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141주년 창립기념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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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6.05.11

 

창립 141주년 창립기념식사

 

 

존경하는 연세 가족 여러분,

 

오늘 우리는 연세대학교 창립 141주년을 맞아 이 자리에 함께 서 있습니다.

 

먼저, 바쁘신 중에도 이 자리를 빛내 주신 조정훈·모경종 국회의원님, 존경하는 허동수 법인 이사장님과 이사님들, 이경률 총동문회장님, 김병수·김용학 전임 총장님을 비롯한 내외 귀빈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세계 각지에서 연세의 이름을 드높이고 계신 40만 동문 여러분, 그리고 오늘의 연세를 함께 일구어 가고 계신 교수님, 직원 선생님,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께도 따뜻한 축하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141년의 세월을 마주하며 우리는 다시금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우리의 출발은 어디였는가,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하는가. 1885년, 알렌과 언더우드 선교사가 심은 씨앗은 헌신과 믿음, 그리고 보이지 않는 뿌리의 힘으로 조금씩, 그러나 흔들림 없이 자라났습니다. 그 씨앗은 시대를 건너며 수많은 도전을 견뎌냈고, 오늘의 연세라는 울창한 숲이 되었습니다.

 

이 숲은 과거의 유산을 넘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준엄한 책임이며, 더 아름답고 건강하게 가꾸어 미래 세대에게 건네야 할 약속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지난 141년 동안 연세를 세우고 지켜오신 모든 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연세대학교는 언제나 자유로운 학풍 속에서 성장해 왔습니다. 윤동주 선배가 남긴 시정신(詩精神)은 문학적 유산을 넘어, 시대의 어둠 속에서도 진리를 향해 나아가고자 했던 용기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한강 동문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그 자유로운 정신이 어떻게 세계와 만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한 개인의 성취를 넘어, 연세가 오랜 시간 지켜온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유로운 질문의 힘’이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인 눈부신 결실입니다.

 

존경하는 연세 가족 여러분,

 

연세는 지식을 가르치는 대학을 넘어, 인간을 이해하고 세상을 성찰하며, 존엄과 자유를 탐구해 온 지성의 산실입니다. 이러한 축적의 연장선 위에서, 연세 구성원 모두는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세계적 영향력을 가진 글로벌 연구·교육 허브 대학”이라는 장기적 목표 아래 그 비전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141년의 역사 위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우리를 그 자리에 머물게 하지 않습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다시 묻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떤 연세를 만들어 갈 것인가. 그리고 이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 앞에서 현재 우리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세 가지 방향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연세는 대학다운 재정 안정화를 이루고 자립의 힘으로 재도약하겠습니다.

 

대학은 하나의 생명체입니다. 스스로 숨 쉬고, 스스로 성장하며,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야 합니다. "대학이 대학답게 벌어서, 대학답게 쓰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재정 자립의 원칙입니다. 이는 단순한 재정 운용의 문제가 아닙니다. 연세의 존엄과 자존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이미 그 가능성을 현실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탁월한 연구 성과는 특허와 기술이전으로 이어지고, 창의적 연구성과와 학생들의 혁신적 아이디어는 창업으로 확장되어, 6,300억 원의 연구비 수주와 6,400억 원 규모의 자회사 기업가치라는 구체적 성과를 창출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연구 성과와 시장 진입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이른바 갭 펀드(Gap Fund)’조성을 통해 창의적 지식자산을 우량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그 수익을 다시 연구와 교육으로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연세가 처음으로, 그리고 담대하게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기부 실적 또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 모든 성과는 하나의 방향을 가리킵니다. 재정이 모이고, 그 재정이 연구와 교육에 재투자되며, 그 성과가 다시 연세와 사회로 환원되는 선순환의 구조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대학의 모습입니다.

 

둘째, 신촌·국제·미래의 세 캠퍼스를 ‘하나의 연세’라는 정신 아래 더욱 긴밀하게 연결하겠습니다. 세 캠퍼스는 인문사회와 과학, 의학과 공학, 예술이 서로 엮인 새로운 탐구의 공간으로 하나가 될 것 입니다.

