년 9월 20일 중국을 거쳐 내한한 의료선교사 알렌은 1884년 12월 4일 일어난 갑신정변으로 심한 자상을 입은 민영익을 치료하여 정부의 신임을 얻는다. 이를 계기로 알렌은 병원설립 제안서를 미국 공사관을 통해 조선정부로 제출하였고,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 재동 홍영식의 집이 병원 건물로 주어졌으며 준비를 마치고 1885년 4월 10일 광혜원(제중원)을 개원하였다. 제중원은 조선 정부가 건물과 운영경비를 제공하고 미국 선교부가 의료진을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된 일종의 합작병원이었다. 개원 이듬해에는 의학교가 개교했는데 알렌과 헤론 외에도 언더우드가 교사로 참여하여 1957년 연희와 세브란스의 공식적인 합동이 이루어지기 이전에 이미 연세의 원형적인 모습이 제중원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알렌이 외교관으로 떠나고 헤론과 빈튼을 거쳐 에비슨이 제중원의 책임을 맡는 동안 제중원의 운영을 두고 조선 정부와 갈등을 겪었다. 결과적으로 조선 정부는 1894년 9월 26일 제중원의 운영권을 에비슨이 속한 미국 북장로교 선교부에 완전히 넘기고 이후 1904년 세브란스 씨의 기부로 새로 병원을 지으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런데 연세대학교 100주년을 얼마 앞두지 않은 1980년대 초 서울의대에서 제중원은 국립병원이었으므로 지금의 서울대학병원의 전신이 된다는 주장을 하면서 자신들이 제중원을 이었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주장은 그 이후 오늘날까지 주기적으로 되풀이되고 있으며 특히 올해 ‘대한의원100주년·제중원122주년’ 기념행사를 하겠다고 선언해 소위 ‘뿌리논쟁’을 재연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런데 이토 히로부미의 지시로 통감부가 주도해 만든 대한의원을 제중원과 함께 연결시켜 기념하겠다는 계획은 일제가 세운 의료기관을 서울대병원의 시조로 기념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어 이미 사회적으로 많은 물의를 일으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실 세브란스, 나아가 연세의 뿌리가 제중원에 있다는 사실은 설명할 필요도 없는 자명한 사실이다. 한때 서울대병원은 이러한 명백한 사실까지 부인하며 제중원이 서울대병원의 전신이라는 주장까지 펼쳤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무리한 주장은 하지 않는다. 다만 연세의료원이 제중원을 계승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지만 서울대병원도 제중원을 뿌리로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 달라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제중원이 한때 조선 정부 소속의 기관이었으므로 대한민국 정부에서 세운 서울대병원의 뿌리가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곧, 정부에서 설립한 기관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진다는 논리다. 서울대병원은 설립과 운영의 주체가 국가라는 이유로 이들의 연속성을 내세우나 왕조국가인 조선과 일제의 총독부,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는 엄연히 성격이 다른 권력주체이다. 따라서 이들이 세운 의료기관 역시 별개의 기관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이는 조선국왕, 식민지 총독, 대한민국 대통령을 동일한 선상에서 연속적인 존재로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더욱이 제중원은 정부와의 관련이 끊어진 1894년 이후 민영기관이 되어 현재의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만큼 이를 1946년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세워진 서울대학병원과 연결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세운 의료기관은 서울대병원 외에도 많이 있으며, 또한 정부설립 의료기관이라는 면에서 본다면 삼국시대부터 존재하니 정말 국립의료기관의 뿌리를 찾겠다면 당연히 더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옳다. 제중원의 역사를 공유하기 위한 서울대병원의 시도는 물론 부당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을 우리의 역사를 다시 한 번 돌이켜보고, 또 그 역사가 우리에게 교훈하는 바는 무엇이며 우리는 초기 설립의 정신을 얼마나 잘 지키고 계승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계기로 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vol.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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