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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건강보험 빅데이터 활용 코호트 연구의 최정상 -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3-10-01

   

130만 명의 20년간 질병 발생을 추적한 연구성과에 세계가 경탄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 KT&G를 상대로 흡연으로 인해 증가된 진료비용 상환 청구소송에 관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학교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원주의대 보건학 81년 입학) 이름이 여러 번 회자(膾炙)되고 있다. 이는 지난 8월 27일, 공단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지선하 교수의 ‘흡연의 건강영향 분석 및 의료비 부담 결과’에 관한 발표가 세간의 관심을 크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선하 교수의 연구가 여타 다른 연구에 비해 특별한 점은 연구 집단의 크기와 그 추적 기간에서 찾을 수 있다. 지 교수의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한 흡연의 건강 영향 분석 및 의료비 부담’ 연구는 1992년부터 1995년 사이 공단 일반 검진을 받은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과 피부양자 약 130만 명을 대상으로 2011년 12월까지 약 20년간의 질병 발생을 추적한 결실이다.

 

꾸준한 관심이 만든 데이터의 가치

지선하 교수는 최근 자신의 연구가 빅데이터라고 칭송되는 것에 대해 여타 디지털 데이터처럼 한 시점에 크게 폭발적으로 나온 데이터가 아니라고 언급했다. 가치 없는 데이터로 평가 받았던 것을 20년 넘게 붙들고 있었던 것이 이제야 관심을 받아 빛을 발하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지 교수는 신체검사 관련 데이터를 석사과정 때 처음 접했다고 한다. 1990년대만 해도 공단의 신체검사 자료를 가지고 무언가 연구하는 것은 홀대 받는 시기였다. 당시에 신체검사 자료는 연구 목적 자료가 아니라 일종의 행정 자료 성격이 강해서 정교함이 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에 지 교수는 연구비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데이터라도 좋다고 생각했고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게다가 지도교수였던 김일순 교수(의과대학 명예교수, 2002년 정년퇴임)는 지 교수에게 용기를 주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 김일순 교수께서 이 데이터는 단순한 쓰레기가 아닌 것 같다고 말씀 하셨어요. 지금은 당장 빛을 보이기 어렵지만, 이런 종류의 데이터가 오래 쌓이면 무언가 가능성이 있다고 희망을 주셨어요.” 지 교수의 관심과 지도교수의 격려는 1990년 지 교수가 보건대학원 조교시절에 연구보고서 ‘건강지표와 건강행태와의 관련성 : 한 직장에서의 신체검사결과의 분석’을 첫 시도로, 향후 지 교수의 연구 방향성을 잡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원석을 보석으로 만들 때까지

1995년 지 교수는 박사 후 과정(Post-Doc)으로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Johns Hopkins University)에서 유학한 이후부터, 공단의 데이터는 비로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18만 명 데이터를 보고 외국 교수진들이 다 놀랐어요. 당시만 해도 18만 명은 엄청난 데이터였어요. 잘 가공하면 수백 편 논문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이었어요.”

지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1999년 ‘흡연과 심뇌혈관질환과의 관계’ 논문을 ‘JAMA(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발표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네이처’, ‘사이언스’ 등과 같은 높은 평가를 받는 ‘JAMA’ 학술지에 논문이 나간 이후부터 외국에서 먼저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지 교수의 활발한 연구활동을 인정한 존스홉킨스 대학은 2003년 이후부터 지 교수를 보건대학원 역학과 겸무교수(Adjunct Professor)로 임명하였고,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 교수는 2005년 ‘공복혈당과 암 발생’ 논문을 ‘JAMA’에 또 다시 발표하고, 이듬해 2006년 ‘비만과 사망률과의 관계’ 논문을 보건학 분야 최초로 ‘NEJM(New Englang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하는 쾌거를 올렸다. 지 교수는 이러한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2007년 과학기술부 주관 ‘12월의 과학기술자 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데이터 관리가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데이터를 미국까지 가지고 가는 것도 큰일이었다고 한다. 지 교수는 지금처럼 인터넷과 고용량 저장 장치가 없던 시절이라 직접 소용량 디스켓에 다 담아 갔어야만 했다고 회상했다. “공단으로부터 데이터를 디스켓으로 백업 받아서 신발 상자 한 가득 담아 들고 미국으로 들어갔었어요. 그런데 백업을 푸는 과정에서 하나가 에러가 나는 바람에 국제 전화로 공단에 다시 전화해서 국제 우편으로 받곤 했어요. 디스크 하나가 에러가 나면 다 버릴 수밖에 없었거든요. 물론 1995년 당시는 개인정보보호법이 문제되지 않던 시절이라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이런 일들이 가능하지 않지요.”

2000년 공단의 통합은 국가적으로 소중한 데이터를 이관하여 지속적인 연구를 가능하게 해 준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통합되면서 공단이 문서관리 규정상 보유하고 있던 과거 데이터를 삭제했어요. 유일하게 제가 과거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고, 우리대학교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가치를 설득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공단에 재반입 했어요.”

지 교수는 20여 년 넘게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동연구 협약을 유지한 것은 결코 녹록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특히 공식적 MOU를 정기적으로 체결하는 시점에 공단 이사장의 교체나 내부사정으로 공동연구가 중단된 시기도 있었다고 한다. “올해에도 6월 1일자로 공동연구협약을 갱신해야 했는데, 보건과학대학 이규식 교수(2013년 2월 퇴임)님의 도움과 김종대 공단 이사장님의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이렇게 지 교수의 꾸준한 데이터 관리와 역학에 대한 관심은 우리나라 코호트(cohort) 연구를 해외에서도 크게 평가를 받는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2012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 리처드 돌(Richard Doll, 1912-2005) 탄생 100년을 기리기 위해 세계 유명 코호트 연구 50개를 초청하는 행사에서 지 교수의 연구를 세 번째로 우수한 것으로 평가했다. 옥스퍼드 대학의 리처드 돌은 흡연과 건강 문제의 역학을 연구한 학자로 2005년 사후 그의 제자들이 연구를 이어받아 역학 관계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들은 작년 이 행사에서 60년 추적한 역학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다른 목표로 꾸준하게, 천천히

최근 지 교수의 주 관심 연구는 ‘자살’이다. 자살 연구에 관한 현황 데이터를 통계청에서 받고,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연결하여 어떤 사람들이 자살을 많이 하는지 분석하고 있다. “암 발생 이후 한 달 안에 자살을 가장 많이 한다는 데이터가 있어요. 이밖에 소득 수준, 우울증, 낮은 콜레스테롤 등을 관련 요인으로 보고 있어요.” 이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자살 예측 모형을 만드는 것이 지 교수의 소망이다. 어떤 사람들이 자살을 많이 하는지에 대해 조기에 예측해 자살을 예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지 교수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면 꾸준하게 끝까지 노력하라고 연세인들에게 권했다. “뜨거운 열정으로 꾸준히 자기 할 일을 하다 보면, 자기가 걸어온 길이 다른 이의 길잡이도 될 수도 있어요.” / * 글 : 김진성 기자(yayuam@yonsei.ac.kr)

      

 

vol. 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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