 

오늘날 연세의 미래는 캠퍼스라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세계로, 그리고 인류가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국제캠퍼스는 연세의 새로운 백 년을 향한 담대한 출발점입니다. 우리는 이곳을 첨단 융합과학을 선도하는 혁신 거점으로 재편하겠습니다. 바이오와 양자, 미래의학, 첨단공학·약학분야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연구와 교육의 중심지로 도약할 것입니다. 특히 연세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양자컴퓨팅과 국가 바이오 생태계의 허브를 구축하겠습니다. 연세의 역사는 곧 불가능에 도전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온 개척의 역사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양자과학기술이라는 새로운 문명의 도구를 손에 쥐고,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을 열어 나갈 것입니다.

 

미래캠퍼스는 지역과 대학, 산업이 하나로 연결되는 진정한 산·학·연 융합 캠퍼스로 힘차게 도약하고 있습니다. 강원 북부 지역의 지자체 및 산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수요 맞춤형 교육과 연구를 실현하고, 한국을 넘어 세계와 경계 없이 소통하는 열린 캠퍼스로 한층 더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나아가 신촌·국제·미래 세 캠퍼스를 하나의 통합 네트워크로 연결하겠습니다. 각 캠퍼스의 고유한 강점이 서로를 비추고 보완하며 확장될 때, 연세는 지리적 한계를 넘어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거대한 ‘지적 유기체’로 도약할 것입니다.

 

셋째, 인공지능(AI)을 단순히 잘 활용하는 대학을 넘어, 기술이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두는 ‘인간 중심 AI 캠퍼스(Human-Centered AI Campus)’를 구축하겠습니다.

 

AI 시대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지식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대학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저는 그 답을 ‘질문하는 능력’에서 찾고자 합니다. 기술은 어디까지나 도구입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그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입니다. 인간의 가장 탁월한 역량은 바로 좋은 질문을 만들어 내는 능력입니다.

 

이를 위해 연세대학교는 AI를 교육과 연구의 기본 인프라로 전면 도입하겠습니다. 전 학생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이해와 활용 역량을 키우는 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연구자들에게는 AI 기반 데이터 분석과 논문 지원 시스템을 확대하겠습니다. 또한 연세의 모든 구성원이 세계 최고 수준의 AI 학습·연구 도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고도화된 AI 기반 캠퍼스를 새롭게 열어 나가겠습니다.

 

이와 함께 교육의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하겠습니다. 지식을 전달하는 대학에서 벗어나, 질문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대학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전공 간 경계를 허물고 융합 교육을 확대하며, 학생들이 자기 주도 연구와 글로벌 경험의 기회를 넓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과 교수, 그리고 대학을 이끄는 모든 구성원이 좋은 질문을 만들고 공유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겠습니다.

 

미래를 함께 열어갈 연세 가족 여러분,

 

우리는 지금 연세의 숲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그러나 이 숲은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더 울창하게 자라야 하고, 더 깊어져야 하며, 더 넓어져야 합니다. 150년, 200년 후 누군가가 다시 이 자리에 서서 오늘의 연세를 돌아볼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요. 오늘 우리가 내리는 선택, 오늘 우리가 심는 씨앗이 그 평가를 좌우할 것입니다.

 

연세의 정신은 진리와 자유입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이 정신을 마음에 새기며, 저는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를 다른 관점에서 되새겨 보고자 합니다.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

 

우리는 자유롭게 질문할 때 비로소 진리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진리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됩니다. 자유롭게 말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더 나은 답을 찾아가는 공동체. 그것이 우리가 지켜가야 할 연세의 모습입니다.

 

사랑하는 연세인 여러분,

 

141년의 역사를 일구어 오신 선배와 동문, 그리고 모든 연세 가족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제 우리는 그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Empowering Yonsei”의 정신으로, 연세 공동체의 지혜와 힘을 모아 모두가 함께 걸어 나갑시다. 연세다운 길을 연세답게 만들어 나가는 이 고귀한 여정에 여러분 모두가 함께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5월 9일

연세대학교 총장 윤동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