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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헤드라인] <정갑영 총장 취임 1주년 기념 특별 인터뷰> “‘자율형 사립대’ 도입해야 두 마리 토끼 (대학발전, 사회정의) 잡을 수 있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3-02-06

- 대학의 수월성 추구와 소외계층 배려 통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

정갑영 총장이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제3의 창학기’를 맞아 글로벌 연세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를 담아 ‘Yonsei, where we make history’라는 비전을 제시한 정 총장은 그 누구보다 바쁘고 긴 하루로 채워진 짧은 한해를 보냈다.

지난 1년, 정 총장은 연세대라는 거대 조직을 진두지휘하며 RC 프로그램 시행, 백양로 재창조 사업, 대학의 사회적 책임 강화 등 굵직한 사업들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특히, 아무도 2013년에 시행할 수 있을 거라 장담할 수 없었던 RC를 보란 듯 성공시킨 것은 가장 눈에 띄는 성과다. RC를 통해 한국 대학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그의 안목과 추진력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임기 2년차를 맞은 정 총장은 대학의 성장을 넘어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 더 큰 틀의 혁신 방안을 제시한다. 그건 바로 “자율형 사립대학 모델”이다. 대학의 수월성을 근간으로 한 발전과 소외계층 배려를 통한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인 “자율형 사립대학”의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는 정 총장의 하루는 더욱 길어졌다.

정갑영 총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1년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듣는 기회를 가졌다.

1. 취임 1주년을 맞은 소감은?

1년이라는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난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몇몇 진통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많은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첫 해가 구상했던 일들의 기반을 닦은 해라면, 두 번째 해인 올해부터는 기반을 닦아둔 일들을 실제 실행시켜나가는 해가 될 것입니다.

2. 2013년 대학사회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또한 박근혜 정부에 바라는 점은?

최근의 ‘시대정신’은 복지를 향상하고 더 나아가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는 겁니다. 그러한 맥락을 대학사회와 연결시키면서 반값등록금이 이슈가 되고, 대학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거죠. 

하지만 이러한 환경은 우리에게 굉장한 도전과제가 됩니다. 보편성을 강조하는 시대정신이 대학이 추구해야 할 본연의 가치와 상충되는 면이 있기 때문이죠. 대학은 수월성, 탁월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이것은 대학의 으뜸가는 사명이에요. 교육, 연구, 의료 등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미국의 경우, 좋은 대학은 등록금이 굉장히 비싸요. 하지만 보편적 복지와 형평을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대학의 차별성을 용인하지 않죠. 이러한 어려운 환경 가운데 수월성을 추구하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립대학을 이끌어 가는 것은 어려운 과제입니다.

128년 역사 속에서 기독교 정신을 근간으로 한 나눔과 배려의 정신을 실천해왔듯이, 연세대는 수월성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사회적 책무와 공공성도 반드시 추구해야 합니다. 교육에서도 소외계층 배려를 위해 작년부터 기초생계대상자와 차상위계층까지 등록금 전액과 생활비 일부를 지원하는 입학전형인 한마음전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마음전형을 통해 선발할 수 있는 인원이 100명인데, 혜택을 주어도 쿼터를 채우지 못했어요. 학력 수준 미달 때문이었죠. 그래서 2014년부터는 수능성적에 관계없이 입학사정관을 통해 가정환경, 역경극복정신, 잠재력 등을 보고 뽑으려 합니다.

사회를 선진화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적 역동성(Social Dynamics)이 있어야 해요. 태어날 당시의 가정환경과 여건에 의해 운명이 정해진다면 그 사회가 발전할 수 없죠. 연세대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가능하도록 구름판 역할을 할 겁니다. 어려운 환경의 학생도 좋은 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능력을 발휘해 신분이 상승하고, 나아가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물론 소외계층의 입학 장벽을 낮추는 일들을 위해서도 많은 재정이 필요한데 반값등록금을 한다고 하면 참 어렵죠.

