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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500만 달러 자선재단 설립한 고석화 윌셔은행 이사장(경영 64년 입학)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6-03-14

"40년 동안 키워온 자선사업가의 꿈, 이제 실천합니다" 개인 재산 500만 달러(약 49억원)를 출연해 자선재단을 만든 아름다운 동포가 있다. 그 주인공은 미국 윌셔은행 이사장 고석화 동문(경영 64년 입학)이다. 고 동문은 지난해 말 '고선재단(Koh Charitable Foundation)'을 설립하면서 젊은 시절부터 품어온 자선사업가로서의 꿈을 실현에 옮기기 시작했다. 미국 한인사회에서 고석화 동문은 성공한 사업가이자 동포 단체의 주역으로서 이미 유명인사다. 그는 1980년 경영난을 겪고 있던 윌셔은행에 대주주로 참여하면서 은행을 성장시켰다. 그 결과 윌셔은행은 2003년 12월 IBD(Investors Business Daily)에 의해 478개 지방은행 가운데 1위로 선정된 데 이어 2005년 10월 포춘(Fortune)지 선정 '최근 3년간 건전 성장기업'에서 당당히 79위에 랭크되는 등 한인 동포 은행을 넘어서 미국 내 건실한 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고 동문은 남가주한인재단 초대 회장 및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동포사회의 일에 앞장섰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연방 의회에서 '미주 한인의 날' 제정 승인이라는 쾌거를 이뤄 내며 미국 내 한인의 입지를 재정립하는 데 한 몫을 톡톡히 했다. 모처럼 만에 고국을 찾은 고석화 동문을 박영렬 대외협력처장이 만났다. * 미국에서 성공한 경제인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수많은 시련과 극복의 과정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소개해 주신다면? - 저는 1971년 공부하기 위해 도미했습니다. 한국에서 3년 간 연합철강에서 직장 생활을 한 것이 인연이 되어서 학업 도중 철강 비즈니스에 접근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는 한국의 철강 수출이 일본의 종합상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었는데 제가 미국에 한국 철강을 수입하면서 한국에서 직접 미국으로 철강을 수출하는 길을 열었습니다. 한국 철강 수출에 일조할 수 있었다는 것은 큰 기쁨이었습니다. 철강은 분기별로 한꺼번에 수입해 고객들에게 공급하는데 철강을 많이 들여오게 되면 규모의 경제 효과로 물건의 단가가 낮아집니다. 그 때문에 간혹 먼저 계약해서 구매한 고객은 결과적으로 더 비싸게 철강을 구입하게 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저는 이런 고객들에게 떨어진 가격만큼을 소급해서 환불을 해 주었습니다. 당시는 세계적으로 철강 공급이 부족했던 터라 부르는 게 값이었죠. 그런 상황에서 계약이 끝난 이후 환불해 주겠다는 저를 보고 유태인들조차 놀랐습니다. 그러한 방침으로 경영한 것이 신뢰를 쌓고 미국 철강업계에서 자리매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비즈니스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입니다. 눈앞으로 이득보다는 멀리 바라보고 관계를 중시하며 형성된 신뢰가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큰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 고석화 이사장님께서는 1980년대 초 윌셔은행의 대주주로 참여하면서 새로운 윌셔은행 시대를 열었습니다. 지난해(2005년)에는 뉴욕 리버티 은행을 인수하는 계약을 했고, 미국 포춘지 선정 '100대 고성장 기업'에 들어갈 정도로 윌셔은행을 건실한 기업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이러한 발전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습니까? - 제가 처음 윌셔은행과 인연을 시작했을 때는 은행의 사정이 매우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또한 미주 한인 동포사회에 자금을 지원할 한국계 은행이 없었습니다. 제게는 한인사회의 경제 발전을 위해 은행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사명감과 비전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많은 분들이 그 비전에 동참을 해 주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은행뿐만 아니라 우리 동포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 남가주한인재단 초대 회장 및 이사장, 남가주한국학원 이사장, 남가주한인무역협회 초대 회장 등으로 봉사하시며 미주 한인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큰 역할을 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월 13일에는 '미주 한인의 날'을 제정하는 데 큰 기여를 하며 한국인의 자긍심을 높이셨습니다. 미주 한인의 정체성과 그 역할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이번 '미주 한인의 날' 제정은 미국 역사에 한인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매우 큰 의미를 갖는 일입니다. 지난 1월 13일은 제3회 '미주 한인의 날'이었습니다. 