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 초청 강연 열려
2019 박경리문학상 수상의 주인공
이스마일 카다레 작가가 우리 대학교를 찾아 자신의 철학과 문학 세계에 대해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스마일 카다레는 1953년 시집 『서정시』 출간하여 일찌감치 시인으로 등단한 이래로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되는 세계적인 작가다. 엔베르 호자 독재정권이 무너지기 직전인 1990년 10월, 알바니아를 떠나 프랑스로 망명하여 지금까지 파리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1963년 첫 소설 『죽은 군대의 장군』으로 작가로서 이름을 널리 알린 그는 작품을 통해 독재정권하에서 경험했던 죽음과 파괴의 그림자, 그 속에 너울대는 비극적이고 그로테스크함,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비극과 기괴한 웃음의 조화를 그려내고 있다.
1992년 프랑스의 문화재단에서 수여하는 치노 델 두카 국제상, 2005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2009년 아스투리아스 왕자상, 2015년 예루살렘상, 2016년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올해는 토지문화재단이 선정하는 박경리문학상의 주인공이 됐다. 박경리문학상은 소설가 박경리(1926~2008)의 작가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된 한국 최초의 세계문학상이다. 이 상은 세계 문학사에 괄목할 만한 문학적 업적을 성취하고 『土地』 정신과 교감할 수 있는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해왔다. 제1회 수상자인 소설가 최인훈을 시작으로 총 9명의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올해 수상의 영광은 알바니아 출신 프랑스 망명 작가인 이스마일 카다레에게 돌아갔다.
지난 29일 2019 원주박경리문학제의 일환으로 우리 대학교 연세·삼성학술정보관 장기원 국제회의실에서 2019 박경리문학상 수상자 초청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는 이스마일 카다레 작가를 비롯해 이경원 문과대학 학장, 백선희 번역가, 곽효환 시인, 정찬 소설가 등 교내 구성원은 물론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스마일 카다레의 작품을 번역한 백선희 번역가는 “카다레는 고대 신화나 비극을 끌어들여 비극의 본질을 통찰하고 태고적 원리를 찾는다.”며 “그렇게 특정한 한 시대의 사건을 애기하면서 모든 시대를 아우르는 서사를 만들어낸다.”고 평가했다. 또한 백 번역가는 카다레의 작품 세계에 대해 “비극과 희극이 공존하고, 온갖 시간이 혼재하고, 신화와 역사와 꿈이 뒤섞여 유기체처럼 꿈틀댄다.”라고 언급하며, 소설가 에릭 파이의 말을 인용해 “한 번 들어선 이상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빠져나오고 싶지 않은 매혹적인 미궁”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스마엘 카다레의 작품 세계와 철학에 대한 질의응답 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독재정권하에서 국민들의 믿음’, ‘알바니아와 세르비아의 갈등’ 등 카다레의 작품을 파고드는 심도 깊은 질문들이 던져졌다. 이날 연단에 선 카다레는 청중의 질문에 대해 솔직한 답변들을 내놓았다.
카다레는 조국 알바니아에 대해 “독재적인 공산주의 국가였다.”라며 “독재정권하에 문학은 종종 두려운 태도를 취하곤 했다. 정권에 반하는 글이나 슬픈 이야기가 쓰여지는 일이 허락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특유의 풍자와 유머로 독재정권하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소설 속에 녹였다고 한다. 카다레는 “문학은 단 한 번도 독재자인 엔베르 호자에 의해서 지배당하지 않았다.”고 확언했다.
또한 그는 알바니아와 세르비아의 갈등에 대해 “조속히 이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고 이를 통해 역사가 성숙해지길 바란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자신의 작품 중 발칸 반도의 근현대사를 다룬 작품이 많은 것에 대해 “단순히 역사에 대한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와 지난 역사에 대한 또 다른 해방, 자유를 향한 것.”이라고 말했다.
2019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페터 한트케의 수상 논란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페터 한트케는 ‘발칸의 도살자’로 불렸던 유고슬라비아 연방공화국 대통령 밀로셰비치를 옹호했다. 이러한 행동은 작가로서 넘지 말아야할 행동이었다.”며 “작가란 인종학살이나 폭격과 같은 사건 등에 동의하면 안된다.”고 작가의 자질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편, 이경원 문과대학 학장은 “100여 년의 인문학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대학교에서 이스마일 카다레 작가를 모시고 초청 강연회를 개최하게 된 것을 더 없는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오늘 이 초청 강연이 다시금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게 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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