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학위수여식사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오늘 여러분은 수년 간의 배움의 여정을 마치고,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동안 연세대학교에서 흘린 땀과 노력, 인내의 순간들이 모여 오늘의 결실을 이루게 된 것을 모든 연세인의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 뜻깊은 자리에 함께해 주신 허동수 이사장님과 이사님들, 이경률 총동문회장님, 전임 총장님들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졸업생들이 이 자리에 서기까지 교육 현장에서 열과 성을 다해주신 교수님들과 교직원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이들의 곁에서 묵묵히 응원해 주신 학부모님과 가족 여러분께 큰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은 오늘 정든 연세의 교정을 떠나 세상을 향해 새로운 걸음을 성큼 내딛게 됩니다. 언 땅을 녹이고 또다시 봄이 솟아나듯이, 여러분은 교문 밖 세상에 희망의 씨앗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졸업식은 참으로 기쁜 배웅의 시간입니다.
지금 여러분 머릿속에는 연세 교정에서 보낸 지난 몇 년이 새록새록 떠오를 겁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부터, 개강총회, 대동제, 연고전, 긴장감 넘치던 수강 신청, 두근대며 열어보던 성적표,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숨차게 달렸던 순간들, 걸음을 멈춰 세우던 아름다운 벚꽃과 가을 단풍, 시린 겨울날 도서관 앞마당에 우후죽순 서 있던 눈사람들, 고민을 나누고 꿈을 나누던 동기와 선후배들, 좋은 아지트가 되어준 동아리방의 낡은 소파까지, 이 모든 것들이 여러분에게 특별한 경험이자 추억이 되었을 겁니다.
지리학자 이 푸 투안(Yi-Fu Tuan)은 공간과 장소를 구분합니다. ‘공간’이 추상적이고 풍부한 가능성을 가진 곳이라면, ‘장소’는 거기에 경험과 삶, 애착이 녹아들어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깃든 곳이라고 합니다. 신입생으로 첫발을 내딛었을 때 연세대학교는 여러분에게 가능성의 공간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졸업을 맞이하는 지금, 연세는 여러분의 청춘이 깃든 장소입니다. 이곳에서 여러분은 그동안 많은 이들을 만나고, 경험하고, 배우고, 느끼고, 넘어지고, 딛고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성장한 여러분은 이제 또 새로운 공간을 향해 나아갑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이 마주할 세상은 또다시 낯선 공간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마주할 세상은 결코 단순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능성은 미지의 영역입니다. 여러분은 불확실성 속에서 길을 찾고, 성공의 길로 나아가는 가운데 뜻하지 않은 좌절이나 실패를 겪어야 할 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끝없이 배우고 성장합니다. 여러분이 넘어졌던 자리에서 늘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자신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AI혁명으로 인류는 급격하고 거대한 변화의 문 앞에 서 있습니다. 인간의 역할에 대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물어야 하는 때가 온 것입니다. 우리는 요즘 ‘인공지능이 아직 할 수 없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에 대해 자주 묻습니다. 우리 동문인 장강명 작가의 화제작 먼저 온 미래에서는 이렇게 답하더군요. “좋은 상상을 하는 것, 우리가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 그렇게 미래를 바꾸는 것”이라고요.
여러분이 연세에서 배운 것은 단지 전공 지식이나 기술만이 아닐 것입니다. 질문하는 법, 다르게 생각하는 용기, 그리고 타인의 생각에 귀 기울이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질문과 용기, 열린 태도와 타인에 대한 배려, 그것이 우리에게 좋은 상상을 하게 만들어줍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정답은 자주 바뀌지만, 스스로 묻고 성찰하는 힘은 오래 남습니다. 이 힘이 여러분을 흔들리지 않게 붙들어 줄 것입니다.
여러분이 어디에 있든, 어떤 길을 걷든, 성공의 크기보다 방향을, 속도보다 책임을 먼저 생각하는 연세인이 되어 주십시오. 좋은 상상을 하며, 그렇게 여러분의 공간과 그 주변을 특별하고 따뜻한 삶의 장소로 만들어 주십시오.
자랑스러운 연세인 여러분,
오늘부터 여러분은 힘차게 내딛는 새로운 세상에서 이 대학의 얼굴이며, 이 대학의 역사입니다. 오늘 이곳은 배웅의 장소일 뿐만 아니라, 여러분을 40만 연세 동문으로 맞이하는 환영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연세 동문으로서 여러분의 앞날에 용기와 지혜가 늘 함께하길 바랍니다. 그 용기와 지혜가 늘 세상에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그렇게 만들어갈 여러분들의 새로운 길 위에서, 지금처럼 변함없이 빛나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연세가 여러분의 삶의 여정에서 시들지 않는 추억, 가슴속에서 내내 빛나는 청년으로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그 길을 연세가 함께 걷고 응원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2월 23일
연세대학교 총장 윤동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