올해 행사가 더욱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지난 12월 미국 의회 상·하원 의원이 만장일치로 '한인의 날' 제정을 승인함에 따라 연방 정부가 공식적으로 기념한 첫 '미주 한인의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시아 민족 중에서 미연방이 제정한 기념일을 가진 유일한 민족이 되었습니다. 미국 주류사회 속에서 한인의 입지를 새롭게 인식시키며 앞으로 매년 1월 13일은 전 미국인들과 함께 이날을 기념할 것입니다. '한인의 날' 제정에 앞장선 남가주한인재단은 한인 1세부터 2세들까지 함께 참여해 운영하고 있는 모범적인 재단이며 새로운 단체라기보다는 미주 한인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한인사회의 새로운 운동(Movement)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인 2,3세들에게 '자랑스러운 코리안-아메리칸'이라는 정체성을 찾아 주는 것, 한국의 뿌리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 2,3세대 아이들은 어린 시절을 미국 아이들과 함께 보내고 잠꼬대도 영어로 합니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점차 한인들끼리 모이게 됩니다. 자신이 미국인인 줄로만 알았는데 미국 주류사회에서 대우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며 정체성에 혼돈을 느끼고 방황을 하는 것입니다. 미국 사회에서 존경받는 한국인이 되자는 것이 '한인의 날'의 정신입니다. 우리가 존경을 받으면 우리의 후세들은 자신의 뿌리와 문화에 대해 자긍심을 느낄 겁니다. 그리고 어디서 무엇을 하든 간에 자신감 있고 떳떳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미주 한인의 정체성입니다. * 최근 사재 500만 달러를 출연해 '고선재단'을 설립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규모의 자선사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그리고 앞으로 고선재단을 어떻게 운영하실 계획이십니까? -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 하나님의 크신 축복으로 인생의 목표를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비즈니스나 돈은 인생의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라는 생각을 일찍이 품은 것입니다. 남과 더불어 사는 삶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찾고 이를 통해 제 인생의 목적이 완성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제 마지막 명함에는 대기업 회장이나 큰 은행의 이사장이 아니라 '자선사업가'라는 타이틀을 새기고 싶습니다. 고선재단의 설립은 그 꿈을 실현하는 첫 단추가 될 것입니다. 또한 재단활동이 후세에게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산 교육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운영진에 자식들을 많이 참여시켰습니다. 본 재단은 미국 재무성으로부터 설립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현재는 미국 내 기관을 돕도록 되어 있습니다. 우선은 미국 내 신체 장애자 단체 등 불우이웃을 돕는 단체를 지원코자 합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을 하면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도 도울 수 있는 기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 지난해 '연세 국제 재단(Yonsei International Foundation)'을 설립하는 등 여러모로 미주 연세 동문들이 모교 사랑의 뜻을 보내 주고 있습니다. 모교의 발전을 위한 동문들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모교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특별히 구상하고 있는 점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 마더 테레사의 일화가 떠오르는군요. 인도에 있던 한 영국대사가 테레사 수녀께 "세상에는 아프고 굶주린 사람이 너무도 많은데 어찌 소수의 인도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으로 만족하실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 때 테레사 수녀는 "사랑은 통계학이 아닙니다"라는 대답을 하셨다고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모교에 우리 동문들이 크든지 작든지 조금이나마 어떠한 역할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작은 도움이라도 연세의 발전에 보탬이 된다면 우리 동문들도 더욱 보람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모교 후배에 대한 장학사업 등을 연구해 보겠습니다. 학비를 벌기 위해 여러 가지 부업을 하면서 공부하고 있는 어려운 학생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고민하고 이 약속이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vol. 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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