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대한 기록의 진정한 의미를 밝히다
박경리문학상 수상자 리처드 포드 초청강연회
“누군가의, 나아가 자신의 삶에 대해 그 다층적 진실, 특히나 오직 사실에 기반한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만큼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일 것입니다. 사무엘 존슨은 ”빛이 무엇인지는 누구나 알지만 빛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습니다.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빛이 무엇인가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합니다.”
미국 문학사상 최초로 퓰리처상과 펜‧포크너상을 받은 작가 리처드 포드(Richard Ford)가 제8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우리 대학교에서 특별한 강연을 펼쳤다.
박경리문학상은 작가 박경리(1926-2008)를 기려 2011년 토지문화재단이 문학을 통해 인류 평화와 세계 문학의 교류에 이바지하고자 제정한 상이다. 단순히 하나의 우수한 작품에 주어지는 작품상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이룩한 문학적 업적에 주어지는 작가상으로, 제8회 박경리문학상의 영예는 미국의 작가 리처드 포드에게 돌아갔다.
리처드 포드는 일상의 사실주의적 재현을 통해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삶의 길을 추구하며, 오늘날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드러내왔다. 필립 로스·존 업다이크·레이먼드 카버와 비견되며, 동시대 미국 사회를 날카롭고 냉정한 시선으로 치밀하게 그려냄으로써 ‘가장 미국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우리 대학교와 토지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우리 대학교 인문학연구원이 주관하는 2018년 박경리문학상 수상자 초청강연회가 장기원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리처드 포드는 ‘회고록에 대한 단상들(Some Thoughts about Memoir)’을 주제로 “기억하고 기록한다는 행위의 의미”에 대해 통찰력 있는 이야기를 전달했다.
그는 “기억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행위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서 큰 중요성을 갖는다.”며 “과거와 떳떳이 대면하지 못하거나 과거를 망각할 때, 우리는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자신의 가치를 폄하하고 우리의 미래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그들 사이에서 Between Them> 이란 제목으로 쓴 부모님에 관한 회고록을 예로 들며 회고록을 쓰는 행위의 의미를 다방면으로 분석했다. 그는 “회고록은 기존에 의존하면서도 사실에 기반해야 하는 것”이라며 “누구라도 망각에 대한 저항으로써, 관습적인 사고방식으로부터 진실을 구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필요로 하는 독자에게 도움이 되고자, 실제 있었던 일과 그렇지 않았던 일을 구별하기 위해 회고록을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다양한 동기에 의해 회고록을 쓸 수 있지만 그것이 독자들에게 사실 자체로 전할 수 있는 가치가 있는 이야기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누가 어떤 사람이다, 어떻게 살았다는 사실 자체로 이야기할 가치가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문학은 진지하고 중요한 작업입니다. 회고록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가치를 전해줄 수 있어야 하고, 또 그렇지 못할 경우 ‘아니다’, 즉 ‘쓰지 않겠다.’고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포드는 “회고록을 쓰든 소설을 쓰든, 또 아무것도 쓰지 않더라도 우리는 다른 이의 삶이 진정한 선물이라 믿기에 여기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해주는 깨달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리처드 포드는 1944년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에서 태어났으며 미시간 주립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경찰·잡지 편집자·대학 강사·스포츠 잡지 기자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에스콰이어> <파리 리뷰> <뉴요커> 등의 잡지에 단편소설을 발표한 끝에, 1976년 《내 마음의 한 조각 A Piece of My Heart》로 데뷔하고 1986년 《스포츠라이터 The Sportswriter》를 발표하면서 작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1995년 발표한 《잃어버린 나날(독립기념일) Independence Day》로 1996년 미국 문학사상 최초로 퓰리처상과 펜/포크너 상을 동시에 받으며 그는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반열에 올랐다. 나아가 2001년 펜/멜러머드 상을 받으며 문학적 지위를 굳혔다. 2006년 발표한 리처드 포드의 대표작인 《지형 The Lay of the Land》은 전미도서비평가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2012년엔 장편 소설 《캐나다 Canada》를 발표해 프랑스의 페미나 외국문학상, 미국도서관협회의 카네기 앤드루 문학상을 수상했다. 단편집으로 《록 스프링》(1987), 《여자에게 약한 남자》(1997), 《수많은 죄》(2002), 《빈티지 포드》(2004) 등이 있다.
□ 역대 수상자
2011년 제1회 수상자: 최인훈 Choi In-hun (한국 Korea)
2012년 제2회 수상자: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Ludmila Ulitskaya (러시아 Russia)
2013년 제3회 수상자: 메릴린 로빈슨 Marylinne Robinson (미국 USA)
2014년 제4회 수상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Bernhard Schlink (독일 Germany)
2015년 제5회 수상자: 아모스 오즈 Amos Oz (이스라엘 Israel)
2016년 제6회 수상자: 응구기 와 시옹오 Ngũgĩ wa Thiong'o (케냐 Kenya)
2017년 제7회 수상자: 안토니아 수잔 바이어트 Antonia Susan Byatt (영국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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