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화는 소수 정예 학생을 맞이할 수 있는 기회

●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선생님이 갖는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제가 시각장애를 겪고 있기 때문에 이맘때면 많은 관심을 받기도 합니다만, 저는 다만 한 사람의 연세인이자 평범한 교수로 이해받고 싶어요. 장애인의 날은 우리 주위의 장애인이 누구인지 찾아보는 것보다는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해결방안을 찾아보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복지학과가 신과대학에서 사회과학대학으로 옮긴 지 3년도 채 안된 상황에서, 사회과학대학이 금년부터 계열화되는 바람에 어려움이 클 듯싶습니다.

우리 학과에 많은 학생을 유치하기 힘들 것이라고들 얘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과학계열의 우수한 학생들 중에서 우리 학과로 오는 학생들은 그 수가 아무리 적더라도, 21세기 한국 사회복지계의 정예로 성장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저는 지금이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고 생각해요.

● 선생님이 가르치시는 사회복지정책학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사회복지학은 크게 임상과 정책 부분으로 나뉘죠. 임상이 환자를 치료하듯 당면한 개별적 문제를 취급하는 것이라면, 정책은 고용보험과 같은 사회보장제도를 연구하는 등 거시적인 문제의 원인과 예방·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 사회복지학과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연구소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십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아직 교내에서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죠. 그러나 사회복지연구소는 현재 사회배분정의, 청소년, 장애, 가정폭력 등 다양한 주제의 연구 프로젝트를 15개 맡아서 수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어요. 프로젝트의 금전적 규모는 약 3억원 정도가 되고, 여기에는 우리 학과 교수 6명 모두 참여하고 있습니다.

● 최근 경제사정 악화로 인해 실업자수가 급증한다는데요, 선생님의 번역서 '인권과 장애'에서는 장애인의 실업률은 일반의 몇 배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노동부의 장애인고용촉진 위원이기도 하신 선생님이 이에 대해 갖고 계신 대책이 있으시다면?

우리나라는 현재 할당고용제 등을 도입해 기업으로 하여금 일정수의 장애인을 고용토록 하고 있지만, 제대로 실행되지는 못하는 실정입니다. 장애인 고용을 양심이나 동정의 차원에서 생각하려는 경향도 문제지요. 선진국에서는 이 문제에 있어 차별금지법 등을 통해 강력한 규제를 하고 있는데요, 이는 무엇보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원칙이 확립돼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 우리대학교에도 장애학생 등을 위한 시설 확충에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장애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완벽한 공간을 있을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물리적 시설보다는 오히려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이죠. 학교에서도 시설 못지않게 행정적 지원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라도?

연세대학교는 언제나 저의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만, 앞으로는 제 자신 또한 연세대학교의 굳건한 기둥이 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