등록금까지 규제받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대학 본래 목적인 수월성을 추구하기 힘듭니다. 모든 대학이 반값등록금이 되는 정책을 시행한다면 이는 대학의 질적 수준은 낮아지고 졸업생 수는 많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겁니다. 질 낮은 대학생이 많아진다는 것은 고학력 실업자가 많아진다는 것이죠. 이건 결코 사회가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좋은 투자가 아니죠. 절대 이렇게 투자하면 안 됩니다.

그 해결 방안으로 “자율형 사립대 모델”을 제시코자 합니다. 대학에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하고, 그 대신에 대학이 사회적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모델입니다. 각 대학이 특성화하고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면서 소외계층에게도 명문 교육을 받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배려도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이죠. “자율형 사립대”가 만들어져야만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소외계층 배려, 복지 확대, 고용창출 등에 기여할 수 있는 겁니다. 가장 좋은 복지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빈부 세습의 고리를 끊는 것인데, “자율형 사립대 모델”을 통해 최선의 복지가 가능할 겁니다.

3. 중점 사업들의 진행 사항을 점검코자 합니다. 대표적 성과와 향후 계획은?

가장 큰 일은 신촌캠퍼스 역사상 처음으로 RC를 송도에서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것입니다. 이는 대한민국 교육의 역사를 바꾸는 일로 기록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학습과 생활 공동체인 RC 교육 환경에서는 기본적으로 18~20학점의 학업 이외에 약 10학점 정도를 전인교육에 투자합니다. 다양한 예술, 체육, 사회봉사 프로그램이 진행될 뿐만 아니라 밤 10시까지 기숙사에 영어 튜터가 상주하고, 더불어 여덟 명의 교수(RM)와 수십 명의 조교(RA)가 기숙사에 함께 거주합니다. 사명감 있는 교수님들이 자진해서 RM으로 지원했는데, 기숙사별로 개성 있는 전인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RC를 경험하게 될 이번 신입생들은 참 행복한 사람들이에요. 미국식으로 계산하면 아마 등록금을 40% 이상 인상해도 모자랄 거예요.

우리가 처음 RC 도입을 이야기했을 때는 재학생들의 반대를 비롯해 입학생 성적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등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천만의 말씀이었죠. 게다가 우리나라가 참 빨라요. 불과 1년 사이에 많은 경쟁대학들이 우리 RC를 따라서 도입하겠다고 나섰어요. 서울대는 요즘 우리 교무처에 와서 계속 배워가고 있고, 이화여대, 숙명여대도 시행하겠다 하고, 성균관대, 외대 등도 RC를 준비한다고 들었어요. 머지않아 대학은 RC를 하는 대학과 하지 않는 대학으로 구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예요.

RC는 학생이나 학부모나 모두 좋아하는 모델입니다. 한국에서는 1학년 교육이 엉망인데, 1학년은 인생의 전환기(conversion year)인 중요한 시기거든요. RC를 통해 1학년 교육의 질이 획기적으로 상승하고, 길게 보면 연세인들의 DNA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두 번째,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는 100여 년 백양로 역사를 바꾸는 대대적 사업입니다. 백양로 사업은 단순히 주차장을 늘이는 정도의 사업이 아니에요. 첫 번째는 우리 캠퍼스를 친환경 녹지 문화 공간으로 바꾼다는 의의가 있고, 두 번째는 전 연세대 융합의 상징이라는 의의가 있습니다. 전 연세대의 공간이기 때문에 의료원이 참여해 공간을 함께 쓰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동문이 참여해서 만들고 누리는 공간이 될 겁니다. 이곳에는 편의시설과 특히 문화공간을 많이 마련할 겁니다.

