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을 따스하게 감싸 길러 내는 ‘햇살’ 같은 마음으로 홍대식 교수(전기전자공학)는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사람 좋은 웃음을 지니고 있다. 자신의 큰 목소리 덕분에 학생들이 강의에 집중할 수 있어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홍 교수는 지난 2006년 2학기 강의 평가에서 많은 학생들의 지지를 받아 우수강의 교수상을 수상했다. 대부분의 수업이 대형 강의로 이뤄지는 공과대학에서, 한 학기에 수강생들을 3회 이상 면담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높은 수업 참여율을 이끌어 내는 그의 수업은 이미 오래 전부터 명성을 떨쳐 왔다. 캠퍼스가 차츰 봄 내음으로 물들어 가는 3월, 연구실에서 홍대식 교수를 만나 강의와 학생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우수강의 교수상을 받게 되셨는데, 소감이 어떠신지요. - 우수강의 교수상은 선생으로서 가장 명예로운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랑스럽고 또한 어깨가 무겁습니다. * 홍 교수님께서 강의를 진행하고 학생들을 돌볼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어떤 부분인가요? -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동기 부여’입니다.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꿈과 비전을 갖도록 유도하려고 노력하지요. 동기가 확실하면 그 다음 단계부터는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스스로 공부를 하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바에 맞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하게 되지요. 저는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한 방법으로 회사방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3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조를 만들어서 각각 다른 회사를 방문하게 하고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과 사람들의 생활 등을 겪어 보게 하지요. 그 프로젝트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그 결과를 내용으로 포스터를 만들어 마치 하나의 학술대회를 마련하듯 서로 세션을 만들어 상호 정보 공유가 가능한 장을 마련하도록 합니다. 전기전자공학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 대신 실질적으로 이 학문이 어떻게 활용되고 어떻게 자신의 장래와 맞닿을 수 있을지 구체적인 실제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겁니다. 저는 이것이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을 그려 볼 수 있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음으로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학생들의 시간 관리를 돕는 일입니다. 저는 학부생이 제대로 공부하고 연구하려면 최소한 일주일에 60시간을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학원생은 최소 80시간을 투자해야만 된다고 생각하구요. 무엇보다 한 학기 내내 꾸준히 투자해야 합니다. 공부와 연구는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학생들이 투자하고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요. 학기 시작할 때 검토해 보면 대략 30시간 정도됩니다. 그래서 시간 관리에 대한 고민을 같이 계속해 줍니다. 시간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본인이 알게 하면서 꾸준히 그 점을 놓치지 않도록 함께 신경을 쓰는 것이죠. * 학생들이 수업에 잘 집중할 수 있도록 교수님이 특별히 활용하고 계신 수업 도구가 있다면? - 학생들은 일단 제 목소리를 좋아합니다. 제 목소리가 많이 커서 여러 사람을 모아놓고 얘기하기가 참 용이해요.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웃음). 그리고 저는 강의 노트를 복사실에 맡겨 둡니다. 한 학기 분량 모두를 학기 초에 맡겨 두고 학생들이 그 복사물을 구입하도록 해요. 그리고 그 자료를 노트에 담아서 빔 프로젝터로 띄워놓고 진행합니다. 여러 가지 자료를 보여 주기가 아주 쉽지요. 이 장비가 제가 강의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저는 수업 때 제 타뷸렛 PC를 늘 사용하는데, 이것을 프로젝터와 연결하여 칠판처럼 활용해요. 