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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개

연설문

2014학년도 입학식 축사 2015.07.28

자랑스러운 신입생 가족 여러분, 
  오늘 얼마나 감격스러우십니까? 그동안 여러분, 얼마나 고생 많으셨습니까?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매시간 힘겨운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 낸 신입생 여러분들의 노고와 인고의 아픔, 그리고 가족들의 희생과 헌신은 제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연세대학교의 총장으로서의 인사가 아니라 제 자신이 바로 41년 전에 이 자리에 서 있었고, 저의 세 아이를 모두 연세인으로 만들면서 그 힘든 과정을 너무나도 잘 체험했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 인고의 시간들을 넘어 드디어 오늘 연세인이 되신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저는 모든 신입생 가족 여러분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연세를 선택한 여러분의 결정이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선택이라는 것을 체험으로 알게 될 것입니다. 저희들이 가끔 농담으로 ‘국제화 시대에 국적은 쉽게 바꿔도, 학적은 절대 못바꾼다’라는 말을 합니다만, 여러분은 정말 탁월한 선택을 하셨습니다. 연세를 통해 여러분의 잠재력은 더욱 더 찬란하게 빛을 발할 것입니다. 연세 129년의 역사와 전통이 바로 산 증거가 될 것이며, 여러분이 주역이 되어 이끌어갈 ‘제3 창학’이 우리의 미래에 또 하나의 빛나는 전통을 만들어 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연세는 1885년 광혜원(제중원)의 설립으로 한국 땅에 최초로 근대 의학과 고등교육을 도입하여 ‘제1 창학’의 문을 열었습니다. 제중원은 세브란스 병원과 의학전문학교, 의과대학으로 발전되었습니다. 또 다른 한 줄기는 언더우드 선교사가 세운 언더우드학당, 연희전문학교, 연희대학교로 뻗어나갔습니다. 드디어 1957년에 “연희”와 “세브란스”가 합병되어 하나의 연세가 탄생하면서 ‘제2 창학’을 맞이하였습니다. 그리고, 연세는 지금 대학의 기본적인 소명인 교육과 연구 분야에서 획기적인 도약을 통해 글로벌 명문으로 굳건히 서는 날을 꿈꾸며 ‘제 3창학’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 연세는 창립 이후 한국의 고등교육과 의료서비스를 개척하였으며, 식민지 하의 민족문화 연구의 본원지가 되었고, 해방 후에는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끌어 왔습니다. 이제 연세는, 축적된 연세의 정신, 공동체 의식, 학풍을 계승·발전시켜, 한국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아시아, 더 나아가 전 세계를 생명과 사랑이 함께 하는 더욱 인간적이고 성숙한 공동체로 변화시키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사랑하는 신입생 여러분, 
  연세 ‘제3 창학’의 역사의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글로벌 명문을 목표로 하는 연세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교육과 연구에서 수월성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데 있습니다. 우리대학은 생활과 교육이 통합된 Residential College(RC)라는 창의적인 공동체를 통해, 미래 사회를 위한 섬기는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전인적인 인격을 배양하는 데 최선의 환경과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RC는 기숙사 공간을 함께 나누는 것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영국의 옥스퍼드나 캠브리지, 미국의 Ivy League 대학들은 대부분 RC교육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들 선진 명문대학의 학생들처럼 여러분도 RC라는 공동체에서 RC Master 교수님, RA선배, 그리고 동료들과 학문과, 미래와, 사회의 문제에 대한 의견을 함께 나누는 동안, 혹은 갈등하고 혹은 이해하면서, 차이를 존중하고 남을 배려하며, 공감하고 소통하며 융합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될 것입니다.
 
  교육학자들은 대학 1학년을 인생의 전환기(conversion year)라고 말합니다. 대학 1학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여러분의 일생이 좌우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대학은 10년 전부터 RC교육을 연구하고 도입을 준비하여, 2007년 원주캠퍼스를 출발점으로 그 효과를 확인하였으며, 이제 연세의 모든 신입생들이 RC교육에 참여하는, 국내 어느 대학도 모방할 수 없는, 우수한 환경을 갖추기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RC공동체를 통해 성장한 여러분이 만들어내는 미래는 우리가 이제껏 경험했던 것보다 훨씬 인간을 존중하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을 확신합니다. 우리대학의 RC교육 모델은 이미 아시아의 다른 대학들이 벤치마킹하는 성공한 프로그램으로 자리해 가고 있으며, 연세를 선진명문대학으로 도약하게 하는 굳건한 기반이 될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신입생 여러분, 
  오늘 연세인으로 대망의 첫발을 내딛는 여러분들에게, 개인으로서, 연세인으로서, 그리고 한국의 지식인으로서 꼭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것을 몇 가지만 당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로 오늘의 기쁨과 감동을 오랫동안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기쁨의 추억을 새로운 각오로 승화시켜 주십시오. 여러분은 모두 대한민국 1%, 그 중에서도 특별히 뛰어난 인재로 선택받은 사람들입니다. 때문에 그에 어울리는 큰 인생을 만들어갈 큰 꿈을 가져야 합니다. 어부 시몬 베드로가 하루 종일 아무것도 잡지 못해 실망해 있을 때, 예수께서는 그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누가복음 5:4)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깊은 곳에 던진 그물에는 찢어질 만큼 많은 고기가 들어있었습니다. 깊은 물에 그물을 던지라는 주님의 말씀은, 큰 인재가 될 사람들에게 큰 꿈을 가지라는 질타입니다. Bernard Shaw는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생각하며, ‘왜 안 되지?’ 하고 반문한다”고 했습니다.
 
