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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Academia] 소설 「商道」(상도)로 주목받는 최인호 동문작가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1-03-16

『연세소식』은 올 한해동안 정치·경제·사회·문화 여러 분야에서 뚜렷한 행보를 보이는 연세인을 찾아 소개하는 「화제의 연세인」 시리즈를 특집기획으로 삼았습니다. 그 첫 순서로 국회에서 활약하는 권철현·김영환 의원과의 서면인터뷰를 게재한 데 이어, 두 번째 순서로 소설가 최인호 동문과의 인터뷰를 마련했습니다.
최인호 동문은 최근 소설 「商道」(이하 「상도」)를 펴내 수십 만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최인호 동문은 이 작품에서 조선시대 거상이었던 임상옥의 삶을 장쾌한 문체로 그려내며, 우리시대 한국인이 본받고 따를만한 용기와 지혜를 제시했습니다.
  연세는 제 작품의 영원한 원천입니다

무엇보다 연세인으로서 선생님이 생각하는 '연세'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에게 '연세'는 언제나 하나의 분위기로 먼저 다가옵니다. 젊은 시절 자유로운 기질을 맘껏 발산할 수 있었던 연세 교정에 얽힌 추억은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한 것입니다. 특히 문과대학 쪽의 비탈길과 푸른 숲은 제 아내와의 연애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자, 「겨울나그네」나 「바보들의 행진」을 비롯한 많은 작품의 실제 배경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상한 것은, 세월이 갈수록 연세의 겉모습보다는 그 내면에 흐르고 있는 정신에 매료된다는 것입니다. 이즘에 와서 돌아보면 기독교정신을 그 밑에 깔고 있는 연세에 제가 몸담았던 것이 어떤 운명처럼 여겨지기도 해요.

연세에서 학생시절을 보낸 뒤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변화도 겪으셨을 텐데요?

인생에서 중요한 변화의 순간을 맞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제 경우엔 두 번의 뚜렷한 변화의 시점이 있었는데, 그 하나는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과 그에 따른 정신적 방황이었어요. 그때 저는 반년동안 미국에서 낭인생활을 했고, 결국 그 경험을 바탕으로 「깊고 푸른 밤」을 써서 발표한 후에 본래의 생활궤도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1987년 정치적 변동기에 찾아온 내면적 허무의 시기입니다. 급격한 사회상의 변화를 목격하면서 저는 「햄릿」의 호레이쇼가 말한대로 "이 세상에는 네가 모르는 것이 많이 있다"는 깨달음을 얻어 결국 가톨릭에 귀의하게 됐고, 가톨릭을 통해 불교의 세계를 접하게 됐죠. 일련의 종교적 사유의 과정을 거치면서 성서묵상집과 「길 없는 길」 같은 책들을 써내기도 했습니다.

최근 펴낸 소설 「상도」가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책을 여러 권 냈고 그때마다 반응이 괜찮았는데 이번에는 책이 책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사회현상이 되는 것 같아서 기분 좋습니다. 우연히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과 맞아떨어진 점이 크게 작용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상도'란 상업에 있어서 가야할 길일텐데, 기본적으로 상업이라는 것은 먹고사는 문제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가장 중요한 거죠. 그런데 지금까지는 우리 경제가 정경유착이라든가 부정부패, 검은 돈 등 정도가 아닌 사도로 발전해 왔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제는 사업에도 정도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점이 왔다고 보는데 「상도」 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독자들이 반기는 것 같습니다.


소설 '상도(商道)'는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던 소재였다. 이데올로기도 사라지고 국경도 사라진 21세기, 바로 지금이야말로 경제의 세기이며 따라서 경제에 대한 신철학이 생겨나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2백여 년 전에 실재하였던 상인 임상옥, 그는 죽기 직전 자신의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였고,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라는 유언을 남긴 우리나라 최고의 거상이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경제는 사도(邪道)에 의해서 발전되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의 상업도 利보다는 義를 추구하는 商道로 나아가 기업가들도 '상업의 길'을 통해 부처를 이룰 수 있으며, 또 그럴 때가 되었다고 나는 믿고 있는 것이다. - 「상도」 작가의 서문 가운데


  「상도」는 우리 경제에도 바른 길이 요구된다는 시대인식 반영

지난해에는 「월간 샘터」에 연재하시는 '가족'이 3백 회를 넘겨 여러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즈음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가족'의 의미라면?

저는 집 주변에 있는 청운산에 자주 오르는데 화두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가족입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지 모르는 인생의 여정에서 한 여자가 저를 보고 '여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내가 잘 모르는 어떤 사람을 보고 '형'이라고 부릅니다. 이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번에 이산가족 상봉하는 것을 보면서 저는 분단의 비극보다도 가족의 의미에 대해 더 깊이 생각했는데요. 오늘 아침 출근하러 가는 남편의 뒷모습이 50년 만에 만나야 하는 이별일 수 있는 것이라면, 그런 절박함으로 살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 인생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쓰실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작가는 늘 뱃속에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잉태한 임산부 같은 겁니다. 오래 전부터 생각해온 건데 내년쯤에는 유럽으로 갈 계획입니다. 유럽에 가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추적해 볼 생각인데 제가 작가로서 가진 오랜 꿈입니다.


최인호 동문은 1945년 10월 서울에 태어났다. 고교 3년 때인 196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한 단편 「벽구멍으로」가 입선해 문단에 데뷔했다. 64년 연세대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했고, 67년에는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견습환자」가 당선돼 본격적인 창작활동에 돌입했다. 대표작으로 「별들의 고향」「바보들의 행진」「고래사냥」「겨울나그네」「잃어버린 왕국」「깊고 푸른 밤」 등이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 작품이 영화로 제작돼 큰 인기를 모았다. 현대문학신인상과 이상문학상과 한국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다.
 

 

vol.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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