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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이익섭 사회복지대학원장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5-04-01

장애를 극복하고 교무위원에 오른 자랑스러운 연세인 이익섭 사회복지대학원장 장애를 선택한 사람은 없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성숙할 때. 최근 무료개안수술 ‘세브란스 밝은 빛 120’이나 MBC에서 방송하는 ‘눈을 떠요’ 등으로 인해 시각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녹록한 곳이 못된다. 현실의 형편이 그렇기에 우리에게 더욱 크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120년 연세 역사상 처음으로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교무위원이 된 자랑스러운 연세인 이익섭 사회복지대학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열병을 앓고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그는 그 후 닥쳐온 온갖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에 굴하지 않았고, 우리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1993년에는 우리대학교 최초로 1급 시각장애인으로서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취임했다. 사회복지 최고의 전문가이자 장애인들의 대변인이며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는 이익섭 사회복지대학원장을 만났다. * 대내외적으로 활동이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근황은 어떠십니까? 많이 바쁩니다. 장애인복지학회 회장을 맡고 있고, 전국 장애인을 대표하는 기구인 장애인단체총연합회 회장도 맡고 있습니다. 또 오는 8월에 열릴 유엔 장애인 권리조약 회의에 한국대표로 참석하기 위하여 정부, 전문가 또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요즘 맡고 있는 일 중에서 저를 가장 긴장하게 만들고 큰 도전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회복지대학원장의 직무입니다. * 사회복지대학원장으로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까? 먼저 다른 대학원과 마찬가지로 공간확충을 위한 발전기금을 마련하는 데 노력할 것입니다. 또 사회복지의 기초교육을 정립하고자 합니다. 외연을 확장하기보다는 좀더 내실을 기하는 교육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사회복지학의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취약성을 해결할 것입니다. 특별한 계획으로는 우리대학교 창립 12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연세 사회봉사백서’의 출간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우리대학교의 정체성은 미션, 교육 그리고 사회봉사라고 생각합니다. 알렌 박사께서 우리대학교를 창립하신 것 자체에 사회봉사와 헌신의 뜻이 담겨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우리대학교는 다른 대학과는 차별화 될 수 있습니다. 연세 120년간의 사회봉사 활동을 시대별, 분야별로 정리하는 것은 연세의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이 될 것이며 나아가 우리의 비전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사회복지 전문가로서 현정부 복지 정책의 수준을 평가하신다면? 노무현 정부가 참여정부를 표방하며 인권 향상의 가능성들을 많이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수사적으로 표현했던 것에 비해 현재까지 시행되는 것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합니다. 사회복지 정책이나 장애인 정책 모두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 아쉽습니다. * 진정한 사회복지, 사회봉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회복지란 ‘사람다움을 회복시키는 공동의 노력’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까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어려움과 사각지대가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인지하고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방법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모으는 것이 사회복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노력에는 ‘자기 자신을 주는 것’, ‘권리와 자원의 배분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것’이 포함되는 것이겠지요. * 우리대학교의 사회복지 수준, 장애학우들을 위한 복지 수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대학교는 그 어느 대학보다 장애에 대한 생각이 깊다고 봅니다. 다만 연습이 안 되어 있다고 할까요? 생각은 깊으나 행동은 아쉽습니다. 아무리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다고 해도 행동과 조치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대학보다도 장애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어 자랑스럽습니다. 또 학교 내의 장애 학우를 위한 편의 시설은 비교적 우수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수하다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최고 수준을 갖춰 ‘정말 연세는 다르다’는 정도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학창시절은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장애를 잊고 한 사람의 친구로 받아들인 친구들의 도움으로 즐겁게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어 주기도 하고, 녹음도 하면서 밤을 새우며 함께 공부했습니다. 