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영화제로 거듭난 부산국제영화제는 수많은 영화가 작품성을 인정받는 영화제다. 특히 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작은 더욱 명예롭고 의미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0월 6일 막을 올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우리 대학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장률 교수의 <춘몽>이 선정됐다. 영화제에서 장률 감독은 뉴커런츠 부분의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하면서 영화제 곳곳에서 자리를 빛냈다. <풍경>(2013), <경주>(2014), <필름시대사랑>(2015)에 이어 <춘몽>은 감성파 시네아티스트라는 장률 감독에 대한 수식어를 다시금 확인시키는 작품으로 소개됐다.
영화 <춘몽>은 수색과 DMC를 배경으로 ‘세 명의 동네 청년들이 전신마비 아버지를 돌보는 예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장률 감독은 “수색이라는 동네의 정서를 담아낸 영화로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가는 꿈꾸는 것 같은 감정을 느껴 영화의 제목도 춘몽(春夢)이 되었다.”고 말했다. <춘몽>은 그의 전작인 <경주>를 비롯해 장률 감독의 공간에 대한 섬세한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공간을 특출난 감각으로 풀어내는 장률 감독은 한국에 정착해 영화감독뿐 아니라 우리 대학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영상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아무런 인연도 없었던 연세대학교에서 홀연히 강의를 하게 된 것은 재중동포로서 가져왔던 한국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에 가끔씩 오가면서 지내다 문득 한국이 궁금해졌습니다. 부모님의 고국이기도 하고요. 강의를 하며 오래 머물면서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연세대가 윤동주 시인의 학교인데, 저의 고향쪽 시인이기도 하죠.”
현재 장률 감독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문학과 영화>, <영상작가론>, <연기연출론> 등의 수업을 가르치고 있다. <춘몽>을 찍은 봄 학기에는 영화 전공 대학원생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직접 쓰는 <문학과 영화> 수업이 열렸고, 수업은 교실뿐만 아니라 영화의 실제 촬영현장에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칸,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장률 감독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감독으로서 그가 지닌 특성은 수업에서도 나타나는데 장률 교수는 수업 시간 동안 일방적인 강의를 진행하기보다 주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대중과 소통하는 영화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인지 날씨가 좋은 날 그의 교수실이 있는 성암관 벤치를 지날 때면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그의 모습을 종종 마주하기도 한다.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하고 주로 영화에 대해 토론을 하고 이야기하는데, 나 스스로에게도 공부가 됩니다. 강의를 하면서 반성을 하게 되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되죠.”
장률 감독의 작품에 대해 많은 평론가들은 ‘경계인’으로서 경험이 예술로 녹아들어있다고 평가한다. 재중동포라는 지리적 경계 외에도 장률 교수는 영화감독이자 대학교수라는 경계 속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강의를 하면 학생들이 계속 영화를 찍을 수 있도록 용기를 준다.”는 말로 영화와 강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끊임없이 경계를 성찰하며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장률 교수의 10번째 꿈인 ‘춘몽’이 유달리 기대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