칠판에 분필로 쓰고, 한편에서 또 PPT 파일을 띄우고 하는 방식 대신 한 번에 일관되게 여러 자료나 노트를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 좋습니다. * 학생들을 각별히 보살피는 것으로 또한 유명하시다고 들었습니다. 면담을 많이 갖고, 학생들과 1:1로 매우 친밀하게 지내신다구요. - 한 학기 동안 반드시 3번의 개인 면담을 갖도록 하고 있어요. 첫 번째 면담에는 3명이 한꺼번에 오도록 합니다. 요즈음 우리 학부의 규모가 커서 같은 학년끼리도 서로 잘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점도 보완할 겸해서 첫 면담 때에는 꼭 3명씩 함께 만납니다. 면담한 친구들끼리 같이 차 한 잔 하게 하고 다음으로 한 학생이 차 마시면서 한 얘기를 정리해서 저에게 들려 주도록 합니다. 한번 면담은 대략 30분 정도로 정해서 하지요. 시간이 잘 안 나서 아침 8시부터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녁 때에도 하구요. 그리고 오래 전부터 과목 게시판을 만들어 운영했습니다. 물론 실명으로 운영했습니다. 그 게시판을 통해서 숙제도 내 주고 질문도 받고 또 면담 신청도 받고 그래 왔어요. 제가 또 노력하는 부분은, 학생들의 이름을 최대한 빨리 익히는 거예요. 매학기 수강생 전원이 자신의 사진을 저에게 하나씩 제출하도록 해서 한 명당 한 장씩 카드를 만들어 두툼한 노트를 만듭니다. 학생의 얼굴과 이름을 함께 익히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그때그때 제가 기억해 두어야 할 학생의 특성과 면담 내용을 메모해서 지속적으로 학생에 관해 파악하도록 노력합니다. 그리고 저는 학생들끼리도 서로의 이름을 외우도록 해요. 학기 시작하고 한 달 정도 지나면 이름외우기 퀴즈를 봅니다. 5초 동안 학생들 얼굴을 띄우고 이름을 쓰게 해요. 90% 이상 맞추면 OK, 그 이하면 성적에 영향을 준다고 엄포를 놓지요(웃음). * 지금까지 강단에 계시면서 있었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 10년도 더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신임 교수로 부임해 와서 1~2년 정도 지난 때였지요. 제 수업이 거의 ‘지옥’이라고 학생들 사이에 악명이 높았던 때입니다. 열심히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 학생들을 엄청 힘들게 했지요. 한 학기 동안 10회의 시험을 치르고 매주 숙제며 프로젝트를 혹독하게 냈습니다. 그야말로 방학이면 학생들이 제 얼굴을 안 보게 되어 대학 생활이 꿀맛 같다 하며 다닐 때였지요. 심지어 다른 교수님들의 수업시간에도 제 수업 책을 꺼내 놓고 공부하다가 혼나는 일이 종종 생길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한 학생이 어느 날 갑자기 저에게 면담을 갖자고 하더군요. 그리고 와서는 별 얘기 없이 편지를 주고 갔습니다. 그 편지에는 예전에 듣던 우화 하나를 적어 놓았더군요. 바로 그 나그네 옷 벗기는 우화. 햇볕과 바람이 내기하는 그 이야기 말입니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바람이 하는 방법과 같다는 이야기이지요. 그리고 햇볕의 방식이 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사실 그 때 제가 받은 충격은 엄청났습니다. 참 많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겁니다. 제가 많은 과제와 시험으로 학생들을 공부시키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목표를 갖고 능동적으로 공부에 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게 된 것이지요. 그 학생이 아마도 제가 여기 이렇게 인터뷰를 하도록 만든 1등 공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강단에 서며 가장 뿌듯하고 보람되었던 순간은 언제입니까? - 제가 교육자니까 제가 가르친 학생들이 학교 안팎에서 잘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을 때 가장 좋아요. 제가 연구년 중이어서 올해는 삼성에서 프로젝트 진행하며 보내고 있는데 거기 우리 졸업생들이 많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거기서 잘해 주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좋지요. ‘선생’으로서 존경 받을 때도 행복합니다. 국제학술대회 등에서 다른 나라 학자들과 교류할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인물들은 ‘저 사람이 학교에서 Best Teacher다’라는 평가를 받는 분들이죠. 학술 활동으로 받는 상도 영예롭습니다. 저 역시 국내외에서 논문이나 연구 활동으로 이런저런 상을 많이 받았지요. 하지만 가장 감사한 것은 역시 ‘우수강의 교수상’입니다. 이렇게 상을 받게 되어 명예롭고 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또 학생들과 교류해야지요. 그것이 저에게 주어진 역할이고 제 몫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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