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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대학에 자율권 보장해야 우리나라 대학이 발전합니다 - 대원학원 이사장 이원희 동문(경제 53년 입학)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5-06-30

고교 교육 전문가가 말하는 우리 대학의 살길 이원희 동문(경제 53년 입학)은 1977년 대원학원을 설립하고 1984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외국어고등학교인 대원외국어고등학교를 설립했다. 외국어 교육의 선도적인 모델로 평가받는 대원외국어고등학교는 '세계로 뻗는 한국인이 된다'는 교훈 아래 수준 높은 외국어 교육과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1998년부터는 GLP(Global Leadership Program)을 통해 많은 학생들을 해외 최우수 대학에 진학시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국제화의 수단으로 언어부터 가르쳐야겠다는 이원희 동문의 구상은 시대의 요구에 적중한 것이다. 이원희 동문의 성공 스토리와 고교 교육의 전문가로서 대학 교육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 교육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가 있었다면? 처음부터 교육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대학시절에는 우리 농촌의 어려움을 타개하고 농촌이 잘 살게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본의 아니게 방송계에 입문하게 되었죠. 그러던 중 교육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버님의 가르침 때문입니다. 저희 아버님은 충남 보령 시골에서 어린이들을 교육하시는 초등학교 교장이셨습니다. 참으로 존경스러운 교육자셨고 자식 교육도 잘 하셨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언론계도 좋지만 사회와 국가를 위해 오래 남을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물건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는 것이 인재를 길러 내는 일이라며 아이들을 교육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학교를 세우겠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려운 고비가 많았습니다. 물가가 폭등해 하루아침에 학교 설립에 두 배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난관들을 주위에서 도와 주신 여러분들의 덕분에 잘 헤쳐 나올 수 있었습니다. * 1984년 특수목적 고등학교인 대원외고를 설립하셨습니다. 대원외국어고등학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외국어고등학교입니다. 대원외고 설립 당시는 관련 규정도 법도 미약한 시절이어서 저희가 새로운 길을 닦으면서 학교를 설립해야 했습니다. 대원외고의 설립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작용했다고 봅니다. 첫째, 외국어 교육에 대한 시대적인 요구가 높았습니다. 둘째, 평준화 교육정책에 만족할 수 없었던 학생과 학부모들의 욕구가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제적인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다른 학교들에 비해 교육의 질이 높았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몇 가지 요소들이 합쳐져서 빠른 시일 내 좋은 인재들이 모이게 되었고 진학성과도 좋았습니다. 최근에는 매년 50여 명의 학생들인 해외 최우수 대학으로 진학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어 큰 보람을 느낍니다. * 대원외국어고등학교는 영재 교육의 선도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대원외고의 성공 노하우를 알려 주십시오. 첫째, 교육은 열정입니다. 잘 가르치겠다는 교사들의 열정,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 또한 이러한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 등을 모두 포괄합니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자세를 갖게 하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들에게는 열심히 하면 반드시 상을 드리겠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훌륭한 교사를 발탁하고 상찬하고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은 교육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것은 교사를 평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한 교사들의 실적을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둘째는 대원외고만의 분위기입니다. 지식은 꼭 대원외고가 아니라 해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원만의 분위기는 그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스승을 부모처럼, 제자를 자식처럼, 동문을 형제처럼 여기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셋째, 인성교육 곧 인간미를 길러 주자는 것입니다. 남을 편하게 해 주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남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인간미 아니겠습니까? 머리 좋은 학생에게 지식 많이 공급하는 것보다는 인간미를 길러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7 habit 교육, 후진국 돕기, 명심보감 읽기 등으로 인성 교육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 고교 교육의 전문가로서 우리나라 대학 발전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대학이 잘 되려면 우선 정부의 교육정책이 좋아야합니다. 학생 모집, 교수 채용 및 관리, 학사행정, 재정 등 전반적으로 대학에 자율권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학들이 세계 100위권에 진입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정부의 제약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우선 세 가지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는 교수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혹시 자신의 연구수준이 세계수준에 못 미치지는 않나 늘 체크해야 할 것입니다. 