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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기존 항생제에 강한 내성 보이는 세균 발견해 주목받는 이경원 교수를 찾아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2-08-01

의과대학 이경원 교수와 정윤섭 교수 연구팀(진단검사의학과)은 최근 세계 저명 학술지를 통해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항생제인 카바페넴에 내성을 보이는 새로운 녹농균과 에시네토균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연구팀에서 수년에 걸쳐 우리나라 전국 28개 종합병원에 입원중인 환자 7,275명의 상처에서 채취한 가검물을 조사해 나온 것입니다. 『연세소식』에서 7월 26일 연구팀의 이경원 교수를 찾았습니다.

  의료원의 풍성한 소프트웨어가 새 세브란스병원이라는 하드웨어와 조화 이루면 최고 명성 회복할 것

강력한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초슈퍼세균'을 발견하셨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어떤 것입니까?

저도 일부 언론에 '초슈퍼세균' 같은 말이 쓰인 것을 봤습니다만, 정확한 표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 1999년에 그람양성 세균을 막기 위해 개발한 항생제인 반코마이신에 죽지 않는 세균이 발견됐을 때 그것을 '슈퍼세균'이라고 했던 것에 빗대서 쓴 말이겠죠. 저희가 이번에 발견한 것은 그람음성 세균을 막는 데 사용하고 있는 항생제인 카바페넴에 내성을 보이고 있는 녹농균과 에시테노균 등입니다. 특별히 이 세균들 유전자 다발을 분석해본 결과, 항생제의 특정성분을 무력화시키는 'VIM2'라는 효소가 들어있다는 사실이 발견됐습니다.

이번 발견이 아시아에서는 처음 이뤄졌다고 들었습니다.

카바페넴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이 최초로 보고된 것은 1999년 이탈리아와 2000년 프랑스에서였습니다. 이들 국가의 연구팀들은 90년대 후반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해당 세균을 검출해냈던 거죠. 그런데 사실 저희는 이런 세균을 이미 1995년에 발견해놓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발견한 세균에 대한 정확한 유전자 규명 작업이 쉽지 않아서 발표시점이 늦춰진 샘이죠. 비록 발표는 뒤늦게 이뤄졌지만, 저희로서는 몇 가지 면에서 큰 의의가 있는 발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해당 세균들이 유럽과 달리 국가 전역에 걸쳐 퍼져있다는 사실입니다. 둘째는 우리 식의 독자적인 검출 방법이 함께 계발됐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기존에 발견된 녹농균과 에시네토균 이외에도 'Serratia marcescens' 같은 여러 세균 역시 내성을 지닌다는 사실입니다. 저희는 이와 같은 점에 중점을 두고 논문을 썼고, 논문은 지금까지 미국의 「항균제와 항균요법」, 「진단미생물과 감염」, 영국의 「항균 요법」 등의 저널에 게재됐습니다.

발견한 세균을 제어할 항생제를 개발해야할 텐데요?

물론 그렇습니다만, 제 생각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환자에게 감염된 세균을 조사하고 그에 대한 항생제를 개발해 사용하기까지에는 긴 시간과 여러 과정이 필요합니다. 저희 진단검사의학 쪽에서 하는 일은 실제 항생제 개발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섣불리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만, 그동안 인류가 만들어온 항생제가 이제 바닥을 드러내다시피 한 까닭에 새로운 개념의 항생제를 창조해내기 전에는 새롭게 발견한 세균을 죽일 수 있는 항생제 만들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함께 연구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은 어떤 분들입니까?

제가 소장으로 있는 세균내성연구소에는 정윤섭 명예교수님을 비롯해 염종화, 용동은, 정석훈, 김준명 선생님이 함께 있습니다. 정윤섭 선생님은 제가 레지던트 생활을 하던 80년대에 지도교수이셨는데요, 실은 당시에 선생님께서 열성적으로 연구하시던 모습에 무척 감동 받아 이쪽으로 전공을 선택한 샘입니다. 선생님은 요즘에도 여전히 혼신의 힘을 다해서 연구에 임하시는데요, 한편으론 제가 저의 후학들에게도 그와 같은 모범이 돼야겠다는 부담을 느끼기도 합니다.

연구소 활동 가운데 흥미로운 것이 있다면?

글쎄요, 저희는 주로 항균제 내성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만, 우리나라의 주요한 제약회사들에서 만들어내는 항생제의 테스트 업무를 지원하는 등 외부기관과 연계해 진행하는 연구도 많습니다. 특기할 만한 것이라면 세계보건기구(WTO)에서 오랫동안 아시아 여러 나라의 항균제 내성률 조사업무를 맡아왔는데, 10여년 전부터 저희 연구소에 우리나라 항균제 내성률 조사업무를 맡겨서 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993년부터 「항균제 내성 소식」을 계간으로 발간해왔는데, 이것이 이쪽 분야에서는 크게 각광받고 있다는 게 자랑이라 할 수 있겠죠.

새 세브란스병원 건축으로 사람들이 의료원에 거는 기대가 커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생각해보면 연세의료원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최고의 의료기관으로서 명성을 누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훌륭한 시설과 인력을 바탕으로 의료계에 자리잡은 후발 종합병원들의 도약으로 그 명성이 흔들리고 있죠. 저는 새 세브란스병원 건축이 진행되는 앞으로 2∼3년이 아주 중요하다고 봅니다. 연세의료원이 보유하고 있는 막강한 소프트웨어가 새 세브란스병원과 같은 든든한 하드웨어와 조화를 이룰 수 있다면 최고의 명성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라면?

의료기술의 발달 덕분에 인류의 평균수명이 높아지는 대신, 면역기능이 떨어지는 노령의 환자들이 늘어나고 이들이 위험한 세균에 감염될 가능성 역시 높아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외국으로부터 많은 양의 항균제를 수입해 쓰고 있고, 앞으로도 우리나라에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다면 수입 항균제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더 높아질 것입니다. 저는 연구에 최선을 다해 우리 힘으로 좋은 항균제를 만들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 학력 1979년 연세대 의학사 / 86년 연세대 의학박사
  • 경력 87∼89년 미국 Tufts대, UCLA 연구원 / 92년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부임 / 98년∼현재 연세대 의과대학 세균내성연구소 소장
  • 상훈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 우수논문상(1996년), 대한임상병리학회 BD학술상(1999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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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l. 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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