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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개

연설문

129주년 창립기념사 2015.07.28

존경하는 김석수 재단 이사장님과 박삼구 동문회장님, 내외귀빈 여러분, 졸업 25주년과 50주년의 뜻 깊은 재상봉 행사를 위해 모교를 찾아주신 자랑스러운 동문 여러분, 그리고 오늘 우리 대학의 창립 129주년을 축하해 주시기 위해 오셔서 자리를 빛내 주신 모든 재학생, 교직원, 동문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별히 오늘 장기근속상, 사회봉사상, 의학대상 및 학술상을 받으시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연세 가족 여러분! 
  오늘은 129주년의 창립기념사를 시작하면서, 먼저 학교의 여러 공사로 인해 불편을 드려 송구스럽다는 말씀부터 드려야겠습니다. 매년 5월의 아름다운 신록이 가득한 연세 캠퍼스에서 창립 기념일 행사가 개최되었는데, 올해는 신촌캠퍼스 전체에서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백양로를 지켜왔던 늠름한 독수리상을 비롯한 여러 상징물들도 백양로 재창조 사업을 위해 지금은 잠시 다른 곳으로 옮겨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모교를 찾아오신 동문 여러분은 옛 추억의 캠퍼스가 잠시나마 사라진 것 같아 많이 아쉬우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대학은 새로운 역사를 이루기 위해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소중한 전통을 가슴에 간직한 채, 가슴 벅찬 연세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제가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목표로 내 걸었던 ‘제3의 창학’은 우리 학교가 창립 130주년을 맞게 될 내년에 그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환골탈태(換骨奪胎)를 넘어서는 천지개벽(天地開闢)의 새 역사를 만들기 위해 지금 여러분의 모교, 자랑스러운 연세대학교, 그리고 옛 추억의 백양로가 새롭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매년 용재관 앞 언덕에 흐드러지게 피어올라 캠퍼스에 봄이 왔음을 알려주던 진달래도 올해에는 볼 수 없어 아쉬우셨을 줄 압니다. 그러나 저는 올해에 진정한 생명의 봄이 우리 연세 캠퍼스에 찾아 왔다고 생각합니다. 겨울 내내 얼어 있던 땅을 뚫고 봄의 새싹이 대지를 솟아오르듯이, 신촌 캠퍼스에서 새로운 생명이, 새로운 역사의 물줄기가 솟구쳐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촌 캠퍼스의 숙원 사업이었던 백양로 재창조, 경영대학, 제중학사와 법현학사, 우정원 등 기숙사, 공과대학, 이과대학 등의 신증축 공사가 동시에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랑스러운 연세 가족 여러분! 
  지금 우리 연세대학교에서는 백양로 재창조와 같은 하드웨어적인 면에서만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사립대학을 넘어서 아시아 최고의 사립대학으로 인정받는 낭보가 계속 들려오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QS 대학평가에서 우리대학은 110위권, Times 대학평가에서는 연세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100대 대학으로 올라와 당당히 80위권의 저명대학으로 올라섰습니다. 국공립 대학을 제외한 사립대학만의 평가에서는 모든 평가에서 우리대학이 전 세계 20위, 아시아 최고의 사립대학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국내 최고 사립대학의 자리를 지켰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대학이 아시아 최고의 사립대학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은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학생들의 우수성도 이제 더 이상의 검증이 필요 없을 만큼 확고부동해졌습니다. 올해 변호사 시험에서는 우리 대학이 합격률은 물론 합격자 수에 있어서도 역사상 처음으로 정원이 우리보다 많은 경쟁대학들을 누르고 전국 최고를 기록함으로써, 법학전문대학원의 비약적 발전과 우수성이 여실히 증명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연세대학교는 국내 경쟁에 머무르지 않고, 아시아 최고 대학으로서, 진정으로 인류의 역사와 미래에 공헌하는 세계적 명문이 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경주하겠습니다.
 
