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입학식사
신입생 여러분,
오늘 여러분은 서로 다른 지역, 서로 다른 배경, 서로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부터 여러분은 연세인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생활하게 됩니다.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먼저 여러분의 이 뜻깊은 성취는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가족들의 인내와 응원이 함께 이루어낸 결실이기도 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 신입생 여러분 곁에서 묵묵히 동행하며 아낌없는 사랑과 헌신으로 지지해 주신 학부모님과 가족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대학생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것인가를 배우기 시작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는 빠른 답을 요구하지만, 연세가 여러분에게 기대하는 것은 ‘속도’보다 ‘깊이’입니다. 연세에서의 배움은 사고의 기준을 세워가는 과정입니다.
사고의 기준을 세웠다면, 그것을 끊임없이 점검해야 합니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질문하는 능력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인공지능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질문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습니다. 같은 인공지능이라도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답을 내놓기 때문입니다. 특히, 질문의 방향이 다르면 결론이 달라지고, 질문의 깊이가 다르면 답의 수준도 달라집니다. 연세는 질문이 학습의 출발점이 되는 대학입니다. 강의실과 학회, 동아리에서 던지는 질문 하나하나는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사고 능력을 훈련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질문하는 능력은 개인 혼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질문은 언제나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갖습니다. 내가 던진 질문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흔들고, 그 질문이 다시 나의 판단을 돌아보게 합니다. 질문이 오갈 때 배움은 공동의 경험이 되고, 이것이 함께 배우고 살아가는 공동체를 가능하게 하는 힘입니다.
사랑하는 신입생 여러분,
연세대학교는 서로를 모두 잘 알지는 못하지만, 진리와 자유의 가치를 함께하기로 선택한 사람들의 공동체입니다. 여러분은 서로 다른 전공을 선택하고, 서로 다른 삶의 길을 걷겠지만, 하나의 질문 아래서 생활하게 될 것입니다. “나의 행동과 판단이 우리 공동체에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연세가 말하는 공동체란,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함께 나아가는 관계의 방식입니다.
연세 공동체는 함께하는 순간들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먼저 배움의 순간입니다. 팀 과제를 수행할 때 의견이 엇갈리고, 시간은 부족하고, 각자의 우선순위가 다른 상황이 흔하게 발생합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 입장을 조율하고 협업하며 신뢰를 쌓게 됩니다. 함께 배우고, 함께 책임진다는 유대감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나무가지를 묶으면 부러지지 않는다’는 이솝우화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여러 아들에게 나무가지가 하나씩은 쉽게 부러지지만 묶어 놓으면 부러지지 않는다는 시범을 보이며 결속의 힘을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재능과 가능성이 연세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 연결될 때, 개인도 성장하고 공동체도 더욱 단단해집니다.
연세인 여러분,
신입생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뛰어난 잠재력을 지닌 특별한 존재입니다. 또한, 여러분은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이라고 노래했던 윤동주 시인과 인간의 고통과 존엄을 언어로 증명해 낸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후배입니다. 연세대학교에서 자유롭게 생각하고 질문하는 힘을 기르십시오. 그 힘으로 공동체를 이해하고,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부터 여러분은 연세의 자랑스러운 학생이자, 이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갈 책임 있는 구성원입니다. 생각하는 개인으로, 질문하는 학생으로, 그리고 함께 책임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연세에서의 시간을 의미 있게 채워가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입학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2월 27일
연세대학교 총장 윤동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