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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화학과 김동호 교수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6-02-03

"찰나의 화학, 1천조분의 1초 속 비밀을 밝힌다" 한국의 노벨상 '한국과학상' 수상, '2005 국가석학' 선정 김동호 교수(화학)가 최근 국내 최고의 과학상을 두 개나 휩쓸며 화학분야 최고의 과학자임을 인정받았다. 김 교수는 '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국과학상 화학분야에 선정되어 지난 1월 5일 대통령상을 받았다. 한국과학상은 과기부와 한국과학재단이 격년제로 수학, 물리, 화학, 생명과학 분야에서 각 1명씩 선정해 시상하는 20년 전통을 쌓은 명실공히 국내 최고 과학상이다. 또한 김 교수는 교육부와 학술진흥재단이 선발한 '국가석학(Star Faculty)' 화학분야에 선정됐다. 우리나라 첫 '국가석학'에 뽑힌 김 교수는 최장 10년 동안 최대 2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됐다. 김동호 교수는 피코(1조분의 1)초, 펨토(1천조분의 1)초 레이저 광학 측정기술을 토대로 다양한 생리활성분자 집합체에서 일어나는 '빛 에너지 및 전자 이동 현상'을 규명, 인공 광합성 소자와 분자 나노 광전소자 개발에 중요한 밑거름을 제공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이 분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3년간 화학분야의 세계 톱 저널인 미국화학학회지(.J. Am. Chem. Soc.)에 발표한 논문은 12편. 이 중 2편은 관련 분야에서 인용횟수가 최상위 1%에 드는 논문으로 선정됐다. 그의 모든 논문들(약 150 여 편)이 인용된 횟수를 더하면 무려 3,150회에 달한다. 우리나라 대표 화학자로서 연세 화학의 위상을 한층 드높이고 있는 김동호 교수를 만났다. * 최근 '국가석학'과 '한국과학상'을 석권하셨습니다. 이렇게 큰 상들을 받으신 것을 축하드리며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제가 한 것보다 더 큰 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매진한 연구의 성과를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쁩니다. 한국과학상은 2년에 한번 선발 시상하기 때문에 상당히 받기 힘든 상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아무리 '사이언스'나 '네이처'에 논문을 냈다하더라도 그 논문이 다른 학자들에 의해 많이 인용되지 못한다면 받을 수 없는 상입니다. 논문이 전문가들에게 얼마나 인정을 받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뽑았다는 점에서 명예와 권위가 큰 상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화학분야에서는 제 논문이 가장 많이 인용되었더군요. 한국과학상이 특정 논문의 인용횟수를 기준으로 평가한 것이라면 국가석학은 한 과학자의 논문 중 50번 이상 인용된 논문이 몇 편인가가 평가의 주요한 부분이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 논문 중에서 50번 이상 인용된 논문이 20여 편됩니다. 국가에서 큰 상을 받고 국민의 세금으로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산업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열심히 연구하겠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상을 받아 마땅한 많은 교수님들이 우리대학교에 계시는데 함께 상을 받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 연구 분야에 대해서 짧게 소개해 주신다면? - 찰나의 화학, 다시 말해 화학적인 반응이나 현상이 얼마나 빠르게 어떻게 일어나느냐에 대해 연구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다루는 시간이 1천조분의 1초 수준입니다. 셔터 속도가 빨라봐야 고작 수천분의 1초인 일반 사진기로는 포착할 수 없는 순간이지요. 레이저는 가시광선 같은 자연의 빛과는 달리 파장도 균일하고 직진성도 뛰어납니다. 또한 극히 짧은 순간에만 존재하는 극초단파 펄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초고속 레이저 분광기를 이용해 어떤 분자에 레이저 펄스를 보내어 분자가 활동을 시작하게 한 뒤, 두 번째 펄스를 바로 뒤이어 보내어 이 분자가 흡수, 방출 또는 산란하는 빛을 측정하면 분자의 활동을 초고속으로 촬영할 수 있습니다. 레이저 펄스가 짧아질수록 분자의 운동이나 반응의 진행과정을 슬로우비디오 화면처럼 볼 수 있는 것이지요. 화학의 기본 단위인 분자들은 보통 기체 상태에서 시속 수천 킬로미터의 놀라운 속도로 날아다닙니다. 이는 초음속 비행기보다 더 빠른 속도입니다. 또한 분자들은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회전, 진동 등의 다양한 운동을 하는데, 회전 운동의 경우 100펨토초마다 한번씩 일어납니다. 그래서 분자를 찍으려면 셔터 속도가 아주 빠른 특수 카메라가 필요합니다. 