  이런 눈부신 연세의 발전 뒤에는 재단, 교직원 여러분, 동문, 그리고 재학생 여러분의 각고의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고등교육의 위기 징후가 한국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교육과 의료 정책의 여건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연세가족들은 일치단결하여 새로운 도전을 통해 역사를 창조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별히 송도 캠퍼스의 RC 교육 정착은 한 대학의 성공적인 학사 운영 사례를 넘어, 한국 대학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것으로 국제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7년 만에 바다를 최첨단 시설의 캠퍼스로 바꾸는 기적을 이루었고, 많은 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1학년 신입생 전원이 RC교육의 혜택을 누리게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이루어 내고야 말았습니다. 송도 캠퍼스의 외연은 계속 확장되고 있습니다. 미래 대학의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에 따라 국제 캠퍼스 1-2 단계 조성사업이 완료되었고, 지난 한 해에도 기숙사와 채플, 포스코 그린 빌딩 등이 새롭게 준공되어 이제는 연면적 9만 3천여 평의 첨단시설과 연구 장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캠퍼스 재창조 사업은 의료원에서도 활기차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30일 연세 암병원의 봉헌은 이미 한국의학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인류의 난치질환을 치료하는 임상 시설의 탁월함과 병상 규모도 놀라울 정도이지만 암으로 투병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노아의 방주와 같은 구원의 희망을 심어주는 아름다운 신축 병원 건물은 우리 연세가 추구하는 기독교 정신의 미학을 아름답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신촌 캠퍼스에 새로운 기숙사 공간을 제공할 우정원도 올해 8월 말에 450명을 수용할 준비를 완료하게 될 것입니다. 의과대학의 제중학사와 법학전문대학원의 법현학사를 통합 개발하여 약 1천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와 100여 가구가 생활할 수 있는 외국인 교원 아파트 신축하는 사업도 오늘 착공식을 가졌습니다. 백양로 재창조 사업과 경영대학 건물은 내년 8월말에 완료되어 신촌 캠퍼스의 지형도를 완전히 새롭게 할 것입니다. 원주캠퍼스에서도 오랜 숙원이었던 원주 의료원의 권역외상센터 및 외래센터의 건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의 정보통신 기반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스마트 캠퍼스(Smart Campus) 사업도 연내에 완성하여 교육자원의 효율적 공유를 위한 OCX(Open Campus eXperience) 구축을 완료토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연세 가족 여러분, 
  연세 제3 창학의 역사는 캠퍼스 인프라의 확충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캠퍼스 인프라는 우리 대학이 세계적 명문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요조건에 불과합니다. 우리 대학은 지금 대학의 기본사명인 교육과 연구, 의료, 사회봉사, 네 가지 중에서 연구를 제외한 3개 부문에서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도 국내에서 최정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는 연구 역량을 높여나간다면 130년 역사의 연세는 더욱 화려하게 그 사명을 달성하게 될 것입니다.
 
  연세는 앞으로 확충된 첨단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학의 기본 소명인 교육과 연구의 수준을 글로벌 명문으로 높여 나가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올해부터는 교육과 연구의 특성화를 통해 세계대학과 경쟁할 수 있는 연세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매진할 계획입니다. 이미 국제적 명성을 확보한 언더우드 국제대학(UIC)과 같은 특성화 프로그램을 여러 형태로 확대하여, 대학의 구조조정과 교육과정의 질적 향상을 동시에 추구할 계획입니다.
 
  언더우드선교사가 129년 전 우리대학에 하나님과 근대교육이라는 두 가지 값진 선물을 주신 뜻을 되새기며, 글로벌신학원(Global Institute of Theology, GIT)을 설립하여 소외된 저개발국 학생들을 초청하여 무상 신학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우리가 받은 것을 세계의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이와 함께, 지난해 환태평양대학연합회(Association of Pacific Rim Universities, APRU) 가입을 계기로 세계유수의 명문대학들과의 다자간 교육 및 연구협력을 더욱 강화하며, 대학의 국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대학이 주관하여 프린스턴, 코넬, 킹스 칼리지 등 세계 10대 명문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G10 컨소시엄도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대학의 기본적인 사명인 연구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지난해에는 미래융합연구원을 설립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이를 통해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과 아울러, 기초 및 융합연구, 그리고 국제연구협력을 위한 지원을 더욱 확대함으로써 연구역량을 강화해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매년 30억 원의 연세연구진흥기금을 새롭게 확보하여 획기적인 연구 지원제도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또한 의생명분야의 융합연구와 교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의생명 과학단지의 건축을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사랑하는 연세인 여러분, 
  지금으로부터 129년 전에 벽안(碧眼)의 미국 선교사들이 이 땅에 복음과 서구식 대학교육의 씨앗을 뿌림으로써 우리 연세대학교의 위대한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분들의 희생과 사랑의 수혜자였습니다. 이제 우리 연세대학교는 더 이상 수혜자로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창립자들이 보여주었던 희생과 사랑의 정신을 이어받고 확장시켜 나갈 것입니다. 세계를 향한 발걸음에 더욱 박차를 가할 뿐만 아니라, 세계를 향해 문을 활짝 열고, 세계의 지성을 교육시키는 학문의 전당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연세대학교란 교명의 ‘연세(延世)’를 ‘세상을 향해(世) 뻗어가는(延)’ 대학의 의미로 해석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연세의 연(延) 자에는 뻗어 나간다는 의미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끌어 당긴다’는 의미도 있고, ‘서로 통하게 만든다’는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연세는 세계를 향해 문을 활짝 열고, 천하 인재를 끌어당기고 이끌어가는 대학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중국의 고전 《한서 漢書》 권58에 “개동각이연현인(開東閣以延賢人)”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이는 우대(優待)하여 천하의 현명한 사람을 불러들임을 의미합니다. 보통 사용한 문(門)외에 동쪽의 작은 문마저 열어 놓고, 천하제일의 영재를 불러 교육시키고 세상을 변화시켜 나간다는 뜻입니다. 이 문장에서도 연(延)자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우리는 새로운 ‘연세’의 미래를 발견하게 됩니다. 힘찬 발걸음으로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우리는 ‘동쪽의 작은 문’마저 열어놓고 천하 인재를 불러 모아, 세계 최고의 대학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세계를 서로 통하게 하는 연세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미 아시아 최고의 사립대학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우리에게 이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저는 믿습니다.
 
