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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김정한 교수(수학)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6-10-30

아시아 최초 '풀커슨상' 수상, 최정상 전산이론수학자 김정한 교수 내실을 갖춘 세계적인 학문의 요람으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연세의 열기가 뜨겁다. '연세, 노벨의 꿈을 심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시작된 가을 학기가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전세계 수학계가 주목하는 젊은 수학자가 우리대학교 교수로 부임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주인공은 수학과 김정한 교수. 그는 1997년 수학계 최고 권위의 이론전산학 논문에 수여하는 수학계의 노벨상인 풀커슨(Fulcerson)상을 받았다. 한국인으로는 물론 아시아인으로서도 첫 수상자였다. 또한 그는 우리대학교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MSR)에서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운동선수로 치자면 그야말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국가대표급 신진 수학자인 셈이다. 김정한 신임교수를 만나 부임 첫 학기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 이번 학기부터 20여 년 차이의 후배들을 가르치고 계신데요, 학생들을 만나보니 어떠신지요. - '또렷또렷하다'라는 것이 첫 인상입니다. 모두들 기본적으로 공부에 대한 열의가 있고 아주 성실해요. '공부를 해야 한다'는 태도로 학생들이 수업에 임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요. '왜 해야 하느냐'부터 가르치려면 힘들 테니까요. 다만 제가 놀랐던 것은, 모두가 시험과 학점에 너무 예민해 한다는 점입니다. 아쉽고 불편한 마음이 조금 있지요. 특히 학부생이라면 일단은 공부하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춰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재학 시절의 우리대학교와 지금의 분위기를 비교한다면 어떻습니까? - 학부 때에는 이 건물(이과대학)이 없었습니다. 대학원 시절에 세워졌죠. 예전에는 연희관에서 수업을 받았어요. 캠퍼스에서 여전히 발랄하고, 자유롭고, 당찬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우리대학교는 어딘지 모르게 '낭만'이 있는 것 같아요. 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마냥 공부에 매달리기보다는 삶을 '즐긴다'는 느낌이 있는 그런……. 그것이 우리대학교의 매력이겠죠. 각박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낭만이 배어나는 우리대학교가 좋습니다. * 학부 전공은 수학이 아니셨지요? - 저는 물리학과 81학번입니다. 3학년 2학기 때에 수학과 수업을 수강하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발견했어요. 보는 순간 마음에 딱 들었습니다. 수학도 좋고, 수학과 그 여학생도 좋고……. 열심히 하다 보니 더 수학이 좋아지더라구요. 대학원을 수학과로 진학했죠. 그 여학생이 지금의 제 아내입니다(웃음). * 수학의 매력, 수학의 힘을 꼽는다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 논리의 완벽성이 수학의 가장 큰 매력이죠. 학문의 여왕이라고도 하잖아요? * 풀커슨 상을 받은 이야기도 들려 주시죠. -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에서 AT&T의 벨연구소에 근무할 때였습니다. 1995년에 램지(Ramsey) 수(數) 이론(큰 집단에서 공통 특성을 갖는 작은 집단을 찾을 수 있는지 알아 내는 문제)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는데, 그것이 결실을 맺게 되었죠. 결코 쉽게 푼 것은 아닙니다. 하루 종일 고민하고 자다가도 일어나서 연구하기를 거듭했어요. 저는 보통 늦게 일어나는데, 어느 날은 자다가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새벽 5시에 그 아이디어를 머리맡 키친타월에 적어놨어요. 그리고 다시 잠들었죠. 그 때 반쪽짜리 키친타월에 메모해 둔 아이디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서 전체 문제를 풀 수 있었습니다. 그에 관한 논문이 미국 '사이언스'지에 실렸고, 2년 뒤 이 논문으로 '풀커슨상'을 받게 되었지요. * 후배와 제자들에게 공부와 연구에 대해 조언을 해 주신다면? - 세 가지를 얘기하고 싶어요. 첫 번째는 공부하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문을 갖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교과서에 맞춰 시험 준비하는 이런 패턴에만 마냥 익숙해지면 스스로 '질문'이 사라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늘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교과서에 쓰여진 기존의 정해진 패턴 외의 신선한 발상, 풍부한 상상력을 견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거예요. 두 번째는 공부를 하면서 다른 목적을 두지 말라는 점이에요. 개인적 신분 상승이나 취업을 목표로 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공부하는 동안에는 순수히 알기 위해서, 학문을 한다는 마음으로 공부에 임했으면 해요. 세 번째로 오래 공부하고 연구에 몰두하고자 하는 후배들이라면, 도중에 난관이 오고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꿋꿋이 학업을 지속해 나가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장기간 공부를 지속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어떤 힘든 순간이 와도 인내를 갖고 견뎌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 후배 양성이 급선무죠. 혼자 하는 것보다 그룹을 만들어서 그룹이 잘 되는 것을 보는 게 굉장히 보람찰 것 같습니다. 혼자 잘하기보다는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그 그룹이 커 나가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아마 단기이자 장기적인 계획이 되겠지요? 또 하나, 깊은 학문을 해서 좋은 논문을 쓰는 것이 저의 장기적인 계획입니다.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낯선 것이 많은데 하루빨리 적응을 잘하고 강의와 연구를 열심히 해서 제가 맡은 몫을 잘 해 나가고 싶습니다. *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여러 대학 중에 우리대학교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 질문하자 김정한 교수는 "대학은 많지만 좋은 대학은 많지 않잖아요"라고 대답했다. 학부 물리학과와 대학원 수학과를 거치며 좋은 선생님들께 좋은 가르침을 많이 받았다는 김 교수는 이제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는 학생이 아닌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 있다. 학문하는 즐거움 그 자체에 충실하면서, 발전적인 연구를 계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는 김정한 교수. 앞으로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vol. 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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