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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개

연설문

2014년 2월 학위수여식사 2015.07.28

오늘 학위수여식을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먼저, 정든 연세 교정을 뒤로하고 이제 세상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 학사,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수여받는 졸업생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랫동안 애정을 아끼지 않으시고 졸업생들을 뒷바라지하며 헌신하신 부모님과 친지들께도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올립니다. 또한 졸업생들의 학문적 성취와 인간적 성숙을 위해 강의실 안팎에서 모든 노고를 아끼지 않으셨던 우리 교수님들께도 감사드리며, 영예로운 졸업식을 빛내주시기 위해 참석해 주신 존경하는 김석수 이사장님과 여러 이사님들, 전임 총장님을 비롯한 모든 연세인과 연세 가족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은 이제 지적으로 충만했던 시간들을 한 단계 마무리하고, 연세를 떠나게 됩니다. 여러분이 몸담았던 연세는 민족이 어두웠던 시절에 빛의 역할을 하였고, 혼미한 세상에서 소금의 역할을 해 왔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세기 우리 사회는 식민과 전쟁, 그리고 빈곤과 혼돈으로 점철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역경들은 모두의 끊임없는 노력에 힘입어 이제는 지나간 과거의 일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유래 없는 짧은 기간에 근대화, 산업화, 민주화를 이룩하였으며 우리의 문화는 세계적으로 창달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크나큰 역사의 진보 과정에서 연세의 이름은 언제나 새벽 별 같이 빛을 발해왔습니다. 근대를 여는 여명의 시대에, 연세의 선교사들은 이 땅이 새 땅이 되어야한다는 믿음으로 생명을 구하는 의술을 전파하였고, 시대를 위한 인재를 준비하였습니다. 캄캄한 식민의 시대에 연세의 학자들은 끝까지 한글을 놓지 않았습니다. 산업의 시대에 연세의 졸업생들은 사회를 설계하고 기업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민주화의 시대에 연세의 학생들은 자유를 위한 고결한 함성을 드높였습니다. 여러분이 오늘 서 있는 이 자리가 바로 그 자리인 것입니다. 이제 연세의 동문으로 거듭나게 되는 여러분 또한 연세의 역사에 무한한 자긍심을 지니고, 연세의 빛나는 전통을 이어 한국의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 나가게 될 것임을 믿습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미국 대학에서는 졸업식을 ‘commencement’라고 부릅니다. 직역하면 ‘시작’ 내지는 ‘출발’이라는 뜻이 됩니다. 그렇습니다. 졸업식의 참된 의미는 끝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출발에 있습니다. 떠나는 사람에게도 떠나보내는 사람에게도, 새 출발은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미래에 대한 꿈과 기대로 가득 찬 가슴 벅찬 순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 새로운 출발선 상에 선 여러분을 떠나보내는 마음이 마냥 설레고 희망찬 것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여러분 앞에 놓인 현실이 언제나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 캠퍼스를 떠나 험한 세상을 향해 긴 여정을 떠나는 여러분들에게 총장으로서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지성과 지식을 겸비한 연세인으로서 항상 시대정신을 선도하는 길을 걸어가기를 부탁드립니다. 인류사에서 지성과 지식은 인간의 내면을 변화시키고, 사회의 체제를 변혁하는 원천이었습니다. 혁신적 지식은 지난 세기 서구문명의 발전을 가능케 하였습니다. 선진국 지식에 대한 부지런한 ‘학습’은 최근 동아시아의 괄목한 발전을 가져다주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 수준의 성공에만 안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과거를 넘어, 인류를 위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야 하는 사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여러분들이 쌓은 지성과 지식은 ‘성장’을 넘어서 인간과 공동체의 ‘성숙’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 다양한 시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형식과 제도의 민주화를 넘어서 존중과 배려, 그리고 이성과 합리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성숙하고 안정된 민주사회를 모색해야합니다. 이제껏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노령화 시대에 고용, 성장, 복지, 의료의 난제를 슬기롭게 풀어가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기존 지식의 틀을 넘어서 융합과 창의적 사고로 인본주의에 바탕을 둔 과학 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내야 합니다.
 
  시대정신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시류를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첫 장을 열어가는 ‘소명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신이 스스로 미래를 창조해 나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러분이 스스로 선도자가 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나가야만 합니다. 그것이 바로 연세정신인 것입니다.
 