아주 짧은 시간 폭을 가진 레이저 펄스로 마치 사진 찍듯이 분자들의 활동을 포착할 수 있게 해 주는 초고속 레이저 분광기가 그것입니다. 저는 분자 자체를 이용해 소자를 만드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소자의 기본은 빛과 전자의 이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광합성 과정에서 엽록소가 햇빛을 받았을 때 양분을 만들어 내는 메커니즘을 본떠서 엽록소와 가장 유사한 구조를 가진 포피린 분자를 이용해 빛 에너지가 이동할 수 있는 인공 구조체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2004년에는 빛 알갱이 하나로 작동하는 태양전지의 가능성을 제시해 미국화학회가 발간하는 대표적인 해설 논문집인 '어카운트 오브 케미컬 리서치'(ACR) 10월호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 화학과의 발전을 위해서도 많은 봉사를 하고 계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 저는 2000년 9월 연세대학교로 스카웃됐습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근무하던 1997년 제1회 창의연구진흥사업에 선정되어 '초고속 광물성 제어 연구단'을 유치했고 제가 연세대로 자리를 옮기며 이 연구단 역시 우리대학교로 옮겨 왔습니다. 창의연구단을 옮길 당시에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난 몇 년간 주목할 만한 좋은 성과들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최근 제가 많은 상도 받을 수 있었고 최근 몇 년간 우리대학교 화학과의 위상도 한층 제고되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BK21사업 유치를 위해 화학과 BK21사업 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대학교는 1차 BK21사업에 선정되지 않아 지난 7년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7년 전에 비해 우리 화학과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고 2005년에는 국내 연구기관 중 우리대학교가 화학분야 탑 저널에 가장 많은 논문을 내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으므로 2차 BK21사업에는 우리 화학과가 반드시 선정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학생들의 교육에도 많은 정열을 쏟고 계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 강의도 연구도 모두 열정이 중요한 것이겠지요. 교수들에 대한 평가가 연구업적이나 연구비 수주 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어 자칫 강의에 대한 열정이 약화되는 풍토가 조성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저는 지난해 영어강의를 했습니다. 물론 우리말로 하는 것보다 진도도 느리고 강의준비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러한 수고로움이 있지만 우리대학교와 우리 학생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음 학기에도 영어강의를 할 예정입니다. 또한 우리 학생들에게 영어 논문 작성법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교육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난해 가을에는 이공계 연구원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논문 작성과 발표에 관한 특강을 했습니다. 연구만으로 과학을 할 수는 없습니다. 과학을 잘하려면 자료도 잘 만들고 발표도 잘해야 합니다. 세계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영문 과학논문 작성법이 매우 중요합니다. 학부에서 영작을 가르치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 에세이와 이공계의 논문 작성법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 특강에 대한 반응이 매우 좋았고 여러 차례 특강 요청이 들어와서 올해에도 관련 특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 어떤 연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십니까? - 지금까지 분자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 빛과 전자의 이동을 살펴봤다면 작년부터는 얼마나 미소하게 보는가의 문제로 그 연구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이는 시간을 분해할 뿐만 아니라 공간을 분해하는 분광기술입니다. 앞으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vol.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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