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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서대숙 용재석좌교수를 찾아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1999-07-01

  북한을 하나의 나라로 인정해야 진정한 통일 가능

▶ 선생님께서는 1950년 연희대학교에 입학하셨다가 중도에 미국으로 건너가, 거의 반세기만에 연세로 돌아오셨는데요. 그간의 사연이 궁금합니다.

저는 원래 윤동주 시인의 고향이기도 한 간도 용정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만, 해방을 전후해 가족이 월남함에 따라 서울중학교 6년 과정을 마치고 연세에 들어왔죠. 당시에는 김운경 선생이 총장서리를 맡고 있었어요. 입학하자마자 한국전쟁이 일어나는 바람에 부산 영도로 캠퍼스를 옮겼지만,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건너가 박사학위까지 마쳤습니다. 콜롬비아대학, 텍사스대학 등을 거쳐 70년부터 하와이대학 정치학 교수와 한국학연구소장을 지냈어요. 7∼80년대 평양과 서울에 들러서 박정희 대통령, 황장엽 씨 등과 몇 차례 만났고, 연대와 서울대 이화여대 등에서 북한정치에 관한 강의를 하기도 했죠. 한때는 중앙정보부에서 저의 입국을 막기도 했지만, 지금은 저에 대한 오해가 많이 풀렸기 때문인지, 별 어려움 없이 오가고 있습니다.

▶ 한국 근현대사와 정치를 미국에서 공부하는데 따르는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이 분야의 역사자료가 우리 나라보다 미국, 러시아. 일본 등에 많기 때문에 오히려 외국에서 왕성한 연구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점을 얘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한국에 와서 주로 학술모임이나 강연활동에 많은 시간을 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죠. 최근 임정수립 8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나 이동휘 선생 추모회 등에 참여했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와 정신문화연구원, 북한연구소, 연대 한국학연구소 등에서는 강연을 하는 한편 여러 학자들과 함께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기도 합니다.

▶ 이번 학기에 국학연구원에서 북한연구를 주제로 매주 『용재석좌교수 특별강연』을 해오셨습니다. 연세대학교로서는 선생님처럼 높은 학문적 성취를 이룬 분과 함께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이 아주 큰 의미로 남을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이번 강연의 의의는?

용재상을 받아 연대에 오면서 저는 남북한의 지난 역사보다는 앞으로의 전망과 과제가 무엇인지 밝혀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현실적으로 남과 북은 정치적 체제뿐만 아니라 물질숭배와 주체사상으로 상징되는 문화적 차이가 너무 커서, 아무리 훌륭한 제도를 만들어낸들 소용이 없을 정도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통일을 오직 정권연장의 수단으로 삼아왔던 남북한 권력자들의 책임이 큽니다. 앞으로 우리가 통일을 이루려면 먼저 북한을 대화파트너로. 하나의 나라로 인정해야 합니다. 서로가 실지(失地)회복사상을 버리지 않고 통일지상주의에 빠져있는 한 갈등은 해소되지 않습니다. 저는 강연을 통해 학생들에게 이런 것을 말하고자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목표했던 바의 3분의 1정도밖에 달성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기도 하지만, 지금 학생들이 예전에 비하면 제 얘기를 잘 이해해 줘 보람을 느꼈습니다.

▶ 우리 사회에서는 남북문제에 관한 선생님의 의견이 매우 파격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하는데요, 특히 선생님께서 김일성 주석에 대한 새로운 주장을 펼친 것에 대해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그동안 우리 나라에서는 김일성이 가짜다 아니다는 식의 논쟁이 심했어요. 대개는 학문적인 연구결과보다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김일성을 보는 입장들이었죠. 저는 실제적인 중국 및 일본의 문서고증을 거쳐, 북한의 김일성이 빨치산으로서 항일투쟁을 하다가 해방 후 내려온 김성주라는 사실을 「북한의 지도자 김일성」이라는 책을 통해 발표했습니다. 이 때문에 여러 가지 오해가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공산주의나 북한체제에 대해 전혀 동조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아직 우리 사회가 그 만큼 성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이해해야겠죠.

▶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시는지요?

처와는 요즘 알렌관에서 함께 지내고 있어요. 두 아들은 미국에서 살고 있고요.

▶ 최근에 연세에서 명예졸업장을 받으셨죠?

지금까지 연세를 모교로 생각하며 살아왔었는데, 명예졸업장뿐 아니라 용재상까지 받아 무척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멀리 떨어져 지내던 연세인들과 이렇게 한 자리에서 공부하고 생활한다는 것이 저로서는 매우 기쁜 일입니다.

 

vol. 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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