수학이나 한문같이 시각장애인이 공부하기 힘든 과목들도 친구들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최우수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또 친구들과 함께 연고전 응원도 하고 장충체육관에서 명동까지 함께 뛰며 즐기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실명 이후에 느꼈던 사회적 냉대와 시각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태도들로 인해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수 있었습니다. 대학시절이야말로 제게 새로운 가능성과 꿈을 일깨워 준 시기였습니다. * 학부 때는 신학을 전공하셨습니다. 사회복지 분야를 전공하시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우리 사회에는 장애에 대한 편견이 많이 있었습니다. 대학 입학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교정 시력 0.3이상인 학생들에게만 지원 자격을 주는 것이 당시 보편적이었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은 대학 지원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우리대학교 신학과만은 이러한 제한 조항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었던 공부를 잠시 접고 신학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된 계기는 진로를 탐색하던 중 당시 신학과에서 사회사업학과 개설을 추진하고 있었고 교수님들께서 사회사업 분야의 공부를 권유하셨기 때문입니다. 또 대학교 4학년 시절 봉사활동했던 경험도 사회복지를 전공키로 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음성나병환자 마을인 안양의 나자로 마을에서 환자들을 위해 봉사를 했습니다. 이 시기에 사회구조, 사회체계, 가치관, 약자에 대한 배려, 분배의 정의 등에 대해 수없이 고민을 했습니다. 제가 봉사하던 곳의 환자 중 누구 하나 자신이 나병을 앓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없습니다. 그저 어느 날 발등에 뜨거운 물이 떨어졌는데 아무런 감각을 느끼지 못했고, 그 이후 사람들을 피해 거지처럼 거리를 헤매다가 한 마을에 모이게 되었다는 겁니다. 사회가 그들을 내몰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만든 것입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버스에 태워 주지 않고, 재수 없다 말하고, 침을 뱉는 사람들의 냉대를 저 역시 겪었습니다. 나자로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회 변화를 위해 무엇인가 하겠다는 맹세를 다시 한번 하게 됐습니다. * 장애인의 권익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그간의 활동 중에서 보람 있었던 일은 있다면? 1월 5일 UN에 한국의 대표로서 ‘장애인 권리 협약’을 만들러 갔을 때를 잊을 수 없습니다. 전세계 40명의 대표가 모여서 25개 조항으로 된 권리 협약의 초안을 만들었습니다. 장애인의 권익을 위해 발언을 하면서 지난 시절 기도하며 갈구하던 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꿈이 어느 정도는 이뤄졌다고 느꼈습니다. 사회의 불이익과 장애인이 가지는 억울함을 대변하고, 이를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다던 결심을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에 참 기뻤습니다. 장애란 우연히 닥쳐오는 것입니다. 장애를 선택한 사람이 있을까요? 답은 뻔합니다. 그 누구도 장애라는 문제에 있어 자유롭지 못합니다. 누구나 장애의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애를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참 어려우시겠어요󰡓, 󰡒얼마나 힘드십니까?󰡓, 󰡒이 일을 하시느라 얼마나 노력하셨습니까? 정말 훌륭하시군요󰡓하고는 끝입니다. 우리 사회가 󰡐장애는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명제를 공유해야 합니다. 그 누구도 장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 누구에게 닥칠지 모르는 불행에 대비하여 고통과 어려움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고민해야합니다. * 마지막으로 연세인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연륜이 쌓여가면서 학교의 교육 철학이나 연세 정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학교 발전에 대한 봉사와 의무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연세 정신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진정한 연세의 정신은 진리를 배워서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리를 필요로 하고 자유를 갈망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진리를 주고 그들을 자유케 하는 것이 성숙된 연세의 정신입니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스스로의 생존과 성장을 강요했지만 이제는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 더불어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 인류에게 주어진 명제입니다. 우리의 능력과 자원을 사회를 섬기는 데 사용하고, 또 진리와 자유가 내 것만이 아니고 많은 사람의 것으로 만드는 방향에 대해 많이 고민할 것입니다. 가장 작은 자를 통해 본 세상은 많은 진리를 시사합니다. 이러한 진정한 진리와 자유를 완성시키는 것은 우리 연세인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하고 싶습니다.

 

vol.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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