또한 여러 부분에서 제도개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연구 부문에서 인센티브 강화, 행정전문화 강화, 연구력 증대를 위한 개방적 인사제도 운영, 캠퍼스 간 융합 촉진을 위한 제도 등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송도 국제캠퍼스에 미래 지향적인 융합 프로그램을 많이 개설할 예정입니다. 우선 학부에 융합전공을 만들어 2014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선발할 겁니다. 예를 들어 EEE(Environment, Energy, Economy) 등 기존 학문영역을 초월해 문과대, 사회과학대, 이과대, 공과대 등이 융합된 UIC에 준하는 최고의 학부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어요. 이러한 학부 융합전공은 국내 최초의 시도가 될 겁니다. 각 전공별로 인원을 정해서 뽑는 것이 아니라 광역학부로 뽑고, 수요에 따라 전공을 개설하거나 폐지할 수도 있을 정도로 유연하게 운영할 겁니다.

4. 지난 1년 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점은?

처음엔 RC 시행을 1년 연기하라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 판단엔 연기할 수 없었어요. 시설을 비롯한 준비가 다 되어 있는 상황이었고 선진 명문형 교육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했으니까요. 그래서 학생들을 비롯해 반대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했어요. ‘RC를 한다는 것은 총장 출마 시부터 내세운 공약이었다. 많은 분들이 나를 총장으로 지지해 준 것은 RC를 하라는 것인데, 이거 안 하겠다면 난 총장하면 안 되는 거다’라고. 그리고 문제가 있다면 문제를 보완하고 해결하자고 대화했고, 결국 해결해 나갔어요.

RC 도입의 문제, 기숙사 부족의 문제, 경영대 신축 관련 교내 갈등 등 큰 위기와 마주할 때에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고 반드시 해야 할 명분이 있으면, 힘이 들더라도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잘 해결했고, 그 과정이 보람으로 남습니다.

또한 정말 가슴 뭉클하게 감사한 에피소드도 많았어요. 평생 아껴 모은 재산 100억원을 기부하신 중곡동 할머니와의 만남과, 50여 년 전 원주기독병원에서 봉사하셨던 고 매슨 선교사가 유언을 통해 20만불을 기부하신 일이 생생합니다. 또 어느 날은 아무 약속 없이 갑자기 법과대 동문인 이종흡 선배님이 찾아오셨어요.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면서 하시는 말씀이 적금을 들었던 5천만원을 탔는데 잠시 망설이다가 마음이 흔들릴까 봐 은행에서 곧장 학교로 발걸음을 옮기셨다는 거예요. 또 백양로 재창조 사업을 위해 백양클럽을 만들어 도와주신 분들도 있고.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큰 위기와 도전을 극복할 때마다, 그리고 도와주시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는 하나님께 은혜를 많이 받는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5. 사람들이 연세대에 대해 갖는 가장 큰 오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연세대는 부자대학이다, 정부 지원이나 기부가 없어도 유지되는 대학이다, 적립금이 많은데 왜 등록금을 안 내리느냐 등이 가장 큰 오해죠. 128년 동안 모든 기부금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원금을 유지하며 정해진 용도대로 쓰고 있습니다. 모든 적립금에는 꼬리표가 달려있어 함부로 이용할 수 없어요. 게다가 적립금이 1조원도 안 되는데 많나요? 하버드대는 32조원을 가지고 있어요.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모교인 존스홉킨스대학에 혼자 1조원 넘게 기부했고.

6. 세계인들이 연세대를 생각했을 때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라 기대하십니까?

한마디로 ‘Asia’s World University’입니다. 다시 말해 세계인들이 연세대를 보면서 ‘아시아에 있는 세계적 대학이다’, 또는 아시아의 대학을 떠올렸을 때 ‘연세대가 있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길 바래요.

캠퍼스별로는 신촌캠퍼스는 전통과 역사의 향취가 넘치는 캠퍼스, 원주캠퍼스는 친환경적인 에코 캠퍼스, 국제캠퍼스는 세계를 앞서가는 최첨단 프로그램이 이뤄지는 캠퍼스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길 기대합니다.

7. 임기를 마친 후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길 원하십니까?

‘하겠다고 공약한 일은 다했다’라고 평가되길 바라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