   둘째, 언제 어느 곳에서나 역사를 만들어가는 글로벌 리더의 역할을 다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여러분이 이끌어갈 이 21세기는 공간적으로는 경계가 사라지고, 시간적으로는 모든 것들이 빛의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기입니다. 국가 간 경계나, 경제의 장벽, 사회의 구획이 가지는 의미는 점차 쇠퇴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활동무대는 한국과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열려있으며, 여러분의 정체성 또한 한국인을 넘어, 동아시아인, 나아가 세계시민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다양한 가치를 수용할 수 있는 문화적 소양, 이질적 지식을 융합할 수 있는 전문적 능력, 세계인들과 소통하며 공감할 수 있는 도덕적 자부심 등,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덕목과 통찰력을 갖추어야할 것입니다.
 
  단순한 지식과 맹목적 인간관계로는 리더가 될 수 없으며, 성공 또한 보장할 수 없습니다.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은 단순히 다른 사람의 위에 서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남보다 앞장서지만, 다양한 덕목으로 남을 배려하는 것이 ‘열린 리더’가 해야 할 몫입니다. 상황에 따라 위로와 염려, 용기와 결단, 열정과 몰입이 필요합니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이러한 분별력과 감성을 갖춘 인격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바로 연세가 강조하고 교육해온 ‘섬김의 리더십’입니다.
 
  셋째, 어떤 도전과 역경에도 포기하지 말고 여러분의 꿈을 실현해 나가시기를 당부합니다. 캠퍼스를 떠나면 다양한 인생의 길목에서 예견치 못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고난을 앞에 두고 절대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마십시오. 성경은 우리에게 “환난 중에서도 즐거워하니, 이는 환난이 인내를, 인내는 연단(鍊鍛)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로마서 5장 3∼4절)”라고 전합니다. 찬송가는 “큰 물결 일어나지만, 이 풍랑 인연하여 더욱 빨리 갑니다.(찬송 「고요한 바다로」).”라고 노래합니다. 어려움을 당하였을 때일수록 인생의 큰 그림을 생각하고, 자신 속 내면의 용기가 가지는 힘을 믿기를 바랍니다. 원대한 소망과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고난에 대처할 때 여러분의 인생은 한층 더 성숙하여 빛을 발할 것입니다.
 
  자랑스러운 연세 가족 여러분, 
  연세는 ‘제 3창학’을 통해 세계 속의 ‘글로벌 명문’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RC 교육은 성공적으로 정착되어 한국의 고등교육에 또 하나의 큰 획을 그었으며, 신촌 캠퍼스를 녹지와 문화의 융합공간으로 바꾸는 백양로 재창조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교육과 연구, 학생복지, 국제화는 물론, 새로운 대학 문화를 구축하고 아시아의 세계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졸업생 여러분이 꼭 기억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연세의 위상은 이제 여러분이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연세에 대한 여러분의 성원이 미래의 연세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연세의 지난 129년의 역사는 선배 동문들의 헌신과 모교에 대한 사랑이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이제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모든 과정에서, 연세의 별이 되어 세상을 비추어 주십시오. 그리고 자랑스러운 연세 동문으로서 모교의 발전을 함께 성원해 주십시오. 연세가 발전할수록 연세의 별은 더욱 찬란하게 빛날 것이며, 그 찬란함은 다시 연세 발전의 원동력으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졸업생 여러분, 
  이제 연세의 이름으로, 세계로 미래로 나아가십시오. 연세는 여러분이 걸어갈 위대한 발걸음으로 더욱 풍요로워지고, 여러분이 이룩한 성공으로 더욱 빛을 발할 것입니다. 태산과 험곡을 넘어 여러분이 헤쳐 나가는 길이 바로 연세의 새로운 역사가 될 것입니다. 부디 “진리와 자유의 정신에 따라 겨레와 인류 사회에 이바지할 지도자”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한 세기 너머 전 언더우드 선교사를 보내시어, 혼동과 암흑으로 가득했던 이 땅에 연세라는 한 알의 밀알을 심으시고 위대한 역사를 이룩하신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이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다시 한 번, 형설의 공으로 오늘 졸업의 영광을 안은 여러분과 가족들께 축하를 드립니다. 많은 장학금을 쾌척하여 이들의 학업을 후원해주신 동문과 정부기관, 사회유지와 기업들에게도 깊은 사의를 표합니다. 여러분의 앞길에 늘 하나님의 가호가 함께 하실 것을 믿고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2월 24일
 
총장    정 갑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