  지금 여러분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처럼 모든 것을 갖춘 인재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행여 가정적인 어려움이나 다양한 연유로 부족함을 느낀다면 그것이야말로 사치에 불과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오늘의 각오와 소망을 모두 실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연세는 그러한 잠재력을 현실로 승화시키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에게 부족한 게 있습니까?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꿈과 그것을 실행하려고하는 의지와 노력이 부족할 따름입니다. 성경에도 “영혼이 없는 믿음이 죽은 것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야고보서 2:26)라고 말합니다. 오늘 바로 큰 꿈을 갖고, 연세 캠퍼스에서 모든 열정을 다해 그 꿈을 실현해 나가십시오. 혼신을 다해 쏜 화살이 바위를 뚫었다는 이광의 일화와 같이, 여러분이 가진 능력은 굳은 의지를 통해 실현될 때 참된 가치를 발할 것입니다. 연세인이 될 수 있는 지적 잠재력과, 큰 꿈을 갖고 실천해 나가는 의지력과, 열정을 다 바쳐 집중한다면 무엇을 이루지 못하겠습니까?
 
  둘째로, 무엇이 연세 정신인가를 배우라는 부탁을 드립니다. 우리 대학의 설립자 언더우드 선교사는 약관 26세에 하나님의 부름에 응답하여 가족과 친지를 떠나, ‘암흑과 어둠의 척박한 땅, 나무 하나 풀포기 하나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조선’으로 건너와 연세대학교를 열었습니다. 알렌 선교사 역시 26세의 나이에 의료선교에 헌신하였으며,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 1대 교장 에비슨 박사는 33세에 한국을 찾아 42년 동안 세브란스와 연희, 그리고 조선의 환자들을 위하여 봉사하였습니다. 이런 선각자들을 생각할 때마다 이 분들의 경외롭고 존경스러운 행적에, 가슴이 뭉클하고 자신이 한없이 작고 부끄러워집니다. 선배들께서 뿌린 씨앗 하나가 썩어서 이룩한 창대한 기적의 땅 위에서, 오늘 여러분은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 놀라운 결과의 출발은, 하나님의 부름에 주저없이 “주여 내가 여기 있나이다”라고 응답한 소명의식에 있습니다. 우리는 왜 그렇지 못합니까? 이 시대의 청년들은 왜 그런 꿈을 갖지 못할까요? 언더우드 선교사와 지금의 우리는 너무나 격차가 커서 비교의 대상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왜 작은 부름에도 응답하지 못하고, 작은 꿈도 갖지 못하고, 왜 그렇게 쉽게 세속적인 굴레에 얽매어 나약한 존재로 전락해 버립니까? 이는 연세정신이 아닙니다. 연세의 정신은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시대의 흐름을 선도하는 인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시류를 추종하지 않고 새로운 시대의 첫 장을 여는 ‘소명’에 응답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세 정신은 어려울 때마다 더 찬란한 빛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안창호, 윤동주 등 연세를 거쳐 간 수많은 선각자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연세정신은, 어떠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어둠을 뚫고 장벽을 넘어 반드시 목표를 달성하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앞날은 항상 불확실하고, 빠르게 변하며, 나아가야 할 길을 몰라 불안한 때가 더욱 더 많아집니다. 그런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불굴의 연세정신을 기억해 주십시오.
 
  셋째로 세상을 바꾸는 빛이 되라는 것입니다. 연세인은 세상에서 가장 신뢰받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서로를 믿지 못하고, 갈등과 반목이 심화되는 신뢰의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갈등으로 인한 사회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양극화와 빈부격차로 인한 계층 간 위화감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사회가 신뢰의 위기에서 탈피하여 선진화하려면, 하루 빨리 신뢰기반을 확충해 나가야 합니다. 연세인 여러분이 굳건한 믿음을 바탕으로, 갈등으로 깊어 진 골을 잇는 다리가 되어야 합니다.
 
  친애하는 신입생 여러분,
  연세의 교훈이 무엇입니까?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입니다. 연세인은 진리를 배우고, 진리만을 전파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신뢰받는 지성인이 될 수 있으며, 연세의 명예와 전통도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과학적 합리성에 기반한 지식과 함께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 믿음과 배려의 덕을 갖춘 지성인, 그것이 바로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하나님의 가르침의 참뜻입니다. 연세인은 믿음이 약한 사회를 신뢰의 사회로 바꾸는 사자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부터 여러분은 연세가 세상에 내보내는 편지와 같습니다. 재능은 머리가 기억하고, 배려는 가슴이 간직한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말과 행동이 세상에서 신뢰받고 다른 사람의 가슴에 기억되는 연세인이 되어 주십시오. 여러분은 오늘부터 영원토록 연세의 표상이며, 연세의 별입니다. 신뢰의 위기에 빠진 한국에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빛을 더하는 별이 되어 주십시오.
 
  쌀쌀한 날씨에 야외에서 진행되는 입학식에 함께해 주신 입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가족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신입생 여러분, 오늘의 기쁨과 결연한 의지를 항상 되새기며, 연세캠퍼스에서 큰 꿈을 실현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4년 동안 걸어가는 여러분의 길이 바로 연세의 길, 대한민국의 역사, 그리고 인류의 꿈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2월 27일
 
총장    정 갑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