  존경하는 연세 가족 여러분, 
  매년 창립기념일마다 우리가 함께 힘차게 노래 부르는 “연세 찬가” 1 절 가사는 이렇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세기 지켜온 민족의 얼/ 진리와 자유 심어온 모습/ 뒤안에 우뚝한 무악같이/ 굳세고 슬기에 영원하여라!” 연세가 지켜온 민족의 얼은 이미 한 세기를 훌쩍 넘겼고, 굳세고 슬기에 영원했던 우리 연세는 올해로 벌써 129번째 창립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모든 연세 가족들은 민족의 역사와 함께 호흡하면서 숨 가쁜 개척자의 길을 걸어 왔고, 이제 아시아 최고의 사립대학이라는 위상을 자랑스럽게 천명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는 아닐 것입니다.
 
  서양 인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고향 이타카로 귀향하던 주인공 오디세우스와 그의 동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함께 힘차게 노를 저었습니다. 높은 파도가 그들을 위협했고 괴물들이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으며 요정들이 유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와 그의 동료들은 이런 시련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노를 저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10년 동안 치러진 트로이 전쟁과 다시 10년간 이어졌던 긴 방랑의 항해를 마치고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아직 모든 고난의 끝에 도달한 것이 아니오. 
  앞으로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노고가 있을 것이고, 
  그것이 아무리 많고 힘들더라도, 나는 그것을 모두 완수해야만 하오!”
 
  사랑하는 연세 가족 여러분, 
  저는 3년 전에 “YONSEI, where we make history”란 슬로건을 들고 총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저에게는 우리가 역사를 만들지 못한다면, 오히려 우리가 역사의 한 줄로 축약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있었습니다. 그 슬로건은 지난 129년 동안 찬란하게 이어져 온 연세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제3의 창학’으로 새롭게 도약시키겠다는 저의 다짐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에게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노고가 요구될 것이고, 그것이 아무리 벅차고 힘들더라도 저는 여러분과 함께 ‘제3의 창학’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것입니다. 지난 129년의 연세의 역사는, 언제나 새로운 도전과 창조적 극복의 역사였습니다. 로마서 8장에는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지난 129년 전에 그 부르심에 따라 이국만리(異國萬里)를 찾아와 복음의 씨앗과 연세의 터전을 마련했던 존경하는 우리 대학의 설립자들도 그 부르심을 입었습니다. 이제 우리도 그 부르심을 함께 입고, 협력하여 선을 이루며, 새로운 연세의 역사를 창조하는 일에 함께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 연세는 세계를 향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딜 뿐만 아니라 ‘동쪽의 작은 문’마저 열어놓고 천하 인재를 끌어 모아(延) 그들을 가르치는 세계 최고의 대학이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연세를 통하여 세계가 ‘서로 통하게 되는(延)’ 새 역사를 창조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 129년 동안 우리와 함께 했던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인도하심이 우리의 가슴 벅찬 미래에도 늘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5월 10일
 
총장    정 갑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