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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Academia] 지진과의 불편한 동거 - 홍태경 교수(지구시스템과학과) Vol. 598

지진과의 불편한 동거

 

홍태경 교수 (지구시스템과학과)

 

 

한 순간에 수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야기하는 지진은 인류와 늘 함께하는 가장 고통스러운 자연재해 가운데 하나다. 지구 생성과 함께 지구 중심부에 쌓인 다량의 방사능 물질과 행성 성장과 함께 발생한 압축에너지는 지구 내부에 끊임없이 많은 열을 만들어낸다. 이 열은 맨틀을 거쳐 지표까지 전달되며, 맨틀 내부에 거대한 열 순환 운동을 만든다. 이 맨틀대류에 의해 지구 최외곽을 구성하는 지각판들이 서로 이동하고 충돌하며, 매질 내에 큰 힘(응력)을 유발한다. 이 힘은 매질(땅)이 견딜 수 있는 한계까지 꾸준히 누적되다가 한 순간 매질을 부수는데, 이를 지진이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지진 유발의 원인이 되는 지구 내부의 열은 철이 풍부한 외핵의 유동성을 만들어 지구를 거대한 막대자석과 같이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지구에 생긴 이 거대한 자기장은 태양 등 외계 항성으로부터 지구에 전달되는 강력한 양성자와 전자를 막아내면서 지구상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이와 같이 우리 인류의 생활 터전을 파괴하고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주는 지진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구가 우리가 숨 쉬고 살 수 있는 행성이기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지진은 우리 인류가 기꺼이 감수해야 할 재해인지도 모르겠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지진은 인류에게 크고 작은 많은 피해를 남겼다. 인류가 겪은 가장 큰 지진 피해로 1556년 1월 23일 중국 산시성에서 발생한 규모 8의 지진을 꼽을 수 있다. 이 지진으로 약 83만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근대적인 지진계가 개발된 20세기 이후의 지진만을 대상으로 보자면 1976년 7월 28일 중국 탕산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지진에 의해 65만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2010년 1월 12일 중남미 아이티에서 발생한 규모 7.0의 지진으로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와 같이 지진은 한 차례의 발생으로 짧은 순간 큰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일으킨다.

 

(그림 1) 1900년부터 2016년까지 발생한 규모 7.0 이상의 전 세계 지진 분포

 

규모 8.5 이상의 초대형 지진 향후 10년간 지속될 것

 

최근 들어 빈번히 발생하는 초대형 지진은 그 위력과 피해 규모에서 특별한 관심을 끈다. 2011년에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도 이런 초대형 지진 중 하나다. 초대형 지진으로 인한 피해 범위는 지역적으로 국한되지 않고 광역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1900년 이후 지금까지 규모 8.5 이상의 초대형 지진은 총 17회 발생했다. 이러한 초대형 지진은 공간적으로는 불의 고리라고 불리는 태평양 연안과 그 주변부를 따라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특징을 보인다. 전체 13번의 초대형 지진이 이 불의 고리에서 발생했다(그림 1). 주목할 점은 초대형 지진이 1950년부터 1965년까지 7회, 2004년부터 현재까지 6회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이 두 시기에 발생한 초대형 지진이 전체의 76%를 차지한다.

 

한편 1966년부터 2003년까지는 단 한 차례의 초대형 지진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초대형 지진은 특정 시기에 집중하여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와 같은 현상은 앞선 초대형 지진이 또 다른 초대형 지진의 발생에 있어 도화선 역할을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초대형 지진이 발생하면 전 지구적으로 심각한 응력 불균형이 생기고, 이는 또 다른 초대형 지진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초대형 지진은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전 지구적으로 응력 불균형이 해소되고서야 비로소 초대형 지진 발생이 중단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초대형 지진 발생이 1950~60년대에 걸쳐 약 20년가량 지속되었음을 감안해 볼 때, 2004년 이후로 발생하고 있는 초대형 지진은 앞으로도 약 10여 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지진 위험 증가

빈도 적으나 긴 재래주기 지진 발생 가능

 

우리나라 지진 재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일본 구마모토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지진으로 우리나라 중부와 남부 지역까지 강하게 흔들리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되새기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역사기록물이 있고, 이곳엔 수천여 건의 지진 피해 기록이 남아 있다. 기록된 지진 피해 사례 가운데는 규모 7내외로 추정되는 큰 지진이 여럿 포함되어 있으며, 이 중에는 수도권에서 발생한 지진들도 포함되어 있다.