두번째는 학교 경영에 있어서도 선진국과 비교해 늘 전략을 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MIT는 1천여 개의 강좌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비판을 수용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도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방향으로 전략을 세우고 발전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학문분야가 발전할 수는 없습니다. 특성화가 관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세대학교의 '글로벌 5-5-10'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이 전략이 꼭 실현되기를 기대합니다. * 우리대학교는 '세계 속에 자랑스러운 연세'로 거듭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모교의 발전을 위해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우선 기독교 정신을 최대한 구현해 타 대학들과 차별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학생들 스스로가 하나님의 뜻으로 세워진 우리대학교의 전통과 이념을 익힐 수 있도록 교육에 힘써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 외에 네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교수업적 평가제가 더욱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평가라는 것에 대해 교수님들이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평가를 통해 우수성을 재확인 받아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대학의 예에서 보면 평가결과가 미흡한 교수들은 대학에서 밀려나지 않습니까? 그만큼 평가의 신뢰성과 영향이 큽니다. 확실한 평가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는 재정적 자립입니다. 물론 기업과는 다르지만 대학도 3M(Man power, Money, Material)이 고품격화되어야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는 국제적 감각을 키우는 것입니다. 연세대의 인바운드(Inbound) 국제화는 매우 좋은 정책이라고 평가합니다. 연세로 유학을 온다는 것이 국제화된 것 아니겠습니까? 이를 통해 국제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입학 관련 정책을 잘 세워 주시길 바랍니다. 입학 전략에 따라 얼마나 우수한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가가 좌우될 것입니다. * 이원희 동문님은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셨습니까? 등록금은 부모님께서 도와 주셨지만 생활비와 용돈은 스스로 벌어서 충당해야 했습니다. 아마도 부모님께서 자립정신 배양을 위해 일부러 그렇게 하신 것 같습니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가정교사, 야간중학교 교사 등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돈의 소중함도 느끼게 하고 사회에 나아갔을 때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외국에서 공부한 우리 딸이 하는 말이 선진국 대학생들은 스스로 학비를 벌어서 학교를 다니니까 학교의 불친절이나 사소한 불의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본인이 피땀 흘려 낸 등록금이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한국 학생들은 부모님이 학비를 대주니까 민원 제기가 적은 것이 아니냐고 하더군요. 제가 아르바이트하면서 학교 다녔던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제 딸의 생각에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 학창시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6.25 직후 1년간 부산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그때 굶어 죽을 뻔했습니다. 저희 집이 시골에서 꽤 잘 사는 편에 속했는데도 불구하고 6.25 직후엔 학비를 못 보내 주실 정도로 어려웠습니다. 모두 어려운 때였죠. 부산 아미동 화장터 뒤쪽에 부산에서 방세가 가장 저렴한 곳이 있었는데 거기서 여럿이 함께 자취를 했었습니다. 식량이 똑 떨어져 모두 굶고 있는데 국수 장사를 하는 분이 나중에 갚으라며 국수를 주셨습니다. 그래도 공부하는 학생들이라고 그렇게 배려해 주신 거였죠. 그때 석 달간 양념조차도 넣지 않은 오로지 국수만을 끓여 먹으며 버틴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질렸는지 근 10년간은 국수는 먹지 않았습니다. 또 같은 집에 살던 한 젊은이는 소매치기를 해서 노부모를 공양하고 있더군요. 그 청년에게도 식량을 얻곤 했으니 '쓰리꾼 밥 얻어먹고 살았다'고 웃으며 이야기하곤 합니다. 굶고 다닐 지경이니 버스비도 없었죠. 아미동에서 영도에 있는 학교까지 걸어 다녔는데 하도 배가 고프니까 언덕바지를 올라가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이젠 추억이 됐습니다. *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까? 우리나라에서 교육 사업을 하다보니 제약이 너무 많고 경영이 힘듭니다. 경영뿐만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들이 겪는 고초는 말로 다할 수 없을 것입니다. 조기 외국어 교육에 투자하는 비용도 엄청난 규모입니다. 한국 교육이 수요자(학생, 학부모)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보다 제약이 적은 나라에 가서 우리나라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해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외국어 교육은 물론 예체능 및 교양 교육도 시키고 그렇게 육성된 인재들을 다시 우리나라에 돌려보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젊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리가 이 세상 떠날 때 장의사가 '이 사람 조금 더 살아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살길 바랍니다. 장의사는 직업상 사람 죽기만 기다리는 사람 아니겠습니까? 그런 장의사까지도 우리의 죽음에 아쉬워하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길 바래봅니다.

 

vol.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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