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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연세 뉴스] 연세대학교 창립 120주년 기념, 윤동주 60주기 추모 연극<br>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5-10-14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Heaven, Wind, Stars and Poems
"빛의 시인", 새벽을 기다리면서 빛을 발했던 청신한 별 우리대학교 창립 120주년을 기념하고 윤동주 60주기를 추모하는 연극 한 편이 공연되었다. 연극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이하 '하늘')는 지난 해 6월,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문예회관 대극장에서의 앵콜 공연에 이어 올해는 10월 5일과 6일 이틀 동안 백주년기념관 무대에 올랐다. 이 공연에는 관객의 호응이 높아 마지막 날 공연에는 900석에 이르는 공연장을 가득 채우고도 넘쳐 계단에까지 앉아 관극해야만 할 정도였다. 이번 무대에는 조승연, 김두용, 하성민, 기정수, 임홍식, 원근희, 김순이, 전영옥, 김선미처럼 지난 해 공연 당시의 연기자 외에 최지연, 장경섭, 오동욱, 한재현 등 극단 갖가지의 연기자들이 출연하였다. 문학평론가 정현기 교수의 글에 따르면, 시인 한용운을 "님의 시인", 정지용을 "고향의 시인"이라 부를 수 있다면 윤동주는 "빛의 시인"이다. 그는 암울했던 시절, 새벽을 기다리면서 빛을 발했던 청신한 별이다. 연극 '하늘'은 한국인이 가장 즐겨 애송하는 윤동주의 '서시' 육필원고 영상이 무대 뒤편 스크린에 펼쳐지면서 시작되었다. 이번 공연에도 연출을 맡은 표재순 교수는 백주년기념관의 무대 여건상 가변무대와 호리촌트 조명을 활용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윤동주 시학의 진수를 맛볼 수 있도록 안정감 있는 무대를 꾸몄다. 윤동주의 시 '또 다른 고향'이 은은하게 낭송된 프롤로그로 시작해서 전체 10장과 에필로그에 이르기까지 회상형으로 전개된 이 연극에서 정수웅의 다큐영상과 김형수 교수의 영상기술은 한 몫을 톡톡히 해 냈다. 그들은 스크린 영상을 활용하여 무대 위에서 재현하기 힘든 시대 상황을 입체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윤동주, 송몽규의 연전 재학시절 장면에서는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오늘의 언더우드 동상 앞에서 뭉쳐 있는 듯한 사실감으로 다가오게끔 만들어 주었다. 그윽한 시심(詩心)이 파장을 일으키며 객석으로 스며든 공연 연극 '하늘'을 통해 가을밤 공연장에 모인 관객들은 '또 다른 고향' 외에도 '종달새', '새로운 길', '별 헤는 밤', '팔복', '눈 감고 간다', '바람이 불어', '간', '참회록', '쉽게 씌어진 시', '십자가'와 같은 윤동주의 순정한 시들을 차례로 마주볼 수 있었다. 이야기 구조와 절묘하게 결합된 이 아름다운 시들이 때로는 무대 위 배우의 육성으로, 또 때로는 녹음된 음성으로 낭송될 때마다 객석으로는 그윽한 시심(詩心)이 파장을 일으키며 스며들고 있었다. 시간의 흐름대로 통시적으로 전개되는 '하늘'이 지루해질 즈음에 표 교수는 주요한, 모윤숙의 선동과 윤동주의 시를 한 무대에서 대립각을 세우며 빠르게 주고받게 연출하여 긴장감을 이끌어 냈다. 그뿐만 아니라 프로메테우스 형벌을 모티브로 삼아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습한 간을 펴서 말리우자......"는 시 '간'의 낭송과 불규칙적인 타악기 두드림, 그리고 과장된 동작의 춤을 섞어 형상화함으로써 윤동주의 심상을 극대화했다. 에필로그에서 시 '십자가'가 낭송되면서 극중 윤동주 시인이 뒷모습을 보이며 조명을 따라 걸어올라 가는 장면은 극이 끝나고도 오래도록 진한 잔상으로 남기에 충분했다. 돌아오는 길에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로 끝나는 '십자가'를 나직이 되뇌어 보았다. 가슴 가득 넉넉하게 감동이 밀려 왔고 10월, 시나브로 가을이 깊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 글/ 백승국 과장(홍보부)

 

vol.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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