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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정치외교학과 신명순 교수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5-12-01

국내 최초의 정치박물관 '아고라' 30년 간 수집한 정치 자료 2천 점, 우표 1만 점 전시 개인 수집가들의 활발한 활동과 함께 다양한 종류의 사설 전문박물관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개인 소장품을 일반에 공개하는 사설 박물관들은 대중의 여가 선용과 학생들의 체험학습 등에 활용되면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수많은 전문박물관 가운데 유독 낯선 박물관이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에 문을 열었다. 국내 유일의 정치박물관 '아고라 AGORA'가 그것이다. 아고라의 문을 연 주인공은 정치외교학과 신명순 교수다. 신 교수는 30여 년 가까이 모은 1만여 점의 우표와 2천여 점의 국내외 정치 관련 자료들을 정리해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사설 정치박물관을 열었다. 어렵고 딱딱하게만 여겨지던 '정치'라는 단어가 이제 어린 학생들에게도 친숙하고 재미있게 다가오기를 기대하며 신명순 교수를 아고라에서 만났다. * 박물관의 이름을 '아고라'라고 짓게 된 이유가 있습니까? - 이 박물관 이름은 고대 그리스 광장 이름을 따 '아고라(AGORA)'라 지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는 시민들이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하는 집회장으로 쓰인 야외 공간이었습니다. 정치적 논쟁과 연설은 물론 연극 등의 공연도 하는 정치, 문화의 장이었죠. 이곳 헤이리가 문화예술 마을이고, 이 박물관이 정치박물관이기에 아고라라는 이름이 딱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정치박물관을 열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 오래 전부터 우표 수집에 흥미가 있었고 정치학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치 관련 우표를 비롯한 정치 자료 수집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강의에 활용하기 위해 정치 자료를 모았습니다. 교재와 말로만 강의를 하기보다는 다양한 자료를 보여 주면서 시청각 교육을 하면 학생들의 흥미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가령 정치사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의 포스터를 보여 주거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을 직접 보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렇게 30여 년간 수집하다 보니 꽤 많은 각국의 정치 관련 자료를 소장하게 됐고, 강의실에서만 보여 주기엔 아까운 자료들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우리 학생들뿐만 아니라 많은 일반인들에게 보여 주고 싶어 박물관을 열게 된 겁니다. * 아고라 박물관에 있는 각 전시관별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아고라의 1층은 세계 정치관, 2층은 한국 정치관, 3층은 우표 및 압화 전시관으로 꾸몄습니다. 1층 세계 정치관에는 1930년대 쿠바의 선거 포스터, 1951년 아르헨티나의 에비타와 페론 대통령의 선거 포스터,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이 차고 다니던 붉은 완장 등 세계 50여 개국의 정치지도자와 정당, 선거, 국회 등에 관한 선거 포스터, 선거 홍보물, 정치인들의 흉상, 배지, 정당 당원증, 투표용지 등 1천여 점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2000년 미국 대선 당시 두 달간 당선자를 결정하지 못한 사건이 있었는데, 원인이 되었던 플로리다 주의 투표기기도 전시하고 있지요. 그뿐만 아니라 링컨, 케네디, 부시 등 전현직 미국 대통령들과, 처칠, 나폴레옹, 히틀러, 마오쩌뚱, 고르바초프, 만델라, 고이즈미, 대처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100여 명의 정치지도자들에 관련된 자료들도 전시하고 있어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2층 한국 정치관에는 이승만부터 노무현까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과 관련한 서신, 사진, 메달, 기념품 등과 제헌 국회의원 선거부터 역대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 선거에 사용된 포스터, 홍보물, 선거관리위원회 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자유당, 민주공화당에서부터 현존하는 정당에 이르기까지 당기, 대외비 문서, 임명장, 정당의 직인, 당원증, 입당원서, 홍보물 등도 있고, 국회의원 당선증, 국회의원 배지, 신분증, 야간 통행증, 명패, 국회방청권 등 국회 관련 자료도 있습니다. 이 곳에 전시된 자료를 보면서 재미있게 당시 시대상을 읽을 수 있습니다. 문맹률이 높았던 탓에 선거 홍보물이나 투표용지에 후보 기호를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하는 대신 작대기를 이용한 것을 보고 관람 온 많은 학생들이 흥미 있어하더군요. 기호 1번은 작대기 하나, 기호 30번은 막대 서른 개를 그어놓는 식입니다. 1960년대까지도 이런 방식을 사용했다는 게 재미있지 않습니까? 3층에는 생화를 눌러서 말린 꽃으로 장식한 각종 가구와 소품 등 압화 전시관과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우표 1만여 종을 선보이는 우표 전시관이 있습니다. * 소장품 중에서 꼽아줄 만한 귀중한 자료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 모두 소중한 자료이지만 그중 몇 점을 꼽아 보겠습니다. 첫 번째로는 1961년 5월 16일 새벽 군부 쿠데타 직전 박정희 당시 2군 부사령관이 장도영 육군참모총장에게 보낸 친필 편지 사본입니다. 쿠데타의 결의를 나타내며 지지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서신입니다. 원본의 소재지는 현재 알 수 없으며 사본도 몇 점 남지 않은 귀한 자료라서 어렵게 구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1948년 제헌 국회 시절의 자료들로 1948년 5월 10일 우리나라 최초 국회의원 선거 홍보물, 제헌국회 시절의 국회방청권 등입니다. 이러한 자료들은 우리나라에 몇 개 없을 희귀자료입니다. 제헌 국회 시절의 국회방청권 같은 경우는 국회에서도 소장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1956년 5월 15일 제3대 대통령 및 제4대 부통령 선거에 사용됐던 홍보물도 귀중한 자료입니다. "못살겠다 갈아보자"로 유명한 신익희 대통령, 장면 부통령의 선거 포스터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고라를 둘러볼 재미가 있을 겁니다. * 마지막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 정치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면서 국회, 선거관리위원회, 각종 정당 등에 알아보았더니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정치 자료들이 별로 남아있지 않더군요. 특히 정당의 사료 보존 상황은 너무도 실망스러웠습니다. 정당이 통합하거나 변화하는 경우 자료를 특별히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 이전의 자료들이 모두 버려진 모양입니다. 국회 역시도 수장고까지 확인해 보았으나 자료가 많지 않았습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자신의 선전자료조차 보존하고 있지 않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앞으로는 정치 관련 자료의 보존에 대한 관심을 더욱 기울여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vol.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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