 

지진계에 기록된 지진 가운데서는 1952년에 발생한 규모 6.3의 강서지진이 가장 큰 지진으로 남아 있다. 지진 발생 빈도가 높은 지역으로는 백령도와 평양을 잇는 지역,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 속리산 일대의 중부 지역, 울진 앞바다 지역의 동해 연안 지역, 서해안 연안 지역 등을 들 수 있다(그림 2). 또한 최근 들어서는 제주도 일대에서 지진이 증가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진 발생 빈도가 높지 않으나 긴 재래주기를 가지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림 2) 1978년부터 2016년까지 발생한 한반도 지진 분포

 

지진 피해 최소화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

철저한 기초조사와 대비책 마련해야

 

이러한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인류는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다. 지진 발생의 주기성을 활용한 지진 예보와 지진 발생 전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을 통한 지진 예지가 그것이다. 미국 서부 해안을 따라 발달한 샌안드레아스 단층은 태평양판과 북아메리카판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이 단층이 지나는 캘리포니아 파크필드 지역에서는 1857년부터 1966년까지 6차례 동안 규모 6의 지진들이 약 22년의 주기를 두고 발생하여 왔다. 이를 기반으로 다음 지진이 1993년에 발생할 것이라는 논문이 사이언스지에 발표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예견은 빗나갔고, 실제 지진은 2004년에 이르러서야 발생했다. 이 지연 발생에 대해 다양한 이유가 제시되고 있으나 지진 주기를 바탕으로 지진 예보를 활용하기에는 실질적 한계를 보이는 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진 전 나타나는 여러 현상을 통해 지진 발생을 사전에 인지하여 성공적으로 지진 피해를 줄인 사례는 있다. 1975년 겨울, 중국 북동부에 위치한 랴오닝성의 인구 백만의 도시인 하이청시에서는 수개월 동안 작은 지진들이 발생하고 지하수의 수위가 급격하게 변하는 등 가축과 동물들의 이상 행동들이 관찰되었다. 중국 정부는 이를 통해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지하고 주민들을 즉시 대피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이로부터 수일 후인 1975년 2월 4일 규모 7.3의 지진이 실제 이곳에 발생하면서 인명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 사전 대피로 약 15만 명으로 예상된 인명피해를 2천여명으로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20세기 최악의 지진 재해로 기록되고 있는 규모 7.6의 중국 탕산 지진이 이듬해인 1976년 7월 28일에 발생하면서 인류 최초의 지진 예지 성공이라는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탕산은 하이청에 인접한 도시로 당시 지진으로 65만여 명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인류의 지진 예지 실패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2009년 4월 6일, 아름다운 중세 유적 도시인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발생한 규모 6.3의 지진으로 온 세계는 다시 한 번 큰 충격을 받는다. 당시 라퀼라지역에서는 작은 지진들이 280여 회에 걸쳐 발생하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이 있었다. 하지만 이탈리아 국립재난예측·대책위원회에서는 큰 지진 발생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주민들에게 적절한 대피 권고를 하지 않았다. 결국 큰 지진이 발생해 300여 명이 사람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적절한 지진 예측과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책임을 물어 국립재난예측·대책위원회 과학자 6명을 포함한 7명을 기소하고 이들은 결국 구속되기에 이른다. 이 일은 과학적 분석의 한계를 법으로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많은 과학자들의 우려를 받은 사건이기도 하다.

 

지진 예지를 위해 미소지진 분석뿐 아니라, 라돈가스, 지하 수위 변화, 지진운(지진 발생전 관측되는 구름) 분석, 동물 행동 분석, 전자기장 변화 탐지 등 다양한 방법론이 활용되어 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어느 방법도 만족할 성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실적인 대안으로 지진조기경보 시스템이 활용되고 있다. 지진조기경보의 원리는 지진이 발생한 진앙과 가까운 관측소에서 기록된 지진파의 도달시간과 진폭 정보를 활용하여 보다 먼 곳에 위치한 지역에 신속하게 정보를 전파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지진조기경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밀한 지진관측망의 설치가 필수적이다. 현재 일본, 대만,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지진조기경보를 운용 중에 있으며 우리나라도 수년 내의 가동을 목표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진 예지와 경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철저한 기초 조사와 대비책 마련이다. 지진이 발생 가능한 지역을 확인하고 발생 가능한 지진의 규모, 지진 발생 시 우려되는 피해 상황에 대한 적절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생명이 숨 쉬는 아름다운 지구에 사는 한 늘 함께 동거해야 할 지진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극복해야 하는 것은 인류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 때문이다.

2016.06.03

vol. 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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